다미가 이불을 확 밀쳐내고 유건을 쏘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긴 내 얼굴 바뀌고 나서 부쩍 이상해졌어. 신경질이 많아. 변한 거잖아. 당신만 괜찮으면 김관장이 양도받겠대.”
다미가 베개를 집어 유건을 내리쳤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도 없었다.
“나쁜 새끼. 이러려고 죽은 거야? 이러려고. 둘이 무슨 사이였어?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구냐.”
“비즈니스밖에 없었어. 알잖아. 다미야, 나 넘길 거야?”
“싫어! 그 꼴을 보느니 확 말소시킬 거야!”
“……나 버리지 마.”
유건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고 애처로웠다. 마치 주인에게 매달리는 노예 같았다. 다미는 유건의 떨리는 목소리에 가슴이 깨진 유리 같았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가슴을 이보다 더 갈기갈기 찢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너도 버렸잖아! 너도 널 버렸는데, 나는 왜 안 돼?”
“내가 날 버렸다고?”
유건이 당황한 눈으로 다미를 쳐다봤다.
“너는 그 잔인한 모습을 내 눈으로 보게 했잖아. 이 나쁜 자식아!”
다미는 지옥의 문턱을 넘던 그날을 상기시켰다.
유건은 지난 몇 달간 화실에 틀어박혀 좀체 나오지 않았었다. 바깥의 화사한 햇살이 화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실내는 침잠했고 어두웠다. 바닥에는 술병이 늘어만 갔다. 그리고 그 어느 날, 격앙된 유건은 씩씩거리며 핸드폰에 대고 소리쳤다.
“김관장, 당신 대체 날 뭘로 봅니까? 어떻게 쓰레기라는 말을 할 수 있냐고! 감히 사람들 면전에서!”
유건이 핸드폰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벌떡 일어나 이젤을 끌어내듯 당겨 쓰러뜨렸다. 그러다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아쥔 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렇게 며칠을 괴로워하던 유건이었다. 그런 유건에게 다미는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무력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고층 타워팰리스에서 아티스트 파티가 열렸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그날의 유건은 사람들과 섞이지 못했다. 바람이 센 테라스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혼자 술을 마셨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다미는 유건이 걱정되었다. 다미가 유건에게 다가갔다. 유건은 멍한 눈으로 빌딩 아래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미가 유건의 어깨에 손을 살포시 올렸다.
“자기 괜찮아? 너무 마신 거 아냐?”
“다미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알지. 우리 그만 집에 돌아갈까?”
“나 완벽한 화가가 되고 싶어.”
“자긴 지금도 완벽해.”
유건이 다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을 들어 다미의 볼을 쓰다듬었다. 눈물이 고이지는 않았지만 유건의 눈동자는 촉촉했다. 마천루의 불빛이 그의 눈동자에 어른거렸지만 유건은 초췌했다.
“우리 그만 가자.”
“다미야. 나 물 한 잔만 가져다줄래?”
“그래.”
다미가 유건의 손에 든 술잔을 받아 돌아섰다. 그 순간 다미의 등골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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