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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하와 Dec 24. 2020

기분 좋아지는 오후를 위한 파스타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아졌는데 뭘 먹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결혼하고 밴쿠버에 와서 혼자 점심을 먹는 시간이 많아졌다. 더군다나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니며 '엇! 여기 괜찮아 보이는데 한 번 먹어볼까?' 하면서 외식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부부 중에 한 사람이 일하러 나가고 홀로 남아 육아를 하는 엄마이거나 (이런 경우는 아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새가 없다고 듣긴 했지만 ^^;;), 전업주부 시라면 혼자 매일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것에 공감을 하시리라 믿는다. 결혼 전 나의 모든 삶을 서울에서 보냈기 때문에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고, 코로나 때문에 여기 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직장 동료랑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맛집을 찾아다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거나 직장에서의 하소연이나 푸념을 나누곤 했기 때문에 혼자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안 하고 살았다.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있어도 일에 푹 빠져있는 무드에 기분전환이 되곤 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끔 혼자 먹고 싶은 날이면 편의점에서 군고구마와 찐 달걀을 사 와서 한 끼를 때우곤 했다. 또는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떼와 크림치즈 베이글을 사 먹고 바쁜 직장에서 꽉꽉 차있던 마음을 청소하고 오기도 했다.



밴쿠버 다운타운 Italian Kitchen  랍스터 파니니와 토마토 수프 (팁과 택스 포함 25 CAD 정도)


밴쿠버에서 처음 몇 번은 나름 혼자라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고 밴쿠버의 맛집 플레이스도 탐방하고 싶은 욕심에 다운타운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1인 테이블을 예약하고 혼자 주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먹고 나오기도 했다. 아, 저 쪽에서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식사를 하는구나, 친구 두 명이 함께 화이트 와인을 나누며 대화를 하는구나, 썸 타는 것처럼 보이는 한 커플이 내 옆에서 식사를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꽤 재미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맛도 중요했지만, 그것 만으로는 흥미롭지 않았고 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사람 구경하는 것과 내 테이블의 서빙을 담당한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흥미로웠다. 서울에서 바쁘게 살았던 때는 느끼지 못할 여유와 마음의 단순함이었다. 



한 번은 웨스트 밴쿠버라는 동네에서 ‘나는 몸을 좀 아끼는 사람이야’라고 몸이 말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먹고 있는 깨끗해 보이는 비건 레스토랑에서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실제 닭고기가 아니고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닭고기와 치즈인지 두부인지 모를 흰색깔의 엄청 짠 덩어리 같은걸 먹었다. 그 날 저녁 이후 나는 바로 급체를 했고 2-3일 동안 꿀차 외에는 아무것도 못 먹었었다. 밴쿠버는 음식점을 잘 골라야 한다. 글쎄..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식당 회전율이 느려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 먹고 나면 장이 찌릿찌릿 아프거나 음식이 너무 짜거나 하다. 구글 리뷰를 보고 '너무너무 맛있어요 최고예요!'라고 쓰여있어서 갔는데 내 경험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 놀라기도 했다. 여기가 좋다고..? 믿을 수 없어.. 이렇게 말이다.



사실 혼자 나가서 사 먹는 게 대학교 때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의 나로서는 그냥 별 감흥이 없다. 이미 많은 음식을 먹어봐서 그런지 이젠 음식 자체로 감흥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마트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사 와서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게 가장 내 입맛에 맛있고 배 아프지도 않다. 그리고 좋은 것은 캐나다 식료품 마트에 가보면 고기가 우리나라보다 더 싸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밴쿠버나 똑같겠지만 외식하는 것보다 좋은 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해먹는 게 퀄리티 대비 가격이 싸게 먹힌다. 나에게 있어서 점심에 해서 먹기로 가장 쉽고 덜 번거로운 요리가 안심 스테이크 혹은 파스타이다. 한식도 더 맛있지만 손이 오래가서 남편과 같이 먹을 때는 하곤 하는데, 혼자 먹을 땐 그렇게 잘 안 하게 된다.



나의 기분 좋아지는 파스타에 넣는 재료다. 우리는 2인 가구이기 때문에 음식 소비량이 많지 않다 보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야채를 주로 사게 된다.



양파는 보관이 쉽고 오래가며 몸에 좋다. 

마늘도 보관이 쉽고 오래가며 몸에 좋다.

올리브 오일은 오일이지만 비교적 몸에 덜 미안해서 넉넉히 넣는다.

가끔 청양고추 한 개를 고추씨와 함께 송송 썰어서 넣는데 등에 땀이 쫙 나면서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강황가루 (Tumeric)을 넣는다. 강황은 몸에 염증을 줄여준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튼 몸에 좋단다. 치매도 예방해준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카레가루보다 덜 짜서 나는 좋은데 요 씁쓸한 맛이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통후추를 적당히 크게 갈아서 넉넉히 뿌린다. 이건 그냥 향이 좋아서.

기다랗고 얇은 파스타면을 삶아서 마지막에 함께 볶아낸다.



그리고 안심 스테이크에 통후추 듬뿍 그리고 스테이크 시즈닝을 뿌린 다음에 고기 앞뒷면에 올리브 오일을 소량 발라서 그냥 구워낸다. 그리고 오로지 파스타와 먹는 나에게만 집중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러면 오후를 힘차게 보낼 힘이 난다.  



외식은 나중에 코로나가 끝나면 그때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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