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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라디오 Dec 06. 2016

Rainbow: 독일 라이브 앨범

2016년 12월 6일

Rainbow -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


작년 하드락 밴드 레인보우(Rainbow)가 오랜 휴식기 끝에 활동을 재기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재결성 소식은 즉시 호응을 이끌어냈고 어떤 멤버로 나설 건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윽고 멤버가 발표되었습니다. 


기타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를 중심으로 

키보드 옌스 요한손(Jens Johansson), 

드럼 데이비드 키스(David Keith), 

베이스 밥 뉴보(Bob Nouveau) 

그리고 보컬 로니 로메로(Ronnie Romero) 5인조 구성이었습니다. 


멤버에 대체 수긍하는 분위기였으나 보컬은 의외의 인물이었습니다. 

멤버 발표 전 보컬리스트 자리를 두고 조 린 터너(Joe Lynn Turner)가 인터뷰에서 전 멤버였던 자신을 뽑아줬으면 하고 의견을 흘리는 등 탐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명의 스페인 헤비메탈 그룹 로즈 오브 블랙(Lords Of Black)의 로니 로메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정을 지켜본 이들은 그가 누구냐 에서 어떤 보컬리스트냐로 관심을 돌려야 했습니다. 


마침내 지난 11월 레인보우가 독일 공연 실황을 담은 라이브 앨범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를 발표했습니다. 

 

1) ‘Highway Star’ - 딥 퍼플 6집 [Machine Head]
2) ‘Spotlight Kid’ - 레인보우 5집 [Difficult To Cure]
3) ‘Mistreated’ - 딥 퍼플 8집 [Burn]
4) ‘16th Century Greensleeves’ - 레인보우 1집 [Ritchie Blackmore′s Rainbow]
5) ‘Since You Been Gone’ - 레인보우 4집 [Down To Earth]
6) ‘Man On The Silver Mountain’ - 레인보우 1집 [Ritchie Blackmore′s Rainbow]
7) ‘Catch The Rainbow’ - 레인보우 1집 [Ritchie Blackmore′s Rainbow]
8) ‘Difficult To Cure (Beethoven′s Ninth)’ - 레인보우 5집 [Difficult To Cure]
9) ‘Perfect Strangers’ - 딥 퍼플 11집 [Perfect Strangers]
10) ‘Stargazer’ - 레인보우 6집 [Rising]
11) ‘Long Live Rock ‘N’ Roll’ - 레인보우 3집 [Long Live Rock ‘N’ Roll]
12) ‘Child In Time’ / ‘Woman From Tokyo’ - 딥 퍼플 4집 [In Rock]과 7집 [Who Do We Think We Are] (메들리를 한 곡으로 취급)
13) ‘Black Night’ - 딥 퍼플 4집 [In Rock]
14) ‘Smoke On The Water’- 딥 퍼플 6집 [Machine Head]


딥 퍼플 6개, 레인보우 8개 총 1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레인보우 재결성 공연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선곡이 뜻밖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곡의 비율만 놓고 보자면 레인보우 공연이 아닌 리치 블랙모어 솔로 공연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리치 블랙모어가 딥 퍼플의 주축 멤버였고 애착이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팬들도 십분 수용할 겁니다. 


하지만 레인보우 간판을 걸어놓은 상황에서 두 그룹의 동거는 씁쓸했습니다. 
딥 퍼플은 딥 퍼플만의 색깔이 있고, 레인보우는 레인보우만의 색깔이 확실합니다.
엄연히 둘은 다른 그룹입니다. 
리치 블랙모어가 딥 퍼플에 다시 들어간다 했으면 딥 퍼플이라는 그룹을 향해 박수를 보냈을 겁니다. 
레인보우 재결성이 발표되었을 때 반응을 보인 것은 레인보우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리치 블랙모어가 이렇게 공연 리스트를 짠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선곡을 주도적으로 한 인물은 리치 블랙모어였을 것이고, 그것을 토대로 그의 의향을 추측해보았습니다. 

1997년 활동 중단을 발표한 이후 레인보우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잊혔던 이름이었습니다. 

리치 블랙모어는 포크락 그룹 블랙모어스 나이트(Blackmore′s Night)를 결성해 하드락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습니다. 

주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레인보우 활동은 요원했던 게 분명했습니다. 

예전이나 활동 중단 당시나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리더는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18년이 지나고 2015년 레인보우 활동 재개 소식이 발표됩니다. 


리치 블랙모어는 ‘All Rock’이라는 표현을 쓰며 재결성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가 말한 ‘All Rock’은 블랙모어스 나이트를 잠시 접어두고 예전 음악을 다시 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욕구가 터지며 내뱉은 외침이기도 했습니다. 

욕구, 응어리, 폭발, 분출, 일련의 과정을 ‘All Rock’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분출의 대상은 레인보우였습니다. 

주인이 바뀐 지 오래된 딥 퍼플은 그가 손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애초 고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복귀 가능한 곳은 활동 중지 상태인, 자신만이 봉인을 풀 수 있는 레인보우로 귀결됩니다. 

결정을 내린 그는 어떤 곡으로 공연을 채울지 고민을 했을 겁니다. 

레인보우 시절 곡으로 충분했을 텐데, 그는 딥 퍼플 곡을 추가 선곡했습니다. 

‘All Rock’을 선언한 순간 딥 퍼플과 레인보우의 벽이 허물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룹 이름은 의미가 사라지고 ‘All Rock’ 앞에 곡들은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 것입니다. 

재결성된 레인보우의 이름으로 곡에 새 생명을 부여한 셈입니다.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 수록곡에 대한 의문이 풀립니다. 

리치 블랙모어가 레인보우 공연에 딥 퍼플, 레인보우 곡을 섞어 공연한 것은 의중을 따질만한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선곡에 대한 의구심은 오해였습니다. 

리치 블랙모어는 재결성을 결정하면서 자유롭게, 좋아하는 곡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레인보우라는 틀에 짜 맞추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곡들로 타협점을 잡아 조율한 결과이었습니다.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에 가졌던 의구심이 풀렸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보컬이 의외였습니다. 
무명이란 점이 걸리기도 했지만 더 큰 사항은 검증받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레인보우에 승선하기 위한 조건으로 검증받은 뮤지션이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가입에 우려를 두지 않았다 하면 거짓일 겁니다. 
확인을 위해 앨범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약 1년 뒤 레인보우가 라이브 실황으로 내놓았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리더 리치 블랙모어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로니 로메로는 놀랍게도 딥 퍼플, 레인보우를 거친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 조 린 터너, 이언 길런(Ian Gillan),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등의 보컬리스트를 아우르는 실력이 지녔고 입증을 해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위축이 될 수 있는 쟁쟁한 선배의 뒤를 이어 로니 로메로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검증한 겁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Over The Rainbow’가 인트로로 깔리며 공연이 시작됩니다. 

딜레이 걸린 로니 로메로의 목소리로 첫 곡 ‘Highway Star’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Highway Star’ 첫 소절이 미처 끝나기 전, 로니 로메로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갔습니다. 


2010년 로니 제임스 디오가 위암으로 사망합니다. 
그는 엘프(Elf), 레인보우,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 디오(Dio), 헤븐 앤 헬(Heaven & Hell)을 거치며 헤비메탈의 역사를 썼던 보컬리스트였습니다. 
그가 남긴 많은 곡, 창법, 무대매너, 인성 등은 헤비메탈 문화 구축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를 빼고 헤비메탈을 논하는 건 의제 없는 회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2010년 헤비메탈 계는 큰 별을 잃었습니다. 
로니 제임스 디오는 락계의 마왕이었습니다.   


로니 로메로의 보컬은 놀라웠습니다. 

머리와 코를 써서 소리를 내는 기술, 긴 호흡, 중간중간 펼치는 애드리브, 로니 제임스 디오와 많이 닮은 그였습니다. 

음색마저 로니 제임스 디오와 가까웠습니다. 

이 앨범을 듣기 전 로즈 오브 블랙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때 느낀 로니 로메로는 노래 잘 한다 정도였지 이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레인보우 음악과 어울릴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로니 로메로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은 노파심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표현을 사람에게 써도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싱싱한’ 로니 제임스 디오의 모습이었습니다. 


네 번째 곡인 ‘16th Century Greensleeves’에서 고음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능숙하게 구사하는 바이브레이션은 이 앨범의 백미로 꼽힐 수 있을 겁니다. 

일곱 번째 ‘Catch The Rainbow’를 듣고 리치 블랙모어가 로니 로메로를 뽑은 이유에 대해 나름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단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리치 블랙모어가 레인보우 재결성을 발표한 것이 2015년, 멤버 구성 역시 2015년에 이루어집니다. 

로니 제임스 디오의 사망이 2010년, 로니 로메로의 2016년 모습, 로니 로메로가 풍기는 로니 제임스 디오의 기운.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 속 ‘Man On The Silver Mountain’에서 나온 애드리브이었습니다.  


리듬에 맞춰 로니 로메로가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Who Is The Man On The Mountain?
Who Is The Man On The Mountain?
You Are The Man
You Are The Girl
I Wanna Tell You Who Is The Man, The Man On The Mountain
Ronnie Dio Is The Man On The Mountain
저 산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저 산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당신일 수 있고
당신일 수도 있고
그가 누구인지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 산에 있는 사람은 로니(제임스) 디오입니다


리치 블랙모어는 2010년 로니 제임스 디오의 사망에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그리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을 겁니다. 

레인보우 재결성 의지가 조금씩 커가던 시기와 맞물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획이 구체화되고 방식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보컬 문제는 과거 멤버를 소환할 것인지, 새로운 멤버로 할 것인지, 자칫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겁니다. 

2015년 리치 블랙모어가 로니 로메로를 보컬로 뽑습니다. 

만약 로니 제임스 디오가 살아있다고 가정했을 때 리치 블랙모어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로니 제임스 디오를 선택했을 겁니다. 

레인보우의 음악은 리치 블랙모어와 로니 제임스 디오가 구축하고 완성시켰습니다. 

로니 제임스 디오의 향수를 떨쳐버리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뽑은 인물이 로니 제임스 디오 이미지를 품고 있는 로니 로메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여러 과정을 추모, 헌정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리치 블랙모어의 선택, 로니 로메로의 보컬, ‘Man On The Silver Mountain’ 속 애드리브. 이것을 로니 제임스 디오 헌정 행위였다고 본다면 퍼즐이 맞혀집니다.
구성, 표현, 의미가 그림 하나에 담깁니다. 
레인보우, 리치 블랙모어, 로니 제임스 디오 모두에게 뜻깊은 자리이었습니다. 
무대 위 그들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니 로메로를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었습니다. 


이후 이들의 활동은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인터뷰에서 앨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멤버가 있었고, 재결성을 ‘For Fun’으로 빗대며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투로 말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리치 블랙모어의 손에 달려있을 겁니다.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밝힌 바와 같이 몇 차례 공연 더하고 끝낼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미련 없이 보낼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만 더 레인보우 이름으로 활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일 년에 서너 번이면 충분합니다. 

이대로 끝내기가 아까울 따름입니다. 

로니 로메로의 활약도 좀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레인보우의 라이브 앨범 [Memories In Rock - Live In Germany]에서 ‘Spotlight Kid’와 ‘Man On The Silver Mountain’을 골랐습니다.

(출처: 유튜브)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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