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1.
2017년까지 부활이 발표한 앨범입니다.
[Rock Will Never Die] (1986)
[Remember] (1987)
[기억상실] (1993)
[잡념에 관하여] (1995)
[불의 발견] ((1997)
[이상(理想) 시선] (1999)
[Color] (2000)
[새, 벽] (2002)
[Over The Rainbow] (2003)
[서정(抒情)] (2005)
[사랑] (2006)
[Part 1. Retrospect: 25th Anniversary] (2009)
[Part 2. Retrospect: 25th Anniversary] (2010)
[Purple Wave] (2012)
정규앨범 13장을 발표했습니다.
1집 [Rock Will Never Die]와 2집 [Remember]에서 부활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락, 하나로 집약됩니다.
이 두 장의 앨범은 부활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이 당시 부활은 불같았습니다.
멋지게 음악을 했고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큰 밴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1993년 3집 [기억상실]이 나옵니다.
부활의 자세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도전을 외치던 모습에서 주변을 보듬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경쟁도 떨쳐버린 듯했습니다.
이름은 그대로인 채, 업종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낯설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모양새이었습니다.
2집과 3집 사이의 간극은 예나 지금이나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사건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두 앨범 사이에 앨범 ‘하나’를 끼워 넣으면 원인이 규명되고, 아귀가 맞아떨어집니다.
부활의 활동이 중지되었던 1990년 김태원은 밴드 게임(Game)을 결성해 1집 [Existence]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부활 3집 [기억상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김태원은 이전 야생마 같은 기질을 벗은 채 감수성 짙은 소년으로 탈바꿈해있었습니다.
‘불’이 사그라진 자리를 ‘꿈’이라는 존재가 대신한 것입니다.
김태원은 밴드 게임을 통해 달리진 자신을 알렸습니다.
부활의 [기억상실]은 게임의 [Existence]와 연관이 깊습니다.
후자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전자는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앨범이었을 겁니다.
반면 2집 [Remember]에서 밴드 게임의 [Existence]를 거치지 않고 [기억상실]로 넘어온 사람들은 혼란을 겪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향점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도전, 고민, 불같던 모습은 조화, 안정, 꿈이 대신했습니다.
부활의 체질이 변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없던 게 새로 태어난 것이 아니고, 갖고 있었지만 두드러지지 않았던 성품이 체질 변화로 표출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습니다.
[기억상실]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부활은 작지만 강한 변화를 시도합니다.
4집 [잡념에 관하여]가 그 결과물입니다.
부활 앨범에서 변화, 시도가 담긴 마지막 앨범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 이후 부활에서 변화, 시도는 나오지 않습니다.
반복과 답습에 머물 뿐입니다.
[잡념에 관하여]는 이 점에서 보았을 때 가치가 높습니다.
김태원이 가장 신경 써 만든 앨범으로 4집 [잡념에 관하여]를 꼽습니다.
그가 음악으로 그리고 싶었던 그림이 이 앨범에 담겨 있습니다.
김태원에게 [잡념에 관하여]는 빈 도화지입니다.
이 시점에서 부활은 새로 태어나는 존재입니다.
선 하나를 긋습니다.
기억이었습니다.
기억은 익숙한 단어입니다.
부활은 회상→존재→기억상실→잡념 순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기억 위에 잡념을 덧칠했습니다.
잡념은 기억을 덮고 싶었습니다.
순간들로 도화지를 채웁니다.
가득 채웠을 겁니다.
그리움에게 오지 말라 했습니다.
시(詩)는 들어오라 문을 개방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저물고. 또다시 쉼표로 마무리를 합니다.
김태원이 도화지에 채우고 싶었던 것은 기억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도화지에 집중했습니다.
훌륭한 그림이 탄생했습니다.
[잡념에 관하여]를 듣고 나면 [기억상실]이 준비 단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앨범은 진지합니다.
김태원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과거는 과거로 놓고, 지금 이 순간을 음악에 담고자 했습니다.
[잡념에 관하여]는 진지하다 못해 무거운 앨범입니다.
아마도 김태원은 역작을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기억상실]보다 나은 앨범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잡념에 관하여]는 들을 때마다 새로운 앨범입니다.
노래가 시작되면 여전히 설렙니다. 4집이 이후 부활에서 꿈, 순간, 지금을 찾기 힘듭니다.
부활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한 이들에게 4집은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4집 [잡념에 관하여] 다음으로 5집 [불의 발견]이 나온 것은 우연인가, 의도인가 잡념에 빠집니다.
닳도록 들은 ‘時 쓰는 時人의 詩’가 오늘도 좋습니다.
2.
2002년 이승철이 부활 보컬 자리에 들어옵니다.
부활 보컬은 앨범 한 장, 길어야 두 장일 정도로 교체가 잦았고 거쳐 간 인물도 많았습니다.
이승철의 빈자리가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가 다시 돌아온다, 어찌 아니 기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돌고 돌아 마지막 조각이 채워진 것입니다.
이제 기다림이 남았습니다.
기다림의 보답은 달콤했습니다.
신보 [새, 벽]과 ‘Never Ending Story’를 공개했습니다.
‘희야’를 이인자로 밀어내고 ‘Never Ending Story’가 부활의 일인자 자리에 오릅니다.
어렵게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이 곡으로 그룹 부활은 새로운, 정확히 말하자면 첫 번째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멜로디 창작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김태원은 이 곡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부활에게 돈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쥐게 한 곡입니다.
세상에 이런 효자 없을 겁니다.
(참고자료)
Maniadb,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