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경험

블랙메탈

장르

by 초록 라디오

1.

딤무 보르기르(Dimmu Borgir)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① 블랙메탈의 수용성
② 블랙메탈의 인지도
③ 블랙메탈의 확장성


블랙메탈의 수용성

노르웨이 블랙메탈(Black Metal) 밴드 딤무 보르기르는 1997년 3집 [Enthrone Darkness Triumphant]를 발표합니다.

소규모 레이블인 캐코포너스(Cacophonous)에서 헤비메탈 레이블 중 큰 축에 속하는 뉴클리어 블래스트(Nuclear Blast)로 옮겨 첫 번째로 낸 앨범입니다.

음지에 있던 블랙메탈이 양지가 보이는 층계참에 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뉴클리어 블래스트라는 레이블이 이들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 가능성은 결과로 입증되었습니다.

딤무 보르기르의 성공은 블랙메탈 밴드에 비협조적이었던 다른 레이블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외국에서 레이블은 매니지먼트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 유통이 나눠져 있는 국내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레이블에 속했는지에 따라 앨범은 물론이고 매니지먼트 분야인 홍보과 공연이 좌우되는 구조입니다.

딤무 보르기르가 뉴클리어 블래스트와 계약했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가치가 있는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블랙메탈의 인지도

[Enthrone Darkness Triumphant]는 블랙메탈에 불쏘시개로 쓰인 앨범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던 불씨가 이 앨범으로 되살아납니다.

블랙메탈이 제대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이 앨범 나오고 나서입니다.

블랙메탈이 남의 입을 통해 자기 이름을 듣게 된 것도 이 앨범의 공입니다.

듣는 사람이 늘어나고 밴드의 수가 증가하고, 거기에 맞춰 시장이 확대되었습니다.

블랙메탈이 자리매김하는 데 [Enthrone Darkness Triumphant]가 단단히 한몫했습니다.

[Enthrone Darkness Triumphant] 이전과 이후 블랙메탈의 인지도는 천양지차로 갈립니다.


블랙메탈의 확장성

블랙메탈에서 키보드 사용을 눈엣가시로 보던 적이 있습니다.

키보드가 있느냐 없느냐로 밴드의 진정성을 따졌고, 가짜와 진짜 잣대를 대기도 했습니다.

기타 트레몰로 선율로 충분하다는 인식에 키보드를 불필요한 악기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딤무 보르기르는 1집부터 키보드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엄숙한 절제미로 에너지를 비축하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2집 이후 키보드가 바뀌고,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목까지 가득 차 있던 에너지는 비로소 3집 [Enthrone Darkness Triumphant]에서 폭발하게 됩니다.

절제가 사방으로 산화하고 멜로디가 폭죽처럼 터졌습니다.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키보드가 곳곳에 개입합니다.

금기시했던 봉인이 해제되자 블랙메탈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겨났습니다.

[Enthrone Darkness Triumphant]는 당당히 성공을 거둡니다.

블랙메탈의 키보드 논쟁이 자취를 감추는 것도 이 무렵입니다.

블랙메탈의 편견이 한 꺼풀 벗겨집니다.


블랙메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딤무 보르기르의 3집 [Enthrone Darkness Triumphant]에서 ‘Mourning Palace’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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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탈 아카이브스(The Metal Archives)에서 ‘Dimmu Borgir’의 음악 장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심포닉 블랙메탈(Symphonic Black Metal).

심포닉 블랙메탈은 블랙메탈(Black Metal)의 하부 장르입니다.


1980년대 초반 헤비메탈의 틀이 갖춰집니다.

틀이 완성되면서 가지를 뻗습니다.

유럽에서 N.W.O.B.H.M.의 물결이 일고, 멜로딕 파워메탈(Melodic Power Metal), 스피드 메탈(Speed Metal)이 탄생했습니다.

미국은 LA 메탈(L.A. Metal), 스래쉬메탈(Thrash Metal)로 응수했습니다.

저력의 하드코어(Hardcore)가 존재감을 알렸고, 데스메탈(Death Metal)도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헤비메탈의 상승세는 가팔랐습니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미디어가 득달같이 달라붙었습니다.

자본 또한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성장이 지속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자연스럽게 하부 장르가 구축되었습니다.


이 무렵 북유럽이 헤비메탈 역사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합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부장르인 블랙메탈(Black Metal), 고딕메탈(Gothic Metal), 멜로딕 데스메탈(Melodic Death Metal)이 모습을 드러냈고,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블랙메탈은 1980년대 영국의 베놈(Venom)과 스웨덴의 바소리(Bathory)를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북유럽 밴드 메이헴(Mayhem,), 다크스론(Darkthrone)이 나왔고, 엠퍼러(Emperor)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블랙메탈의 불길은 무섭게 타올랐습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 예감한 듯 맹렬히 요동쳤습니다.

밴드가 쏟아져 나왔고 하루가 멀다 하고 앨범을 토해냈습니다.


자기 처지에 어울리지 않게 블랙메탈은 야심이 컸습니다.

아버지 헤비메탈의 늦둥이 블랙메탈은 거침없이 하부 장르를 생성했습니다.

시장의 크기로 봤을 때, 블랙메탈의 지분은 전체 헤비메탈에서 아주 일부분, 손톱만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존재감 없는 장르라 해도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너 중 마이너 장르로서 블랙메탈은 가지치기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메탈 아카이브스에 나온 블랙메탈 목록을 간추려보았습니다.

데스 블랙메탈(Death Black Metal)

인더스트리얼 블랙메탈(Industrial Black Metal)

애트모스페릭 블랙메탈(Atmospheric Black Metal)

심포닉 블랙메탈(Symphonic Black Metal)

로 블랙메탈(Raw Black Metal)

스래쉬 블랙메탈(Thrash Black Metal)

디프레시브 블랙메탈(Depressive Black Metal)

다크앰비언트(Dark Ambient)

다크웨이브(Darkwave)

멜로딕 블랙메탈(Melodic Black Metal)

포스트 블랙메탈(Post Black Metal)


노르웨이 밴드 딤무 보르기르는 심포닉 블랙메탈의 흐름을 대변합니다.

이들의 음악은 1995년 1집 [For All Tid]와 1996년 2집 [Stormblåst]에서 완성되었습니다.

두 앨범에 딤무 보르기르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있습니다.

키보드가 큰 역할을 한 앨범입니다.

신비롭고 다채롭고, 무섭고 당찼습니다.

3집 [Enthrone Darkness Triumphant]에서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킵니다.

3집으로 딤무 보르기르는 많은 것을 이루어냈고, 누렸습니다.

이후 이들의 음악세계는 더 커지고, 다채로워집니다.


딤무 보르기르는 블랙메탈에 큰 그림을 기증했습니다.

블랙메탈에 최적화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용성, 인지도, 확장성 이외에도 블랙메탈에 공헌한 바가 큽니다.

딤무 보르기르를 빼고 심포닉 블랙메탈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이들의 이름을 빼고 블랙메탈을 이야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이들의 이름을 빼면 블랙메탈에, 넓은 시각으로 보았을 때 헤비메탈 역사에 구멍이 생깁니다.

딤무 보르기르이기 때문에 감히 이런 접근이 가능합니다.




(참고자료)

The Metal Archives, Dimmu Borg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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