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2. 소설 [크눌프] (8)
1) 이른 봄 (7)
작품 [크눌프]는 성장 소설(成長小說)입니다.
크눌프는 소설 [크눌프] 속에서 나이를 먹으며 사는 주인공입니다.
미국의 비교신화학자(比較神話學者) 조세프 존 캠벨(Joseph John Campbell)은 저서 [천의 얼굴을 한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에서 영웅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영웅의 탄생은 고행의 시작이다.’
영웅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조만간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자신만만해 합니다.
곧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믿음이 하나둘 벽에 막히고 자신감이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영웅을 향해 온갖 방해가 펼쳐집니다.
영웅은 어느새 동네북 신세가 됩니다.
자신만만하던 청년은 의심의 눈빛을 가진 어른으로 변합니다.
어른은 영웅이 되고자 합니다.
영웅이 되는 길은 동네북에서 벗어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세상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고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기 시작합니다.
깨달음은 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영웅은 집을 떠나, 시험을 받고, 시험에 좌절하고, 시험의 답을 찾는 과정을 겪습니다.
영웅은 천신만고 끝에 답을 찾습니다.
아니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답이 자신이 알고 있는 답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답이 꼭 ‘답’일 필요가 없습니다.
영웅에게 답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웅이 영웅인 까닭에 영웅이 영웅다운 행동을 했다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답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가상하다 본 것입니다.
과정을 중시하고 인정하고자 했던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답이 꼭 ‘답’일 필요가 없습니다.
시험을 통해 성장한 영웅은 떠났던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이 영웅의 삶, 과정입니다.
조세프 캠벨이 바라본 영웅의 삶은 일반인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영웅이 타지로 떠나 시험에 좌절하고 답을 찾아 귀향하는 과정을 인간의 일생과 비슷하다고 보았습니다.
영웅의 통과의례(通過儀禮)나 인간의 통과의례나 도긴개긴이었던 것입니다.
영웅은 인간의 자식이고, 동시에 인간은 영웅의 삶을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천의 얼굴을 한 영웅]은 영웅의 성장을 다룹니다.
곧 [천의 얼굴을 한 영웅]이 인간의 성장을 다룬 책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소설 [크눌프]를 성장 소설이라 했습니다.
그 내용을 [천의 얼굴을 한 영웅]에 빗대어 보자면 첫 번째 장 ‘이른 봄’에서 영웅, 아니 인간 크눌프는 집을 떠난 상태입니다.
그는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입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를 한 영웅은 자신만만합니다.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일등이라는 생각을 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는 게 생각대로만 되지 않습니다.
사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의 연속입니다.
앞을 막았다 싶어도 연이어 뒤통수를 얻어맞는 게 다반사입니다.
속지 않는다고 다짐해도 속이려 드는 자들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세상의 반은 사기꾼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크눌프는 겉으로 세 보입니다.
말 잘하고 행색도 괜찮습니다.
소문 역시 크눌프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매력도 있어 보입니다.
처음 보는 여인을 노래 한 곡으로 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때 크눌프는 믿음직하고 학식 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절기 입춘(立春)의 기운이 크눌프를 감쌉니다.
기백, 자신감, 청춘 모두 크눌프를 대표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