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 Church: 꼬리표를 떼라

2017년 4월 13일

by 초록 라디오
저평가 받았다.
저평가 되었다.


가끔 이런 글을 봅니다.

갖고 있는 가치에 견주어 평가가 박하다 정도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저평가라는 말에 상대성이 개입하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절대 평가든, 상대 평가든 기준이나 대상이 있어야 높고 낮음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저평가는 억울한 심정도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억눌림, 한, 아쉬움이 짝을 이루곤 합니다.

종합하자면 상대성을 지닌 낮음, 억울한 기분 정도가 저평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저평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낮 영화 [개그맨]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 색보정 복원 버전을 블루레이로 발표할 것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라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여태 그 사실을 감쪽같이 잊고 오늘에야 유튜브로 보았습니다.


영화 [개그맨]을 두고 이런 표현을 자주 씁니다.
저평가 받은 영화, 시대를 앞선 영화.


개봉 당시 관객의 외면을 받았던 [개그맨]은 하나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언제부터인지 컬트 대접을 받는 영화로 탈바꿈했습니다.

우연히 구한 비디오테이프에 취해 술자리마다 칭송을 마다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어 재출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평가가 재평가로 전환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마니아들, 즉 일부의 소원풀이가 보편화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 마련입니다.


재평가가 보편성을 띠기 위해서는 마니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일반인들과 비슷한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니아 자신이 털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품지 않고서는 저평가가 아무리 해도 저평가를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개그맨]의 재출시는 저평가 받은 영화 [개그맨]의 저평가를 공고히 한 셈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드디어 나왔구나 기뻐했을 겁니다.

그걸로 목표 달성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짧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재출시 이유도 이 정도이지 않을까 봅니다.

이게 뭔 소리냐 하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게 이런 걸 어쩌겠습니까?

재출시되어 ‘저’가 ‘재’나 ‘고’로 바뀐 걸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헤비메탈 쪽에서도 저평가 언급이 잦습니다.

최근 미국 파워메탈(Power Metal) 그룹 메탈 처치(Metal Church)가 ‘Fake Healer’의 리메이크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Fake Healer’는 1989년 3집 [Blessing In Disguise] 수록곡으로 메탈 처치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힙니다.

2년 전 밴드에 복귀한 [Blessing In Disguise] 당시 보컬리스트 마이크 하우(Mike Howe)로 ‘Fake Healer’를 재녹음해 공개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겁니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을 수 있고, 곡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고자 하는 욕심도 있는 거 같고, 궁극적으로 메탈 처치 아직 죽지 않았어를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Fake Healer’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자니 낯익은 글귀가 눈에 띕니다.
‘저평가’, ‘밴드의 저평가’, ‘앨범의 저평가’.
35년 넘게 메탈 처치에 저평가 꼬리표가 따라붙었습니다.


이제 그 멍에를 벗길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이대로, 그렇게 메탈 처치를 보았으면 합니다.

저평가라는 말이 오히려 메탈 처치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메탈 처치가 2017년 발표한 리메이크 곡 ‘Fake Healer’를 듣습니다.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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