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5일
2017년 4월까지 재미있게 들은 앨범 몇 개를 적습니다.
Mors Principium Est - [Embers Of A Dying World]
Battle Beast - [Bringer Of Pain]
Kreator - [Gods Of Violence]
Overkill - [The Grinding Wheel]
Sepultura- [Machine Messiah]
Six Feet Under - [Torment]
Deep Purple - [Infinite]
Havok - [Conformicide]
Deep Purple - [Infinite]
레이블
이어뮤직(earMUSIC)
멤버
이언 길런(Ian Gillan) 보컬
스티브 모스(Steve Morse) 기타
로저 글러버(Roger Glover) 베이스
돈 에어리(Don Airey) 키보드
이언 페이스(Ian Paice) 드럼
수록곡
① ‘Time For Bedlam’
② ‘Hip Boots’
③ ‘All I Got Is You’
④ ‘One Night In Vegas’
⑤ ‘Get Me Outta Here’
⑥ ‘The Surprising’
⑦ ‘Johnny′s Band’
⑧ ‘On Top Of The World’
⑨ ‘Birds Of Prey’
⑩ ‘Roadhouse Blues’
영국 하드락 밴드 딥 퍼플(Deep Purple)이 20번째 정규앨범 [Infinite]를 발표했습니다.
1968년 데뷔했다고 하니 거의 50년이 다 되었습니다.
이들은 정말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앨범으로, 라이브로, 멤버 구성으로, 멤버 불화가 밴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멤버 탈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멤버가 다시 합쳐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안팎으로 딥 퍼플은 화제였고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1970년 중반 딥 퍼플은 공식적으로 해산합니다.
10년 뒤 보란 듯이 재결합을 하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딥 퍼플의 자리는 빈 적이 없습니다.
이들은 느긋하게 자기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누가 빨리 오라 불러도, 누가 재촉해도, 누가 보이지 않아도, 그저 자기 길을 갔습니다.
딥 퍼플은 결성 초기 1970년 4집 [In Rock], 1972년 6집 [Machine Head], 1974년 8집 [Burn], 1974년 9집 [Stormbringer]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헤비메탈과 락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이 때 이들의 아성은 두고두고 화자가 될 것입니다.
화려한 후광을 바탕으로 1984년 재결성된 딥 퍼플은 사뭇 다른 분위기이었습니다.
화려했던 과거에 달리 딥 퍼플의 모습은 수수하고 소탈했습니다.
이들은 최고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바람은 최선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내보였습니다.
1984년 재결합을 두고 ‘딥 퍼플 2기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딥 퍼플 2기는
이언 길런(보컬),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기타),
로저 글로버(베이스),
이언 페이스(드럼),
존 로드(Jon Lord, 키보드)를 말합니다.
황금 멤버라고도 합니다.
화려한 부활은 1984년 구성원이 2기 멤버이었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이후 멤버 교체가 몇 번 있었기는 했지만, 딥 퍼플은 보여줄 수 있을 만큼만 담아냈고, 할 수 있을 정도만 표현했습니다.
초기 딥 퍼플을 상징하던 화려함은 찾기 힘듭니다.
대신 절제와 자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딥 퍼플은 꾸준히 자기 길을 걸었습니다.
이번 앨범 [Infinite]에서도 딥 퍼플은 느긋하게 걷습니다.
뒷짐 지고 가다 가끔 뒤 돌아 보는 게 다입니다.
완숙미를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합니다.
최정상에서 내려온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딥 퍼플은 연착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지만 이들의 향기는 여전히 매혹적입니다.
이들의 음악에는 경쟁이 없습니다.
빨리 가려고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눈치 볼 이유도 없습니다.
흘러가는 데로 즐기고, 떠가는 데로 지켜보는 것이 딥 퍼플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13년 19집 [Now What?!]은 모범답안이었습니다.
나왔나?
언제 나왔지?
들었나?
언제 들었지?
어쨌나?
왜 기억이 없지?
19집이라고?
몇 집까지 들었지?
마지막이 어떤 거였지?
20집이 나온다고?
19집 어떻게 하지?
이전 앨범은 어떤 거였지?
어느덧 딥 퍼플은 흘러가는 물 같은 밴드가 되었습니다.
앨범이 나와도 나왔구나 하고, 뭘 해도 그렇구나 흘려보낸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번 20집 [Infinite]도 비슷합니다.
나왔다 해서 들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이전 딥 퍼플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반복듣기를 눌렀습니다.
발장단을 맞추었습니다.
앨범 커버가 흥미롭습니다.
얼어붙은 호수인지, 강인지, 바다인지 쇄빙선이 움직이며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모양이 왼쪽에 알파벳 소문자 d를, 오른쪽에 알파벳 소문자 p를 그립니다.
d와 p는 딥 퍼플에서 Deep과 Purple의 첫 문자입니다.
그리고 d와 p가 합쳐 ∞로 나타납니다.
∞는 무한대 값을 갖는 수학 용어입니다.
이번 앨범 제목 ‘Infinite’는 ‘무한한’ 뜻의 영어 형용사입니다.
[Infinite]는 익숙한 딥 퍼플 앨범입니다.
예상 가능한 딥 퍼플 음악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습니다.
조심해서 따라 오게나 설렁설렁 걸어갑니다.
어느덧 이들의 발걸음에 맞춰 걷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걸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들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기서는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화려함이 끼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절제를 배웁니다.
여기에서 현재를 인식합니다.
딥 퍼플이 늦게 걷는 맛을 깨닫는 시점이 언제이었을까 따져보았습니다.
20집 [Infinite]]와 닮은 꼴 앨범은 무엇일까?
19집 [Now What?!]와 닮은 꼴 앨범은 무엇일까?...
13집 [Slaves And Masters]와 닮은 꼴 앨범은 무엇일까?
12집 [The House Of Blue Light]와 닮은 꼴 앨범은 무엇일까?
1984년 11집 [Perfect Strangers]와 닮은 꼴 앨범은 무엇일까, 이 물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기가 자기를 닮는다는 것은 조건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재결성 이후 딥 퍼플을 이끈 핵심 축은 11집 [Perfect Strangers]입니다.
여기서 딥 퍼플의 음악이 재정비되었고, 뼈대가 잡혔습니다.
20집의 닮은꼴은 11집이고, 19집, 18집 역시 11집입니다.
12집 또한 11집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재 딥 퍼플 음악의 원류는 11집 [Perfect Strangers]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려했던 1집에서 10집은 해산과 동시에 과거가 되었습니다.
라이브에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기력이 예전만 못합니다.
해산과 10년의 시간, 재결성은 딥 퍼플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딥 퍼플은 변화를 현명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현명한 선택은 11집 [Perfect Strangers]를 만들었습니다.
현명한 [Perfect Strangers]는 30년 넘게 딥 퍼플에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20집 [Infinite]에서도 [Perfect Strangers]가 마르지 않는 원천이었습니다.
딥 퍼플에게 [Perfect Strangers]는 중요한 앨범입니다.
범상치 않은 앨범입니다.
본보기가 되는 앨범입니다.
절제와 자제가 담긴 앨범입니다.
딥 퍼플의 꾸준한 활동이 보기 좋습니다.
이들은 때마나 창작물을 내보입니다.
떠들썩하지 않아 맘에 듭니다.
무심한 듯 내놓고 자기 길을 갑니다.
요식행위 없어 좋습니다.
욕심이지만 끊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Infinite]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이언 길런, 스티브 모스, 로저 글러버, 돈 에어리, 이언 페이스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거르지 않고 몇 년에 한 번씩 [Perfect Strangers]를 생각하게 하는 딥 퍼플에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Perfect Strangers]가 다시 떠오르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딥 퍼플의 2017년 20집 [Infinite]에서 ‘Time For Bedlam’을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