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때까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었다. 문학 공모전에도 투고했고, 웹툰을 그리기도 했고, 독립 출판도 했다.
게으른 나를 이렇게 도전하도록 만든 주 원동력은 이직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싶었고, 싫은 일은 피하고자 하는 당연한 본성이었다.
그러나 많은 것을 도전해왔음에도 어느 것 하나 성공한 적이 없었다. 성공의 기준이 따로 있겠냐마는, 본래의 목적이 이직이니까, 생계를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공이 나의 목표였다. 그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모든 것이 실패였다. 문학 공모전은 죄다 낙방했고, 웹툰은 정식 연재 제의는커녕 관심조차 못 받았으며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독립 출판을 했지만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시도할 수많은 도전들도 높은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실패로 점철된 인생. 그럼에도 나는 그 실패들이 안쓰럽고도 흐뭇하다. 내가 도전해온 모든 것들이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그 압도적인 확률 앞에서 좌절감이 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도전하고 싶어졌다. 예정된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하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 나의 가능성과 그릇을 알아가는 과정이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알게 해 준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딱 여기까지구나.
그런 순응은 얼마든지 기분 나쁘지 않은 순응이다.
언젠가의 성공이 지금의 실패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란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실패는 성공을 빛나게 해 줄 들러리이자 엑스트라. 성공하고 나서 과거를 회상하며 안주거리 삼을 수 있는 추억담. 내겐 실패는 딱 그 정도의 가치였다.
그런데 실패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는 그 뻔한 말이 왜 이렇게 와 닿는 건지. 실패는 단순히 성공하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 그 자체로도 내 인생이고 거짓됨이 없다.
성공을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많은 실패를 해본 사람’으로 남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나는 실패를 쌓고 싶다. 앞으로 내 인생에 더 많은 실패들이 쌓였으면 좋겠고, 그것으로도 나는 충분히 재밌었다고, 언젠가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