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세븐포인트 구조

by 이다유

1. 개념 설명

세븐포인트 구조는 이야기를 일곱 개의 주요 국면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단순히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물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인 것이다.

일상(Setup) – 사건이 벌어지기 전, 인물과 세계의 원래 상태를 보여준다. 인물이 누구이며 어떤 결핍을 지니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단계다.


발단(Inciting Incident) – 균형을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인물은 더 이상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1막의 끝(First Plot Point) – 발단으로 시작된 소동이 일단락되며, 인물은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터닝포인트(Midpoint) – 이야기의 중심부에서 인물은 결정적인 전환을 맞는다. 새로운 목표나 관점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는 다른 국면으로 들어선다.


로우 포인트(Low Point) – 인물이 가장 큰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모든 것이 무너져 보이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극적인 긴장을 얻는다.


최후의 도전(Climax) – 인물이 맞닥뜨리는 마지막 시험이다. 이 사건을 통해 인물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거나, 혹은 파멸을 맞는다.


재일상(Resolution) – 모든 사건이 끝난 뒤, 달라진 인물과 세계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인물의 변화를 독자에게 확인시키는 단계다.

세븐포인트 구조의 핵심은 사건이 아니라 변화다. 인물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드러내기 위해 사건이 배열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이 단계에서 인물이 어떤 변화를 겪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2. 문학 작품 분석: 『무진기행』(김승옥)

세븐포인트 구조를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적용해 보자.

일상 – 주인공 ‘나’는 성공한 직장인이자 가정을 꾸린 인물이다. 그러나 그 일상은 공허하다. 사회적 지위와 가정은 갖추었지만, 내면은 허무와 피로에 잠겨 있다.


발단 – 그는 우연히 무진으로 향하게 된다. 과거의 공간을 다시 찾는 이 사건이 그의 균형을 깨뜨린다.


1막의 끝 – 무진에 도착한 그는 옛 연인을 만나고, 무진의 안개와 풍경 속에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그 순간 그는 일상의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터닝포인트 – 무진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전환점이 된다. 안개 속에서 그는 자신이 이루어낸 성공이 허위일 수 있음을 자각한다.


로우 포인트 – 그는 무진에서 떠나야 함을 깨닫는다. 무진은 더 이상 오래 머물 수 없는 장소이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곧 사라질 것임을 알게 된다. 깊은 상실감과 공허가 몰려온다.


최후의 도전 –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결단을 내린다. 무진의 안개를 떠나, 사회적 역할로 돌아가는 선택은 곧 자기 내부의 허무를 인정하는 시험이다.


재일상 – 그는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사람은 아니다. 무진의 경험은 그의 내면에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은 다시 일상으로 흡수되지만, 독자는 변화를 감지한다.

『무진기행』은 겉으로 보면 한 남자의 여행담이지만, 세븐포인트 구조로 읽으면 내적 변화의 서사임이 드러난다. 일상에서 시작해, 발단과 전환을 거쳐, 좌절과 도전을 경험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하나의 완결된 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정리

세븐포인트 구조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인물의 변화를 드러내는 서사의 호흡이다. 인물이 출발점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사건을 통해 어떻게 흔들렸는지, 마지막에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쓰는 이는 사건을 배열하기 전에 반드시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 인물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 도달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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