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3일
술을 담갔습니다.
준비물: 물 2.5리터, 누룩 0.5㎏, 쌀 1㎏, 이스트 1 작은술
찬장에서 누룩을 꺼냈습니다. 베란다에 신문을 깔고 누룩 0.5㎏을 쏟았습니다. 잘 펴서 바람이 들도록 놔둡니다. 방에서 체중계를 갖고 쌀독 옆에 내려놓습니다. 체중계에 이남박을 올리고 쌀 1㎏을 펐습니다.
싱크대로 가져와 살살 쌀을 씻었습니다. 힘을 주면 쌀이 부서지니 조심스럽게 문질러야 합니다. 몇 번 씻는지는 본인의 생각에 달려있습니다. 백세주가 쌀을 백 번 씻어 술로 빚었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다는 뜻일 겁니다.
씻은 쌀을 불릴 차례입니다. 누룩 포장지에 2시간 불리고, 2시간 물기를 빼라고 나와 있습니다. 맘이 급해 순서를 뛰어넘습니다. 불리기를 멈추고 물기 빼고 바로 찔 준비를 합니다. 냄비에 찜기를 올리고 광목천을 깝니다. 증기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광목천이 깔린 찜기에 쌀을 붓습니다. 중불로 불을 맞추고 쌀이 쪄지기를 기다립니다. 15분 즈음 지나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누룩 포장지에 고두밥을 만들라고 되어 있습니다. 25분,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냄비 뚜껑을 열어 밥을 맛봅니다. 제대로 고두밥이 되었습니다. 수저로 가운데를 찔러 묻어나는 밥맛을 보았습니다. 고소합니다. 밥은 준비 완료입니다. 불을 끄고 뜸들입니다.
볕에 둔 항아리를 가져와 수돗물 2.5리터를 받습니다. 그대로 베란다로 가져가 말린 누룩을 붓습니다. 이스트도 한 작은 술 더합니다. 나무주걱으로 열심히 젓습니다. 잘 섞어다 싶을 무렵 손을 놓습니다. 뜸 들이기를 마친 밥은 광목천 채로 들어 베란다에 옮깁니다. 겨우내 베란다 구석에 있던 부채로 고두밥을 식힙니다. 웬만큼 식어다 싶으면 주걱으로 뒤집어 뜨거운 기를 위로 올립니다. 몇 차례 섞으면 뜨거운 기가 가십니다. 먹어 뜨거운 지 확인하고 되었다 싶으면 식히기를 멈춥니다.
물과 누룩이 담긴 항아리에 식힌 밥을 넣습니다. 나무주걱으로 열심히 젓습니다. 잘 익어라 기도합니다. 이제 하늘에 맡길 일입니다. 맛있는 술 나오기를 빕니다.
TV를 보다 보면 목장이나 농장에서 잘 자라라고 음악 틀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잘 크라는 뜻에서 신경을 쓴 것이라 생각합니다. 술독을 바라보며 흥얼거립니다.
헝클어진 머리 세월에 싣고
뛰어가던 내 친구야
바람만 불어도 막걸리 한 잔
생각난다던 외로운 삶에
그래도 너만은 소중했던
추억이야
내 사람아
(출처: ‘막걸리 블르스’)
재즈 음악인 토니 신의 2015년 4집 [Just Blues] 수록곡 ‘막걸리 블르스’를 흥얼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