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크눌프 18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2. 소설 [크눌프] (12)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1)

크눌프 역시 나이를 먹습니다.

그도 세월을 이기지 못합니다.

세월은 자연마저 뒤바꿉니다.

세월에 이길 장사 없습니다.

세월이 가자고 하면 가야 합니다.

크눌프 역시 세월의 흐름을 따라야 합니다.

크눌프 눈가에 깃든 검은 자국이 안쓰럽습니다.

고향을 떠나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얼마 전까지 크눌프는 자랑거리이었습니다.

그가 입에 오르내릴 때면 분위기가 활기찼습니다.

서로 친분을 자랑했습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봄을 부르는 전령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이상에서 현실로 내려앉았습니다.

예전 그가 한마디 하면 와 하고 동조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이제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습니다.

아직도 크눌프는 능변가입니다.

그의 말솜씨는 기가 찹니다.

귀에 쏙 들어오고 가슴에 와 닿습니다.

감동을 일게 하고 눈시울을 적십니다.

말재주가 예전 그대로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입니다.

크눌프는 만담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내용도 그럴싸했습니다.

동네 지식인 나부랭이보다 아는 것도 많았고 표현도 잘했습니다.

새로운 것도 전파했습니다.

그가 연단에 오를 때면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지금 돌이켰을 때 눈에 뭐가 씐 듯합니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희망이 일었습니다.

도움을 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모두 그의 등장을 즐겼고, 함께 그의 음성을 느꼈습니다.

그가 화를 내면 같이 울화통을 터뜨렸고, 슬픈 표정을 지으면 눈물로 답했습니다.

그에게 선동가 기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했습니다.

유독 그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자신감이 넘쳐 그랬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 거의 다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