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2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방문을 열자 냄새가 풍겼습니다.
어제 담은 술독에서 나는 향내이었습니다.
텁텁하고 시큼한 내음, 작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술독을 방에 두었더니 익을 때까지 술 냄새를 맡으며 지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냄새에 재미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퇴근하면 의당 킁킁 하며 방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좋은 냄새를 만들어냈는지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다음으로 두 팔을 벌리고 술 익는 내를 음미했습니다.
술이 나인지, 내가 술인지, 술 익는 내가 나인지, 내가 술 익는 내인지 순간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됩니다.
4월 말 풋풋한 기운에 술이 익어갔습니다.
향내가 코를 자극했고 보글보글 끓는 모양이 눈에 매혹적이었습니다.
낮에 밖에 나갔다 돌아왔을 때도 술 익는 냄새가 반겼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삼베 보자기를 걷었습니다.
나무주걱으로 휘휘 저었습니다.
방울이 올라왔습니다.
냄새가 진해졌습니다.
텁텁하고 시큼한 내음.
작년에는 나무주걱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나무젓가락으로 대신했습니다.
행주로 닦고 술을 저었습니다.
걸쭉해 잘 저어지지 않았습니다.
힘을 주고 저었습니다.
그제야 움직이었습니다.
위에 있는 놈이 밑으로 들어가고, 밑에 있는 놈이 위로 올라왔습니다.
방울이 올라왔습니다.
냄새가 진해졌습니다.
텁텁하고 시큼한 내음.
삼베 보자기로 술독 입을 막았습니다.
한 손을 술독에 대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잘 익어라.
물아일체, 내가 너고 네가 나니.
잘 익어라.’
방으로 들어가며 주문을 외웁니다.
막걸리, 막걸리, 시원하게,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막걸리 막걸리 막걸리
막걸리 막걸리 시원하게
부어라 마셔라 즐거워라
오가는 술잔 오가는 마음
그래서 막걸리가 좋더라
기분이 울적할 때 예민할 때에
그때마다 너 있어 즐거웠다
오랜 친구처럼 애인처럼
그래서 막걸리가 좋더라
달콤한 맛 새콤한 맛 텁텁한 맛
기분 따라 사람 따라
취하는 맛있네
(출처: ‘막걸리’)
요 며칠 양희은의 2014년 [양희은 2014]에 실린 ‘막걸리’가 귀에 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