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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선 Jul 16. 2024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영산야 편 2부

책 <영화처럼 산다면야> 동상이몽 제작일지 07-2

3. 나무의 심정


전 고층건물 시설 관리기사라서 정해진 휴일이나 휴가, 병가 외에는 긴급 상황 때문에 갑자기 쉬는 경우는 없습니다. 시설물에 이상이 발생하는 게 뭐 사람 사정 봐주면서 발생하진 않거든요. 코로나 시기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했었고, 폭설이 내리든 폭우가 내리든 그것 때문에 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출근해야 합니다. 그날도 밤새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도시 전체 교통이 마비되었던 날 아침이었어요. 선로가 얼어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전철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한 장 찍어서 친애하는 공저자에게 보내지 않았겠어요?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새벽 출근길


우쒸… 기껏 사진 보내줬더니만 … (손 시린데)


“니가 나무헌티 물어봤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캐나다 나무는 영어하디, 한국어 하디?” 를 완곡하게 표현한 반박글


결국 일기토 신청


일기토 수락!!


이렇게 해서 나온 글이 영화 <박쥐>에 대한 꼭지 <우주의 조화>와 <우주는 혼돈>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연 작가님의 글에서 꽃을 사람 얼굴에 비유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우주는 카오스 (초기 제목)> 초고


한 때 생물시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사람 얼굴을 꽃에 갖다 붙이는 것에 좀 뾰족해져 있던 제가 단박에 반박 대댓글을 또 썼습니다. 좀 길지만, 맥락 이해를 위해 전문을 올립니다.





그리고 여기에 달린 대대댓글도 전문을 올립니다.


.
.
참... 공산당들은... 대대댓글도 길구나






4. 조인성


아. 정말. 이건 도무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왜 그때 이연 작가님이 갑자기 글을 또 다 잠그고 댓글도 멈추고 잠적을 했는지 말이죠. 가까이 살면 리어 네이키드 초크라도 걸어서 실토를 하게 했을 텐데. 게다가 잠적하기 전에 뭐라고 뭐라고 화를 내는 말을 했었거든요 (당연히 이 글도 잠겨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정확히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기분은 여전히 나쁜.


그 당시에도 이연 작가님이 도대체 무슨 일에 삐친건지 고민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 사실, 걸고 넘어가자면 또 제가 잘못한 일이 천지삐까리니까. 글을 수정했는데 그걸 제대로 못 알아봐서 그릉가, 아니면 한국에서 같이 봤던 영화 <애프터 선>의 정서를 하나도 이해를 못 했어서 그릉가. 그런데 아무래도 가장 유력한 이유는 그거 하나였어요. 제가 ‘조인성’ 배우와 동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었던 거. 아니 왜, 저 나이대 여성들은 조인성만 특별 취급하는 겁니까? 농담이고 장난이었던 게 당연하잖아요 (5프로 정도는 진담이지만). 제 아내도 그렇거든요. 제가 ‘변우석’이 되었든 ‘차은우’가 되었든 비교를 하면 그냥 ‘풉‘하고 비웃거나 ‘으이그으’하고 혀를 쯧쯧 차고 마는데, 조인성을 들먹거리면 아주 싸늘하게 한마디 해요. “죽고 싶냐?”


이연 작가님.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아니 아니 말하지 마세요. 왠지 “죽고 싶냐?”보다 더 심한 대사가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는 것 같아서)


그러던 어느 날, 며칠의 침묵 뒤에 이연 작가님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짧은 단답형 대답처럼. 빨리 원고를 끝내버리려는 듯한 뉘앙스의…


야. 빨리빨리 끝내자… 라는 향기가 듬뿍



아놔… 저도 이 때는 참다못해 좀 따져야 했습니다.


그래도 난 내가 조인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쓰다 보니 분량을 훌쩍 넘어버렸네요. 그럼 ‘대중성 논쟁'과 ‘김영란 법과 선물 해외배송' 때문에 생겼던 작은 소동, 그리고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던 퇴고 과정에 대해서는 차후에 지면이 남으면 또 꼬발르도록 하겠습니다.



표지 그림은 이연 작가님 글 <우주는 혼돈> 뒤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삽화 스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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