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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Feb 13. 2018

3월의 두려움을 설렘으로

학급 운영 계획 세우기

내용 이전에 관계.


2월은 학급운영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런저런 자료들에 대한 욕망이 커진다. 올해는 어떤 것을 해볼까? 학급운영계획도 세우고, 학기 초 반장선거도 색다르고 의미 있게 준비해보고, 학급에 두레 활동 또는 1인 1기여 제도 같은 자치활동도 도입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자료와 각종 기술적인 것들이 인터넷에 떠돈다. 그것들을 잘 활용해보아도 왠지 허전함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이제 갓 7년 차 교직 생활의 출발점에 선 지금의 내가 현시점에서 깨우친 것은 학급운영은 기술 이전에 철학, 내용 이전에 관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거꾸로 시작되어 2%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과 만날 때에 어떠한 것을 가르쳐줄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관계를 맺을까를 우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기술 이전에 철학이라는 말은 학급운영의 각종 스킬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교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그 말보다는 ‘내용 이전에 관계’라는 말이 올해 나의 학급운영에서의 화두이다. 위의 말은 이번 겨울 방학에 들었던 연수 중에서 (사)청소년 문화공동체 십대지기의 박현동 목사님께서 강사로 오셔서 하신 말로 가장 많은 공감이 갔던 말이다.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교사는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넘쳐나는 내용들을 전달한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것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는 ‘교사’이기 때문에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교사인 내가 가르치는 내용들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지금껏 내가 교육받았던 방식 그대로 나는 가르치는 교사이고, 아이들은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생각을 가진 채 소통하고자 다가선 것이 나이 실수였다. 일 년 간 열의를 다해 다가서고 소통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통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좋은 내용(그 좋은 것도 나이 입장에서 좋은 것일 뿐)을 전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이 말을 명심하려고 한다. “내용 이전에 관계!!!”. 학급운영 평가를 반 아이들로부터 받아보면 종종 이런 평가를 받는다.

“제 생각을 말해도 선생님께선 받아들이지 않고, 선생님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 같아요. 그게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한번 이야기를 하고 나면 다시 이야기하기가 힘들어요.”

 “선생님께서는 좋은 말을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다가서기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선생님하고는 친하다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솔직히 좋은 말, 옳은 말인 건 알지만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나 자신을 우선 돌이켜보면 똑같은 말일지라도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인가에 따라서 나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아무리 좋은 말일지라도 내가 싫어하거나 또는 기대고 싶지 않은 사람의 말은 듣기 좋지도, 들어서 수긍이 가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와 아이들의 만남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말을 할지라도 그 아이가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것인가는 나와 그 아이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내가 아이를 변화시킨다는 자만은 버린 지 오래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내가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가 바로 교사로서 나의 역량이 된다. 그 역량은 단지 좋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좋은 관계가 선행되어야 좋은 내용이 아이에게 수용되고, 아이가 나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이 점을 올 한 해 내 머릿속에 뚜렷이 새기고 실천하려 한다. 아이들과의 새로운 만남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내가 먼저 변하여 다가서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한 몇 가지 학급운영 기술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준비된 교사, 일관성 있는 교사가 되어보자

 - 학급운영계획 세우기


아이들에게 학급운영평가를 받아보면 종종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있다. 바로 일관성과 준비성에 관련된 말이다.

“많은 것을 시도하지만 그것들 중 일부는 꾸준히 되지 않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면은 좋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너무 많이 반영하려다 보니 한번 정해진 것들이 다시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고, 준비 부족으로 조금 더 신경 쓰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여 하루하루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일관성 있게 준비하여 학급에서 해보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일 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머리로 생각만 하지 않고 계획서를 작성해보면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급운영계획서에는 실천 가능한 몇 가지만 적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임교사만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에게나 학생들에게도 공지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담임이 생각하기에 유의미한 것들, 시도해봄직한 것들을 월별로 정리하며 추려가는 과정이 바로 학급운영계획서 작성하기라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연간 학급운영 계획표’만이라도 아래와 같이 작성해보며 일관성 있는 담임, 준비된 담임이 되어보려 한다.

월별 학급운영 계획은 하고 싶은 것 줄이기로부터 출발하는게 좋다. 계획을 위한 계획이 되지 않고 실질적인 되기 위해서.



핸드폰 문자로 다가서기


“제 핸드폰 번호는 000-0000-0000입니다. 이 핸드폰으로 번호와 이름, 부모님의 핸드폰 번호와 간단한 인사말을 보내주세요!!!”

학기 초 아이들과 첫 만남 시간에 학급신문을 만들어 들어간다. 학급신문에는 담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반에 대한 담임의 생각과 바람, 학기 초 챙겨야 할 것 등을 담는다. 그중에서 담임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문자를 보내도록 부탁한다. 문자가 오는 대로 답장을 해주며 아이의 번호를 저장. 이때 부모님의 번호도 같이 저장해둔다. 대면하여 말하기가 아직은 어색한 학기 초에 종종 보내는 문자는 담임과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를 조금 부드럽게 해 주고 기대를 심어주기에 좋은 방법이다. 아래는 수합된 학부모님들의 번호로 문제를 보낸 내용이다.

제가 보낸 문자 내용

보낸 드린 문자 : [동행오반]2009년 영생고 2학년 5반 담임 김용훈입니다. 문자로 먼저 인사드려요. 일 년간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아이들과 행복한 교실 만들겠습니다. 늦은 시간 문자 드림을 용서해 주세요~

회신내용 :
- 선생님 반갑습니다. 부족한 우리 00 잘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00이 엄마입니다. 선생님 자랑을 얼마나 하는지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ㅎ
- 00가 선생님과 한 배를 타게 된 행운에 무척 기뻐한답니다. 처음 그 마음으로 한해 내내 행복한 2-5반이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2-5반 파이팅!
- 00 학생 엄마입니다. 울반 아이들이 선생님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일 년 동안 선생님께서 많은 사랑 주셔서 아이들이 더욱 고운 심성으로 커 갈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동행에 동참하게 된 5반이라 행복한 엄마입니다. 즐겁고 신나는 5반되세요. 선생님 파이팅!
-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00이 막내여서 부족한 점 잠 부탁드립니다.
- 선생님과 함께 2학년 5반 친구들이 일 년 동안 아름다운 동행을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00 엄마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 00 엄마입니다. 힘드시겠지만 1년 동안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이해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선생님 힘내세요
- 부족한 자식 잘 부탁드립니다. 기회 주어지면 찾아뵐게요. 인사 감사합니다.
- 00 엄마예요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00가 무척 자랑하기에 빨리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문자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모 총회 때 뵙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 아이고~ 선생님 먼저 인사 올려야 하는데 면목없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선생님들이 더 존경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담임선생님 감사합니다 00 이가 열심히 하도록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 남길 수 있는 시간 되도록 부탁드리며 항상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 환영합니다 & 축복합니다. 늘 평안 하시고 섬김의 본을 보여 존경받는 교사 되세요


아이들이 많이 쓰게 해보자


3월이 되면 많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쓰도록 하는 편이다. 우선 자기소개서. 당연히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받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 자기소개서를 시작으로, 가정에서의 나의 모습, 학교에서의 나의 모습, 1년 뒤 나의 모습, 10년 뒤 나의 모습 등의 주제를 주고 써오도록 한다.(A4 한 장에 모두 들어가도록 만들어 나누어준다. 학기초... 처음이라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쓴다!) 그리고 6개월 뒤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담임이 보관하고 있다가 여름 방학 즈음에 우편으로 발송한다. 1년에 두 차례 실시!)도 써보게 한다. 학기 초 상담을 위한 자료이기도 하거니와 담임이 짧은 시간 살펴본 바로 판단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가 표현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담임이 본 바와 아이가 쓴 내용이 불일치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기도 하였다.


 가능하다면 아이들에게 쓴 내용들을 발표해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물론 제대로 된 발표를 하는 경우는 아주 적극적인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 “친해지고 싶다”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나, “난 소심해서 먼저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이니 싫어한다고 오해는 말아줘”라든지 하는 지극히 방어적인 이야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쓰기는 말하기를 위한 준비로 그 활용의 폭이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가는 차원에서 자신을 남에게 알리는 차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상담을 위한 각종 설문지


더불어서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각종 글쓰기와 함께 아이를 알기 위한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 가능한 아이의 주변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설문지를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은 학부모님께 보내드리는 ‘학부모 설문지’를 통해 가정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해 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한 달여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학급에 들어오는 교과 담임 선생님들께 학급의 수업 분위기와 학급 아이들 중 수업 시간에 눈에 띄는(열심 또는 특이 행동이 있는 학생 모두 포함) 학생들은 없는지 ‘교과담임 설문지’를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쓴 글과 학부모, 교과담임으로부터 받은 설문지 등은 아이와의 상담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담임이 직접 보고 느낀 생각을 전해주는 것에 보태어 아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하는 말과 주변 사람들이 해주는 말들을 종합하여 이야기를 하며 아이에 대해서 한 달여의 시간을 두고 서서히 판단하려고 한다. 나중에 학급 운영 평가에서 이러한 이유인지 “잘 모르는 듯 하지만 잘 알고 있다. 혹은 잘 아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것 같다”는 평가도 받았었다. 그리고 대체로 “우리끼리는 비밀이라고 생각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이미 알고 계셨을 것 같아요”라는 류의 평가도 듣게 되었다.


왕따 없는 교실, 도난 사고

 - 첫째도 예방, 둘째도 예방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문제는 아이들에게는 엄한 경고로, 부모님께는 당신의 자녀가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심어드리는 것이 첫 발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담임에 대한 믿음이 학기 초 3월 한 달 간에 형성되기는 어렵다. 담임에 대한 기대로 탐색하는 기간이랄까? 그래서 반의 분위기가 적극적인 몇몇 아이들의 주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말할 기회를 주고 인정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왕따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것,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인 지식보다도 관계가 중요하다. 믿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 그 한 사람만 있어도 왕따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동영상을 보고 아이들 스스로 그 심각성과 예방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먼저 준다. 그리고 학교폭력 설문지를 통해서 대면하여 말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적어볼 수 있도록 해준다.(학기 초에는 3, 4월 두 번 정도 학교폭력 설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물론 이후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였다고 하더라도 한 번의 도난 사고로 인해 학급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체로 다른 반 학생이 도난 사고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학급의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나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학급 내 친구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물증 없는 심증이 생기는 순간부터 문제는 무한히 뻗어나간다. CCTV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도난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사실... CCTV를 설치한데도 방지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물건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몸으로 실천할 수 있게 끊임없이 말해주어야 한다. 핸드폰 자율 수거, 지갑 또는 각종 귀중품 일과 중에 담임교사에게 맡기기, 사물함 잠금, 이동 시 교실 문 잠금 철저 등이 필요하다. 담임이 모두 다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학급 내 1인 1기여를 통해 아이들에게 그 역할을 하나씩 맡겨봄 직도 하다. 그리고 우리 반 친구의 물건도 내가 지켜준다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한다. 학기 초에는 특히나 타 학급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막을 필요가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견물생심, 욕망이 생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학기 초가 되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이 떠오른다. 한 가지만 떠올리며 학기 초를 맞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 방법적인 것들을 사용하려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내용 이전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글은 2010년 우리교육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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