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信義)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은
일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결국 배우게 되는 건 ‘나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쌓이는 선택과 판단,
좋은 사람을 만나고 망설였던 시간,
기대한 만큼 실망했던 순간들까지도
모두 내 안의 기준과 감정, 생각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며칠 전, 면접을 보았다.
지난 글 말미에 “기대된다"고 썼던 면접이었다.
여러 사람들 중 특히 한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좋은 인상이었고, 말투나 목소리에서 신뢰가 느껴졌다.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그 결정 이후,
회계팀에서 계약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큰 결격 사유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아니 어쩌면 가장 큰 결격 사유가 될지 모를
‘신뢰’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견되어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려놓았다.
한 순간에 신뢰가 사라지고 나니,
'내가 그 사람을 채용하고자 했던 이유'가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감을 믿고 갈까도 고민했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결국 취소하게 됐다.
서류상의 조건보다 '사람 그 자체'를 보고 채용하려 했던
나의 방식이 틀렸던 걸까,
생경하고도 찜찜한 결과였다.
나는,
이력보다는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를,
스펙보다는 말의 속도와 결을,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생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단 한 시간의 대화를 통해 그런 사람을 찾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간 좋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는 것은
내 운이었을까.
종종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나이가 들 수록 모두가 느끼는 지점일지도 모르겠다.
학력이나 경력, 스펙이 때론 하나도 중요치 않다는 생각.
서류 속 그 사람의 행적과 시간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
그 사람의 현재를 드러내는
진실된 태도와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
자신의 조건보다 더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은 그저 좋아서 모이는 게 아니라,
함께 신뢰하고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기에
어쩌면 '신의(信義)'는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인지도 모른다.
이번 채용을 진행하며 배운 건
지원자의 성격이나 경력을 판단하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내 ‘기준’이었다.
사람을 뽑는 일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더 또렷이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편안하게 느껴지고,
어디에서 경계심이 생기고,
어떤 순간에 마음이 멈추는지를 통해
나는 내 안의 선택 조건을 매번 조금씩 확인한다.
그리고 늘 그 선택의 끝엔 책임이 따라온다.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다는 건
매 순간, 내 선택이 누군가의 인생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자주 떠올리게 한다.
대표라는 역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빨리, 그리고 자주
배우게 하는 자리라는 걸 요즘 더 실감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도
함께 하지 못한 이번의 경우는 새로웠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하지만 더 오래 남는 건,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 마음 안을 여러 번 들여다봤던 시간들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결국, 나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