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2)
크눌프가 고향으로 되돌아옵니다.
돌고 돌아 귀향하는 것입니다.
통과의례를 마치고 어머니 자궁을 찾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은 시작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탄생을 뜻합니다.
삶의 요람이라고 합니다.
편한 자리, 따뜻한 아랫목을 말합니다.
춥고 배고프면 아랫목을 떠올립니다.
타지에서 고향은 어머니의 품을 상징합니다.
영웅의 귀향은 여행의 종지부를 뜻합니다.
여행의 종지부는 한 아름이 될 수 있고 빈털터리일 수 있습니다.
또는 떠난 차림 그대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게 잘 났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만족하는 바가 다르고 지켜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이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반면 핏줄 모두 떠난 채 누울 곳 하나 남아 있지 않다면 고향은 고향이 아닌 것같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남 같으면 난감하기 그지없을 터입니다.
그래도 나그네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합니다.
갈 곳이 있다는 건 비빌 언덕이 있다는 뜻입니다.
누군가에는 그 자체만으로 큰 축복입니다.
추억의 장이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고향은 정화(淨化)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거칠고 지저분해도 품에 안아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제아무리 똥 덩어리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누가 손가락질이라도 할 참이면 으르렁 역성 높입니다.
정화는 재생, 부활과 의미가 통합니다.
지친 몸을 받아주는 곳이 고향이며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해주는 곳이 고향입니다.
쓰러진 자를 일으키는 곳도 고향입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이고, 어머니의 자궁입니다.
기적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품고 토닥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려줍니다.
행여 상처 입을까 입을 막습니다.
크눌프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갑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크눌프입니다.
세상살이에 짓눌린 크눌프입니다.
그가 고향 땅을 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