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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Feb 20. 2018

씨앗 뿌리는 마음으로 시도하기

학급문고 만들기

아마 2010년도 여학생 반 담임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학급문고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책을 친숙하게 읽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얻고, 몇몇 아이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자평합니다. 이때의 한 학생이 취업 준비하며 카톡으로 보내준 내용을 보면서 '내가 왜 이걸 하지?'라는 생각을 버릴 수도 있었네요. 실용성보다는 그 의미, 그리고 말 그대로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마음밭에 씨 뿌리는 마음으로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 시도하는 모색들이 이어지다 보면 아이들 마음밭, 생각 밭에 저도 모르게 씨앗들이 뿌려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도해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걸 일깨워준 아이의 장문의 카톡을 다시 읽어봅니다.


"방외인! 안녕하세요:)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이 늦은 밤 카톡 하는 게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어요ㅠㅠㅎㅎ 다름이 아니라 2, 3학년 담임선생님으로 저를 인도해주시면서 정말 많은 재산을 남길 수 있게 해주셨던 거 같아서 감사의 인사 꼭 드리고 싶어요! 오글오글 거리게 이게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 할 수 있겠지만ㅎㅎ 2학년 첫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다른 여자 선생님들보다 더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이해해주시려 여러 가지 문서?들을 적어서 제출하게 하셨더라구요~ 그때 당시에 와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 취업을 준비하면서 제 인생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 작성하고 있는데, 와 고등학교 2학년 때 작성한 이 내용들이 어찌나 눈물 나게 반가운지... 그리고 일 년 후, 십 년 후를 내다보면서 미래에 대해 적었던 고등학교 여학생 00 이의 생각이 지금 24살의 000의 생각을 비교하고, 또 내가 계획했던 것만큼 제 인생을 잘 살고 있나 확인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의 꿈과 열정이 지금도 내 마음속에 살아있나 확인사살까지! ㅎㅎ 안타깝게도 열정이 아주아주 많이 식어버린 저를 발견했고,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구요~ 이 밤에 정말 두서없는 이야기지만... 결론은 정말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를 알고 나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친구들과 칭찬 샤워도 해보고, 동행 오번 학급신문에서 오타 찾고, 신문 nie까지! ㅎㅎ 어마어마한 시간들이었네요^.^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게 결국 제 자산이 되었구요. 아 지금 저는 고등학교 때 꾼 꿈처럼 아동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학도 복수 전공하면서 영유아교육 기획 쪽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 선생님처럼 저도 1년 휴학하고 ㅋㅋ 열심히 인턴생활도 했어요!) 결론은......!!!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밤 다시 저를 되돌아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요!ㅎㅎ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래는 그때 정리해보았던 학급문고 만들기 내용입니다.



학급문고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책을 그냥 가져도 놓는 수준이었지요. 올해는 일간지 3개(경향, 한겨레, 매일경제)와 주간지 2개(시사IN, 한겨레21)을 받아보고 제가 가지고 있던 시공디스커버리 한 30권, 그리고 중국 역사 관련 시리즈 대여섯 권, 새로 산 창비에서 나온 세계문학집 한 질, 마지막으로 제가 아침 자습 시간에 읽다가 애들에게 권해줄 만하다 여긴 책. 이렇게 교실에 가져다 놓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 꼭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가져오라고 했지요. 근데.. 첨에 잘 안 가져오다가 제가 가져올 때 아래처럼 책 앞에 아이들에게 추천 이유를 적어오라고 했더니...  앞다투어 가져오더군요 ㅎㅎ 그리고는 앞이 내용 읽은 재미를 쏠쏠히 느끼는 아이들 보았습니다.  (그래서 3월 한 달은 책이 많이 대여가 됐는데... 지금은 효과가 좀 떨어진 듯 ㅠㅠ)
 
 1인1기여를 통해 담당자를 정하였고요. 대여 장부(?)도 넘겼습니다.. 대여 장부에다 한 줄 씩이라도 소감을 쓰게 했는데... 잘 안되고 있다는 ㅜㅜ(욕심이 과했던 듯!) 두 명의 아이 중 한 명은 아이들이 가져온 책, 한 명은 제가 기증한 책을 관리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독서상황기록부도 나누어주고요. 이렇게 만들어놓고... 지금은 조금씩 읽기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게 쉽지는 않네요 ㅎㅎㅎ 그래도 신문이며, 책을 읽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 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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