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미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옛글 속의 음악풍경]으로 옛 선조들이 남긴 글에서 음악의 흔적을 찾아 쓴 책입니다.
유교국가인 조선은 음악을 사람의 마음에 합치되어 만물이 감응하는 것으로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에도 나와 있듯이 음악은 서로 나눠야 가치가 있습니다.
혼자 즐기는 음악은 정(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세계에 빠질 우려가 큽니다.
동(動)은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왕래를 통해 기가 순환되고 서로의 마음을 읽게 됩니다.
글이 음악을 만나 생동감을 얻고 시가 악기에 올라 입으로 퍼집니다.
글에 화색이 돋고 음악에 사색이 묻어납니다. 글과 음악은 운명적으로 하나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주 옛날 주술과 반주가 하나이었듯이 사와 음률은 한 덩어리로 움직입니다.
가사가 덧붙여졌을 때 노래의 감응이 더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에 마음이 담긴 가사는 금상첨화(錦上添花)입니다.
‘마침내 향로봉 정상에 오르자 천지가 아득하게 펼쳐지는 광경을 마주하면서, 마치 공자가 태산에 올랐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 것임을 직감하기도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함께 간 일행 중에 대금을 부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금 소리가 구름 위로 올라가 푸른 하늘 위에서 슬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자 송인숙이 “제가 오늘 신선세계의 음악(仙界之樂)을 알았습니다”라고 했고, 이여인은 “봉황을 타고 적(笛)을 분다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조호익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가파른 봉우리 외로이 솟아 하늘을 찌르는데
몸은 험준한 꼭대기에 오르니 높이가 얼마인가
오늘 눈에 보이는
천하가 작기만 한데
장자는 무슨 일로 털끝과 같다고 했는가’
‘유곤원에 의해 귀개공자를 연상시킬 정도의 뛰어난 거문고 명인으로 묘사되었던 강장손은 자신이 새로 창작한 자신만의 연주작품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귀거래사(歸去來辭)’였다. [귀거래사]는 원래 중국 남북조시대 도연명의 대표적 문학작품이다. 세속의 티끌을 등지고서 기개를 품고 은둔을 지향하는 시의 내용으로 인해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이념적 이데아의 경지를 담은 것으로 여겨지던 작품이기도 하다. 강장손은 이 [귀거래사]를 거문고 반주에 올려 노래하도록 창작을 했는데, 거문고를 배우는 많은 이들이 강장손의 ‘귀거래사’를 배우고 악보에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출처: [옛글 속의 음악풍경])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중략)
하늘에는 석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출처: [향수])
시인 정지용의 [향수]는 어느 날 박인수, 이동원의 입을 벗 삼아 대중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교과서 속 [향수]가 김희갑이 작곡한 곡 ‘향수’로 탈바꿈하며 넓은 세상으로 나온 겁니다.
문학과 음악의 만남, 서로 부족한 점을 매웠고, 결속력은 강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어왔던 곡인 양, 낯섦은 저만치 멀어집니다.
(참고자료)
[옛글 속의 음악풍경], 전지영, 북코리아
정지용 문학관,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