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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Nov 17. 2020

송샘의 아름다운 수업

교사로서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묻게 하는 책

이 책은 제목에 '수업'이 있지만 수업방법론에 관한 책은 아니다. 아이들의 삶에 밀착했던 한 교사의 경험담이다.


옳되 구체적이어야 한다.


송형호 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문구이다. 송형호 샘의 이 책, ‘송샘의 아름다운 수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서 다시금 깨우침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송형호 샘만의 고유한, 특별한 능력 몇 가지를 확인했다.


 첫 번째는 뛰어난 카피라이트 능력. 송샘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짧은 문구들을 만드는데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신다. 이는 책의 소제목을 봐도 쉽게 이해가 된다. ‘자퇴 아니고 조기졸업!’, ‘담임의 3불 정책’, ‘그림자와 싸우지 말자 ‘ 등. 이외에도 책에 나오는 ’화남과 화냄은 달라요‘를 비롯하여 ’고자질과 고발의 차이‘,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등의 문구들은 읽은 순간 직관적으로 그 차이를 구별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는 연결의 재주이다. 송샘은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연결한다. 그리고 그 연결 과정에서 교사인 자신이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인식, 곧 한계를 인식하고 행동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교류와 그 교류의 지속성과 깊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세 번째는 표층과 심층을 모두 이해하려는 심미안이다. 사실 학생들과의 갈등의 많은 부분은 눈 앞의 학생이 보이는 언어와 행위들의 대상이 눈 앞에 있는 교사 자신이며, 그 행동의 원인보다는 결과로써 보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교사에게 욕을 한다면, 교사가 싫기 때문에, 반항하려고 하는 것이 결과로 그 욕을 행한 행동을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송샘의 경우에는 욕의 원인이 교사를 향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러한 관점의 전환은 매우 어렵다. 한두 명도 아닌 때론 이 삼백 여명 달하는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기 때문에 부정적 일반화가 먼저 형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고, 그러한 심층을 알아채고 이해하기 위한 심미안의 원천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 책 ‘송샘의 아름다운 수업’은 수업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사실상 한 교사의 교직관, 교육철학과 방법론이 깃들어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러면 교사가 견딜 수 없고 너무 소진되는 것은 아닐까?”, “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아이들 문화와 현재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문화는 너무 다라. 그리고 아이들 자체의 성향도 많이 달라졌어. 송샘의 방법이 지금은 인권적인 요소나 불법적인 요소도 있는 거 아닐까?”, “이건 송샘같은 분이니 할 수 있는 것이야. 그리고 성공 사례들만 있지만 실제 우리는 매일 실패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조금 자괴감도 든다.”


 하지만 이런저런 의문을 품은 채 이 책을 읽어도 앞서 말했던 교사로서 해봄직한 충분한 구체적 방법들과 그 방법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철학이 측면에서 이해해보면 이 책은 충분히 실용서로서의 가치도 있다. 그때 되었지만 지금은 안 되는 것들은 지금의 문화와 방식으로 가능하게 하여야 하며, 송샘이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납득하거나 나도 그러한 처지라고 공감한다면 용기를 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달라졌다면? 앞으로도 달라질 아이들을 만날 교사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의 문화와 성향을 파악하려는 노력(개인의 노력과 교사 공동체가 더불어 공부해야 할 주제)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로서 자괴감을 느꼈다면 또는 답답함을 느꼈다면 나는 지금 내 교육활동을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내 교육활동을 아이들이 만족스럽게 받아줄 리가 없지 않은가? 다만 앞서 말했듯이 그 불만족이 방법의 무지인지, 교육철학 또는 교육활동 방향의 개선의 필요성인지는 내가 직접 풀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의지를 심어주는, 다른 말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이 만능서가 될 수는 없다. 교사의 배움이란 어떤 방법적인 것에서도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리의 이해와 납득 이후의 방법은 착안하여 내가 변용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송샘의 이 책에서 교사로서 나는 연결자로 존재하고, 그러기 위해서 학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에 대한 지식을 찾아야 하고,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존재가 아닌 함께 고민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송샘이 이 책을 통해 종종 언급한 참여와 소통을 통한 돌봄과 치유로서 아이들과 만나기라는 길을 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나의 개인으로서의 성향과 교사로서의 철학을 기반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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