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8일
항아리 대가리가 커서 안이 다 들여다보입니다.
걸쭉함이 어제보다 덜 한 듯합니다.
나무주걱으로 저었습니다.
술 내음이 흠뻑 올라옵니다.
삭은 탓인지 잘 저어집니다.
오른쪽으로 연달아 주걱을 돌립니다.
젓는 걸 멈추니 기포가 올라옵니다.
귀를 대었습니다.
보글, 보글.
끊기 시작합니다.
한참 들었습니다.
코를 대었습니다.
코가 따갑습니다.
주걱으로 다시 젓습니다.
휘, 휘.
잘 익어라.
점심 먹고 술독 옆에 앉았습니다.
독에 손을 대니 차갑습니다.
술 만드는 데 온도가 중요하다 했습니다.
내부 온도를 25도로 맞추는 게 관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온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술맛이 변한다고 들었습니다.
막걸리에서 가끔 시큼한 맛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온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오늘 날씨가 쌀쌀한 편입니다.
보기에 더운 듯한 데 바람이 붑니다.
술독이 찬 게 신경 쓰입니다.
방 안 장롱에서 츄리닝 윗도리를 꺼냈습니다.
술독에 감았습니다.
잘 익어라.
덜 익지도, 더 익지도 말고 잘 익어라.
항아리를 힐끗 쳐다봅니다.
잘 익어라.
그새 참지 못하고 술독에 귀를 댑니다.
보글, 보글.
끓고 있습니다.
잘 익어라.
내일 재활용품 분리 배출할 때 생수병 몇 개 가져와야겠습니다.
깨끗이 씻어 술 담는 데 쓸 계획입니다.
화장실 가는 김에 술독 한 번 쳐다봅니다.
잘 익어라.
팔도강산 막걸리 유랑하세
한 사발 두 사발 얼씨구나 잘 들어간다
용기가 샘솟아 사랑도 샘솟아
쏘주 너무 써 막걸리
양주 너무 비싸 막걸리
폭탄주 위험해 막걸리
대한사람 막걸리
팔도강산 막걸리 유랑하세
한 사발 두 사발 얼씨구나 잘 들어간다
고향은 달라도 사는 곳 다 달라도
(출처: ‘막걸리 한 잔’)
타카피의 2016년 싱글 앨범 [막걸리 한 잔]에서 ‘막걸리 한 잔’을 안주삼아 한 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