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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창우 Nov 21. 2023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 해석

 <시지프 신화>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삶은 살 가치가 있는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일까? 어떤 가치 체계, 이를테면 유교나 기독교 같은 종교는 끊임없는 의무들을 부과한다. 부모에게 효도해라, 결혼을 해라, 자식을 낳아라, 근면성실해라, 공동체를 위해 희생해라.. 이런 규범들을 따르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규범들은 따르는 이들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집단의 유지를 위한 가스라이팅이다.

 심지어 인간의 본성을 악용하는 가치 체계도 있다.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동물적 감정을 활용하여 사회적 성공을 위해 삶을 희생하라고 한다.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 좋은 직장에 가라, 직장에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라, 자식을 낳아서 성공시켜라... 그러나 성공을 달성하면 더 큰 성공이 필요해질 것이다. 뇌의 쾌락 중추는 개체의 행복을 위해 설계되어 있지 않다. 끊임없이 결핍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자원을 가지라고 압박할 것이다.


 '가치'란 무엇인가? 가치는 실재하지 않는다. 과학이 그 증명이다. 근대 이후의 자연과학은 사실과 가치를 분리시키고, 사실관계 분석의 권위를 독점해버렸다. 사실과 가치를 자기중심적으로 결합했던 모든 체계에는 필연성이 없다. 실재하는 사실관계로부터 가치체계의 공리를 추출해내고 싶겠지만, 그것은 사실로부터 당위를 이끌어내는 자연주의의 오류다. 그러하다고 해서 그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가치의 선택은 온전히 개인에게 남겨졌다. 가치관에는 정답이 없다.


 자살은 보통 어떤 가치 체계에 따라 살던 사람이 그 체계가 제시하는 것들을 따를 수 없게 될 때 일어난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가치 체계를 따랐던 사람은 그것을 이룰 수 없게 됐을 때 때 자살을 떠올린다.

 그러나 애초에 가치는 실재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 잘 살기 위해 가치 체계를 발명해내고 공통의 환상을 믿기로 한 것이다. 그 가치 체계가 당신을 억압한다면, 당신의 삶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체계를 버려라. 성공이, 꿈이, 신이, 가족이 당신을 억압한다면 당신을 버리지 말고 그것들을 버려라. 삶은 자살씩이나 할 정도로 무거운 것이 아니다. 


 카뮈는 필연적인 가치 체계가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 부조리를 바라보며 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것은 몹시 어려울 것이다. 나는 지금의 삶을 정당화해줄 다른 가치 체계를 채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가치 체계가 다 허위라면, 내가 필요한 가치 체계를 채택하면 그만 아닌가? 타인의 가치관을 존중하기만 한다면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든 상관이 없다. 여기에 현대인의 자유가 있다. 삶의 가치는 각자가 삶에 부여하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든, 그것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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