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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Apr 19. 2018

교육과 입시에 대한 치우친 생각 1

- 공정한 수능? 불공정한 학종?

수능과 학종에 대한 찬반 논쟁에 대해서 거친 수준의 이해를 하고 있어서 정확한 쟁점과 방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직 교사의 입장에서 수능과 학종에 대한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어디까지나 협소한 개인적 경험의 장 안에서 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 논리적,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법관의 판결같은 말보다는 나의 현실에 발딛고 선 입장을 말하는 것 외에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어쩌면 나의 생각은 편견의 산물일 수도 있다.


물론 수능과 학종이라는 제도는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현실의 맥락을 벗어난 제도 자체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제도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난 제도가 좋고 나쁜게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좋고 나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1) 우선 수능 = 공정, 학종 = 불공정의 이야기.


이것은 선발 방식에 관한 이야기인 듯보이나 평가 주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능은 국가가 관리한다. 따라서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학종은 일선 학교의 교사들의 평가+대학 입학사정관의 평가의 결과이다. 따라서 주관적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드는 생각은 왜 학종을 말할 때 생활기록부 기록 주체인 교사들의 수준 차이나 주관성만을 문제 삼는가이다. 사실 학종의 근거인 학생생활기록부는 평가의 자료 중 하나일 뿐이다. 교과 + 비교과 영역에 대한 것들 중 비교과 영역에 대해서 특기사항이라는 이름으로 영역별로 기록하는 것이 교사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학종의 경우도 결국 교과 성적이 중심이 되는 편이다.(일부 예체능 등 실기를 제외하고선) 성적은 교사가 조작할 수 없다. 이미 학교에서 국가가 공인한 평가 시스템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하고 있다. 결국 교사의 기록이 학종을 통한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교사가 제공하는 자료의 신빙성을 걸러내는 수단으로 대학은 실기, 면접 등의 보완 절차를 만들고 있다. 


입학사정관이라는 대학 자체의 평가관이 있다. 이들이 어쩌면 학종에서 가장 절대적 역할을 하는 분들이 아닐까? 결국 판단은 그 분들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입학사정관이라는 역할은 대학 당국의 선발 지침을 벗어난 개인적 판단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입학사정관이 전권을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기보다는 대학의 평가 지침을 만들고 그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학종에서 최종 평가는 대학이 한다.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그 최종 판단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종 판단의 주체에 관한 이야기보다 판단 자료 제공 주체에 관한 이야기들만 내세우며 학종이 불공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대학을 못믿겠다 말하지 못해서 중등 학교를, 교사를 못믿겠다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학종의 불공정성이 마치 교사들의 자질 문제(교사들이 학생을 주관적 선입견으로 평가한다는 의심), 교사 간의 수준 차이 문제(학생생활기록부는 어떤 교사가 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지역 간의 차이 문제(강남 3~4등급은 지방에선 충분히 1등급 한다는 환상) 등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한 마디로 공교육(특히 중등교육)을 믿지 못한다는 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공교육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입시를 할 생각인건가? 학교에서 수능 준비만 해주면 된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수능 준비가 교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수능 = 공정, 학종 = 불공정의 이야기는 교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대학의 선발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로 가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자료 제공자가 잘못했으니 자료 받는 사람이 잘못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학종으로 가는 아이들을 보면 얼마나 꼼꼼하게 본인의 학생생활기록부를 챙기고 살피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들도 어른들이 만든 제도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일단 성취하고자 때론 긍정적인 태도로, 때론 부정적인 태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걸 못보고 계시다면 아이조차 불신하는 거라 말씀드리고 싶다.


사족) 언젠가부터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부모의 양육은 부모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줄어드는 대신 그 부분을 학교가 담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아이들 사고 치지 않게 잘 관리하는게 학교의 역할이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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