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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하와 Jan 19. 2021

매일 남편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

자동차 1대로 생활하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

우리는 자동차 1대로 생활한다. 자동차 1대로 생활하자는 것은 남편의 의견이었다. 남편이 꼽은 자동차 1대의 장점은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 자동차 보험료가 절약된다.

둘째, 자동차 유지비가 절약된다.

셋째, 우리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처음엔 내가 왜 라이드까지 해줘야 해? 자기 점심 도시락도 가져간다며... 일어나서 남편이 샤워할 동안 나는 아침상 차리고, 도시락 반찬 만들고, 옷 입고 데려다 주기까지 해야 해? 왜? 이런 생각뿐이었다. 버스 타고 가면 안돼?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는데 아침에 자전거 타고 가! 운동도 되고 좋다. 응? 이랬는데 버스는 오래 걸려서 싫다 하고, 자전거는 차도로 달려야 하니까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아서 싫다 한다. 




왜? 자기는 버스 타면 오래 걸려서 안되고 나는 오래 걸려도 돼?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고 모든 사람이 그걸 누릴 자격이 있어. 자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아깝고 나는 안 아까워? 그건 왜 그런 건데? 하고 나는 따졌다. 그래도 결국 질질 끌려 나오듯 내키지 않아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왔다. 아침에 그래 까짓 거 한 번 해보자. 안 좋으면 안 한다고 하고 내 차를 살 거야 하면서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동네는 차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고 이동에 제한이 따르는 곳이다. 온 사방이 주거지역인데 버스는 오래 기다리고 빙 돌아가기 때문에 오래 걸리고, 뭐라도 사거나 장이라도 보면 너무 무거워서 들고 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여행용 짐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고 장을 보고 올 수는 없지 않은가... 


 


막상 해보니까 나쁘지 않았다.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니.. 정확하게는 캐나다 워킹 퍼밋이 없어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침에 집에 있으면 집 정리한다 설거지한다 바로 밖에 나가지 않게 되었는데 일단 남편이랑 같이 차를 타고 나온다. 다행히 남편 회사는 집에서 가깝고 이 곳은 밀집 상업지역이 아니라서 서울처럼 아침에 길이 많이 막히지 않고 10분 - 15분이면 왕복으로 금방 도착한다. 남편은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본인이 운전을 한다. 나는 옆에 타서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회사 앞까지 간다. 잘 다녀올게 뽀뽀해주는 남편.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나. 잘 다녀와하고 나는 차를 타고 운전해서 집에 오거나 공원에 산책하러 간다. 남편 라이드를 해주니까 장점이 하나가 더 생겼다. 규칙적으로 아침에 밖에 나가면서 오전 시간을 시작하고 오후를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처음 밴쿠버에 와서 가라앉던 무드도 더 좋아졌다. 




저녁에 남편 퇴근시간이 되면 나는 차를 끌고 다시 남편 회사 앞으로 간다. 오늘은 5시 45분에 나갈게. 오늘은 6시에 나갈게. 남편 회사는 야근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식이나 회사 내 사적인 모임도 전혀 하지 않는다. 아마도 코로나의 영향도 있어서 직원의 90%는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캐나다는 가족 중심적이다. 주말에도 가족끼리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나라다. 직원들도 거의 가족 중심의 삶을 살기 때문에 일 끝난 뒤의 저녁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그래서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남편을 데리고 집에 온다. 




남편이 가끔 일 하다가 치과나 클리닉에 가야 하는 날이면, 혹은 다른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날이면 중간에 남편을 만나러 간다. 목적지까지 데려다줘야 하니까. 차를 내가 써야 나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우니까 남편이 일하는 동안 평일에 차는 항상 내가 지킨다. 문득 서울에서의 삶을 생각해봤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저녁에는 야근이 잦으며, 자주 회식이 있어서 늦게 끝나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나도 일을 계속했을 테고, 남편도 일을 하니까 서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혼자 집에 일찍 와서 남편을 기다리면 서운하고 야속했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남편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숨이 막힐 것 같을 수도 있는데 그냥 편안하다. 그래서 남편이 처음 얘기한 세 가지 장점이 맞는 것 같다. 자동차 1대를 사용해서 생기는 단점이라고 하면, 글쎄 부부 두 사람이 동시에 일을 해서 같은 시간에 각각 다른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상황 혹은 아기가 생겨서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하거나 아침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자동차 청소도 남편이 하고 기름을 넣을 때도 남편이 넣는다. 나는 조금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신용카드도 없고 수입도 없다. 그냥 외국인 신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나의 신용점수도 높았고 은행을 가도 당당했고 그랬지만 여기서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남편이 다 알아서 한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하니 내가 뭘 했니 이런 것을 논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생각하면 싸움의 소지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상황이 좋아져서 내가 일을 하게 되면 그때는 차가 한 대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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