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프리랜서인가?” 했던 이 감정을 기록한다
오늘은 2월 23일. 처음으로 프리랜서 일 제안을 받았다. 2월 한 달을 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여러가지를 출발시켜놨었다. 그리고 플랫폼에서 나에게 일이 들어오지 않거나 나랑 맞지 않으면 안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이 있었는데, 가장 큰 건 회사없이 혼자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너무 두렵고 엄두가 안나서 첫 발을 가볍게 내딛기로 했다. 매일 매일 다른 회사에 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내가 할 수 있나“ 싶은 일에 발도 들여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일을 돈버는 일로 만들어보려고 하루 하루를 공들여 지냈다. 그러던 중, 바로 오늘. 처음으로 프리랜서로서 하나의 프로젝트 제안을 받게 됐다.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진행한 교육이 너무 좋았다며 한번 더 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은 오늘. “이게 프리랜서인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오늘을 기록한다.
내가 프리랜서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일은 몇가지 있었다. 사실 일이라기 보단 일의 방향이나 형태였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일, 순간 순간이 즐거운 일처럼 활동적인 것도 있었지만 어딘가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이나 원하는 장소에서 콘텐츠 기획을 하는 일 처럼 정적인 일도 있었다. 먼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나에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마을 공부방에서 한 명 한 명의 매력이 넘쳐 흐르는 공부방에서 자란 나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 무언가 모를 감동을 느꼈다. 예전에 내가 공부방에서 만났던 친구들 동생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같이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공부방에서의 기억이 진한 감정으로 잔잔히 남아, 교육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영원히 헤엄치고 싶었다. 프리랜서가 된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질려도 좋으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는 놀이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됐다.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넘어야할 산도 많았다. 아이를 좋아하는 것과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수강해온 온라인 양성과정의 마침표를 찍고 인터뷰와 과제도 패스한 뒤 오늘 처음으로 한 아이를 만났다. 외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놓치 않았던 이 아이는 처음에는 낯을 가리느라 울상이었지만, 즐겁게 놀다보니 어느새 배꼽을 잡고 실실 웃고 있었다. 처음으로 모르는 아이를 만나 친해지기 어렵진 않을까,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까 많은 걱정이 앞서서 스케줄을 많이 잡지 못했는데 이 아이를 만나니 모든 생각이 정리됐다. 기린을 보고 “기린!”이라고 크게 외쳐주던 아이의 첫 목소리, 머리 어깨 무릎 발을 하면서 작은 손으로 온 몸을 가르키던 아이의 손가락, 나의 작은 몸동작에도 꺄르르 웃어주던 모습까지.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에너지를 이 아이에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2가지 반가운 전화가 왔다. 첫번째는 아이의 어머님이 “선생님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아이가 선생님과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다음 주에 한번 더 와주실 수 있나요?”하며 제안을 받았던 것.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콘텐츠 발행 업무를 정기적으로 맡겨보고 싶은데 가능하냐는 것. 아이를 만나는 건 너무 하고 싶었지만 다른 스케줄로 함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용기있게 첫 스타트를 끊은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잘했다고, 나도 행복했다고. 멋지다고! 그리고 두번째 제안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게다가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업무가 장애인 보조기구, 재활과 관련된 콘텐츠 제작이어서 내가 부담없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오늘은 그동안 뿌려온 씨앗이 하나 둘씩 싹트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오후 1시 28분. 회사에 다녔다면 촉박한 점심시간에 쫓겨 밥을 먹고 들어와 바쁘게 업무를 계획하고 시작했을 이 시간.나에게 찾아오는 작은 기회의 기쁨을 충분이 만끽하고 다음을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참 좋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나에게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