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채용의 목표
사업 운영 중에 가장 어렵고도 핵심이 되는 일을 꼽으라면, 바로 직원 채용일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인 우리 사무실은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돌아가고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대표인 나의 관점에서겠지만, 아는 사람의 제자나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아닌 때도 있었지만 결국 현재는 그렇다. 누군가에게 검증을 받은 사람을 택하게 되는 나의 성향 때문일까.
나는 일에는 두려움이 없는 편인데도 막상 사람에 있어서는 늘 많은 신중을 기하는 편인 것 같다.
누군가를 우리 팀에 들인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도 같이 따라 들어온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나는 직원이 단순히 내가 시키는 일을 잘하면 되는 거라고 쿨하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업태에 따라 다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의 경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 성향, 말투, 태도,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 회사의 얼굴과 색깔을 만든다.
그러니 허용 오차가 작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을 채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채용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올해 초에도 채용 공고를 하나 냈었다.
경기가 어려워서일까, 4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접수를 해서 깜짝 놀랐다.
하루에도 다섯 통 내지 열 통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도착했고, 아침이면 지원자 추천 메일이 어김없이 와있었다.
대체 내가 공고에 무슨 말을 썼기에 그러나 싶을 정도였다.
그중에는 우리가 뽑는 포지션과 전혀 관계없는 지원자도 있었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은 관련 학과 졸업과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춘 분들이었다.
그간의 채용에서, 서른 명 남짓 중에서 면접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척 고된 일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난제였다.
평소의 10 배수가 넘는 지원자들이 몰리자, 나도 기준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전에는 '경력 조건은 조금 미달이라도, 우리와 결이 잘 맞는 사람'이 더 우선순위였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없으니 '경력, 자격요건, 자기소개서 모두 우리와 잘 맞는 사람'으로 기준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사람 많은 회사는 결국 좋은 인재들이 모이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이력서 검토를 시작했다.
화면으로 보이는 많은 지원자들의 증명사진, 이력서, 자기소개서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다 살펴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 작은 스튜디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다는 사실에 의아함도 들었고, 우리 회사의 이력서인 포트폴리오를 보고 지원했을 분들에게 왠지 모를 책임감도 느껴졌다.
하나하나 열어보며,
한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은 평소 습관이 뭘까?
이 사람은 디자인에 진짜 관심이 많구나.
이 사람은 이전 회사랑 잘 맞아 보이는데 왜 이직할까?
이 사람은 학교 다닐 때 참 성실했겠는데 취업운이 없었네.
이 사람은 자기를 더 잘 드러낼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이 사람은 증명사진을 새로 찍을 시간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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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할 때, 학생들 이력서와 자소서 검토해 주던 적이 있다.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던 그때의 심정으로, 면접은 아니러도 만나서 코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이력이나 경력을 잘 다듬어 포장하는 데 서툰 친구들이 많아 보였다.
혹은, 가진 것보다 너무 과대 포장을 한 경우도 있었고 남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기 위해 애썼지만 우리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는 핀트가 어긋나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애써 포트폴리오를 만든 게 여실히 드러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일 병합이 안된 사진을 우르르 올린 경우도 있다.
핵심을 놓친 느낌이랄까.
프레젠테이션 준비가 안된 친구들이 특히 아쉬웠다. 우리는 디자인 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자소서보다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자신을 알리는 것이 프로의 중요한 요건이라 보기에, 암만 콘텐츠와 소재가 좋아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서류는 접어둘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ai로 쓴 글을 자기 걸로 만들지 않고 거의 그대로 제출한 경우였다.
이건 내 주변 다양한 업종의 대표들이 토로하는 공통된 점이기도 하다. 가끔 우리 팀원들도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지만, 적어도 취업은 내 인생의 항로를 개척하는 중요한 도전인데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다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나는 첫 회사 지원서에 쓴 말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15년이 지나도 기억이 날 정도로 나만의 이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전하고 싶어 많이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런데 ai에게 맡긴 내 자소서는, 과연 나의 현재를 기억할 수 있는 기록이 될까?
솔직히 면접 때만큼은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임해야 회사 생활은 그의 반타작이라도 한다.
모든 게 처음인 환경에 스스로 들어가는 사람이, 창과 방패를 갈고닦지 않고 대뜸 ‘나 데려가세요’ 하는 건 뭐랄까 좀 뻔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실무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어렵게 입사해도 막상 지내다 보면 뭔가의 연유로 나의 길을 다시 찾기도 하고, 이 방향이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하게 되기도 하는데 입사할 때 에너지가 부족하면 나중엔 금세 고갈되지 않을까.
뭐 하나 잘하는 사람은 어디 가서도 잘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이유다.
가끔은 많은 이력서들 가운데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도 발견한다.
20대 중 후반의 시기, 아직은 앞이 불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의 서류에는 눈길이 한번 더 간다. 비록 지금 우리가 찾는 포지션과는 조금 다른 이력을 가졌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2-30대의 내가 그랬듯 나는 그들의 의지와 도전 정신에 한 표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사람들은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단단하게 자기의 길을 찾아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혹은 언젠가 이 길에서 다시 마주치게 될 것 같은 느낌도.
또,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을 합격했는데 이 길로 오기 위해 지원한 사람들도 적잖이 있어 신기했다.
단지 신기하다기 보단, 그 결단력에 정말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자질을 잘 알고 미친 듯 노력할 자세가 되어있다는 가정 하에.
그 밖에도,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아 언젠가 자기 일을 하게 될 것 같은 사람, 방황을 제대로 겪고 있다는 게 오롯이 드러나는 사람, 신입, 3년 차, 5년 차, 10년 차...
연차나 나이와는 별개로 각기 자기만의 결을 가지고 길을 찾는 사람들의 커리어맵을 보며, 그들에게 우리 회사는 어떤 지점으로 기억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타인을 바라보는 동시에 나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복기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 올 사람을 살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현재 우리 팀원 모두의 이력을 준수하게 잘 관리하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들도 언젠가 다른 길을, 혹은 자기 만의 길을 개척할 어느 순간이 올 텐데 그때 적어도 나와 함께 했던 이 시간이 큰 버팀목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욱 단단해졌다.
나는 현재 좋은 리더가 되는 것만큼이나,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많은 시기를 함께 했던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번 채용의 콘셉트를, '자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정했다. 경력이 단순히 시간의 누적을 보여주는 게 아닌, 어떠한 생각과 의지를 갖고 지내온 본인만의 히스토리인지, 그걸 잘 가꾸는 것 또한 디자이너가 해야 할 디자인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남은 면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