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2. 소설 [크눌프] (31)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20)
⑤ 음악과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1)
제목: [황천길]
년도: 1989년
가수: 김수철
1. 황천길 (태평소)
2. 한 (아쟁)
3. 나그네 (대금)
4. 슬픈 소리 (창)
5. 외길 (피리)
6. 가고파라 (피리)
7. 갈등
8. 풍물 1989
가수 김수철이 1989년 내놓은 국악 앨범 [황천길]입니다.
곡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국악기 편성이 도드라집니다.
1984년에서 1987년 사이 작곡한 곡들을 모은 앨범이라고 합니다.
두 해 전인 1987년 앨범 [金秀哲]이 나옵니다.
[영의 세계]라는 무용 작품 음악이 담겨 있습니다.
김수철의 국악 실험 출발을 보통 [金秀哲]로 보는 편입니다.
1. 비애
2. 행렬의 춤
3. 인생(아쟁)
4. 욕망
5. 삶과 죽음(대금)
6. 선과 악과 미소
곡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평상시 알고 있는 음악인 김수철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독하게 제목을 쓴 모양새입니다.
아마도 무용 [영의 세계]에 맞추어 쓰다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목만 갖고 추측했을 때 장례(葬禮)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행렬의 춤’은 상여(喪輿)를, ‘인생(아쟁)’은 삶의 굴곡을, ‘삶과 죽음(대금)’과 ‘선과 악과 미소’는 입관(入棺)을 떠올리게 합니다.
앨범 [金秀哲]은 시종일관 진지합니다.
김수철의 첫 번째 국악 실험은 소리의 진지한 만큼이나 울림이 좋았습니다.
이 앨범이 나왔을 당시 ‘대중음악’과 순수예술인 ‘국악’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대중음악 작곡자의 영화음악 진출을 반겼던 것과 달리 국악, 클래식은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대중음악과 국악의 결합은 1990년대 들어서야 조금씩 이루어집니다.
김덕수가 이끌던 ‘사물놀이’가 둘의 만남에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대중음악, 그러니까 대중 속으로 국악이 들어오는 계기를 마련했고 국악의 편견을 깨는 데도 앞장섰습니다.
이후 대중음악과 국악은 서서히 서로의 문을 열며 협력, 공동(Collaboration)의 이름으로 교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중음악과 국악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부르는 장르가 다를 뿐 섞일 때 하나인 듯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하지만 앨범 [金秀哲]이 나왔을 무렵 상황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대중음악을 순수예술과 한 곳에 놓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준 차이가 났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높고 낮음으로 가치를 판단했습니다.
국악이 대중음악에 쉽사리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대중음악도 순수예술에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용어의 차이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과 국악의 만남을 협력, 공동, 결합이라고 표현합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실험이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실험은 용기가 있어야 했고, 비난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본인이 확신을 해야 했고, 주변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1987년 앨범 [金秀哲]의 반응은 이러한 주변 상황으로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합니다.
앨범 [金秀哲]은 실험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래서 앨범 [金秀哲]은 실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