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13)- 막걸리(9)

2017년 6월 6일

by 초록 라디오

나흘째.

날이 꾸물꾸물합니다.

따뜻하라고 기원하지만 풀리지 않습니다.

술이 끓기는 하는데 시원찮습니다.

귀를 가까이하면 툭, 툭, 툭 끓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게미가 가라앉으려면 며칠 더 지나야 할 듯합니다.


오늘도 나무주걱으로 휘저었습니다.

술 내음이 올라옵니다.

항아리 대가리에 코를 박았습니다.

술 익는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잘 익기를 바라며 뚜껑을 덮었습니다.


아, 그거 아시나요.

막걸리를 깔끔하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막걸리를 그냥 놔두면 침전물이 생깁니다.

우리는 보통 흔들어 그것을 섞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 위의 맑은 물만 따라서 먹으면 그것이 별미입니다.

잘 따르면 맑은술만 얻을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뒷맛도 개운합니다.

막걸리하고 다른 맛이 납니다.

냄새도 거의 안 납니다.

시원한 청주를 마시는 기분, 이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색다른 맛을 찾는 사람에게 제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점심 먹기 전, 재활용품 분리 배출하면서 생수병 깨끗한 놈으로 5개가 갖고 들어왔습니다.

수돗물로 씻어내고 소독할 요량으로 식초 물 넣어 베란다에 줄 맞춰 세워놓았습니다.

이제 막걸리 만들기 준비는 얼추 끝난 듯 보입니다.

결과를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속으로 잘 익어라 주문을 외우고 있습니다.

내일은 툭, 툭 소리가 힘차게 들렸으면 합니다.

잘 익어라.


막걸리 한 잔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테이프를 이것저것 집습니다.

하나를 오디오에 넣습니다.

노래가 나옵니다.

진시몬이 1991년 낸 2집 [Vol. 2]에서 ‘바다를 사랑한 소년’입니다.

(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