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by 반달



“잘하고 있구나. 이젠 정말 너만의 색깔이 보인다.”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웠던 어느 날.

학부 때부터 왠지 무서우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했던

선배 언니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내가 잘하고 있나...?'


반문을 먼저 하게 되면서도 그 한 문장에 순간 찡- 했다.

카톡 메시지를 고이 저장해 두는 나를 보며

내가 그 말에 힘을 얻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일상 속에 지내다 보면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는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나에게만은 독려보단 늘 채찍질이 앞선다.

'아직 멀었어. 더 열심히 해'


그런 내게 선배의 메시지는

작은 균형추처럼 다가왔다.


‘잘하고 있으니까, 더 잘할거야. 걱정 마.’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매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정과 책임을 반복하는 일상이다.


처음엔 모든 게 새로웠지만

이제는 조금 자리를 잡아 반복되는 것과 새로운 것이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안정과 루틴이 자리 잡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그 이면엔 타성에 젖어가는 나와

팀의 모습도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땐 빠르게 알아차리고, 다시 지도를 펼친다.


좌표를 확인하고, 더 재밌는 샛길을 발견해서

"이쪽으로 가보자"라고 독려하는 것.

그게 지금 나의 역할이다.


그래서 가끔은 루틴 속에서 뛰쳐나와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처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꼭 필요하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목표한 것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 시간이다.






나는 안다.

내가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엄격하단 것을.

결과물의 완성도, 프로세스의 단단함,

늘 '이 정도로 충분한가'라는 질문 속에 산다.


그러다 보면, 작은 실수나 실패에도

한없이 힘이 빠질 때가 있다.


또 무언가 잘 될 때에도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 불안하다.

시험지를 내고 난 다음 날에도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럴 때마다,

타인의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그 말들은 내가 쌓아온 것을 바라보게 해 준다.

작은 모래성처럼 느껴지던 과거의 시간들이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이게 되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에게도 조금 부드러워진다.

'충분히(라고는 말 못 하지만) 꽤 잘하고 있어'


그렇게 한 발짝 물러나 말해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나보다 훨씬 오래 이 일을 해온 선배들을 떠올린다.


10년,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해오며

여전히 감각을 유지하는 사람들.

지치지 않고, 아니-

지치더라도 무너지지 않은 사람들.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한 사람의 역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길을 완성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빨리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해서

훌쩍 멀리 뛰기를 한 번씩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이 트랙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라는 걸

이제야 눈치챈거다.



나는 그들에게서,

매일 같은 보폭으로 달리는 것의 힘을 배운다.

그 속도와 페이스를 닮아간다.


빠르게 달려가는 듯 보이는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아 낙담하지 말고,

하던대로 꾸준히 내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선배들과 동료들이 말해주곤 한다.


이 경기의 선수도 나고,

감독도 나,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것도 나다.



이 긴 레이스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