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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하와 Jan 15. 2021

밴쿠버 주택에서 살며 알게 된 것들 2화

나무 가지 자르기, 잔디 깎기 등등 혼자서는 어려운 일 들

 밴쿠버에는 나무가 참 많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업 중심지인 '다운타운'에는 고층 빌딩이 많지만 다운타운에도 서울에 비하면 나무와 잔디가 많은 편이다. 공원이 많은데 그곳은 거의 잔디밭이기 때문이고 가끔 보이는 아파트나 타운하우스의 정원에 잔디밭이나 작은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다운타운'에는 가장 높은 게 물론 상업 빌딩 건물이지만, 주택이 많은 주거지역에는 가장 높은 것은 나무이다. 주거지역이라고 모두 다 주택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라고 부르는데 밴쿠버에는 '콘도'라고 부르는 고층 주거지역이 많이 있고 지금도 계속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밴쿠버에서는 콘도보다는 하우스(주택)를 더 선호한다. 아파트가 더 관리 측면에서는 편리하겠지만 아마도 독립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투자적인 측면을 따진다면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사는 것이 조금 더 수익률 면에서 낫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아파트보다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주택은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재미를 붙이고 하면 아주 좋은 취미이자 놀잇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붕 위에 올라가서 이끼가 끼지 않았는지, 지붕 위의 물도랑에 나뭇잎이 쌓여서 빗물이 내려가는 길을 막고 있지 않은지 청소를 해줘야 한다. 앞마당과 뒷마당의 잔디는 일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 씩 잘라줘야 하고, 잔디에 잡초가 자라면 잡초도 뽑아줘야 한다. 나무에서 열매나 나뭇잎(낙엽)이 떨어지면 빗자루로 쓸기도 하고,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무성하게 자라 창문을 가리면 가위로 나무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키가 작은 나무도 있지만, 키가 아주 커서 서울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 되는 나무들도 있다. 이런 나무들은 대개 햇 빛을 가려서 집 전체가 어두워 지기 때문에 사생활이 너무 소중해서 사방을 나뭇가지로 덮고 이웃집과 절대 보이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경우만 제외하고, 보통 나뭇가지를 잘라내줘서 햇빛이 많이 들도록 관리해주기도 한다. 가끔 우리 쪽 토지에 나무인데도 가지치기를 하면 뒤쪽 집에서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 쪽 나뭇가지로 인해 그쪽 사생활이 보호되었는데 홀랑 잘라놓으면 본인 집이 들여다 보이는 게 싫은 거다. 햇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사생활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동네를 산책하면 집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모두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밴쿠버의 집에는 창고가 필수인데, 지붕에 올라가거나 나뭇가지를 자르는데 필요한 사다리, 잔디 깎는 기계, 전기톱, 가지치기 가위, 삽, 빗자루, 물 호스, 블로워 (blower), 워터건, 등등 많은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다. 나의 경우 다행히 지붕 관리와 잔디관리의 대부분은 신랑이 하는데 신랑은 좋은 운동이라면서 즐기는 것 같다. 잔디 깎는 기계도 전기와 가솔린 방식의 두 가지가 있는데 가솔린 방식이 힘이 세서 작년에 바꾸었는데 관리법이 서툴다 보니 고장이 나버렸다. 유튜브로 기계 관리법을 찾아보고 부품을 사서 고쳐보기도 하는데 은근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지붕에 이끼를 빼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작업은 위험하기도 하고 전문적인 세척(?)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를 불러야 한단다. 그리고 아주 아주 키가 큰 나무의 높은 나뭇가지를 자르려면 나무를 잘 타는 나무 자르는 전문가를 불러야 한다. 나무를 자르는 것에서 끝이 아니고 자른 나무기둥과 나뭇가지 그리고 잎사귀들을 잘 폐기해야 하는데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양도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 옮기는데도 보통 무게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 하기가 어렵다. 나와 남편이 일 끝나고 저녁때 와서 낑낑대며 3 - 4일을 퍼다 날라도 힘이 부치고 어려워서 결국은 치우는 사람을 또 불렀다. 




여기는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서 비싸다. 그런데 생각보다 젊은 남성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일들도 많은 것 같다. 대학생들이 가정집에서 자른 나무 톱밥 한 무더기를 와서 정리해주고 시간 단위로 돈을 꽤 넉넉히 받는다. 내가 결혼하고 처음 왔을 때,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2주 동안 앞마당과 뒷마당에 자주 나갔는데 남편은 나에게 장갑과 나무 자르는 가위를 쥐어주며 "자기가 나무를 좀 잘라볼래?" 하길래 별생각 없이 "응!" 이랬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결국엔 큰 삽을 들고 마당에 길게 뻗은 나무뿌리까지 뽑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응..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근데 나는 일당 없어...? 이런 생각을 했더라며... 




우리 집 쪽은 여우나 코요테 그리고 가끔 겨울잠 자기 전에 배고픈 곰이 한 번 왔었다. 

여름날 아침 우리 집 뒷마당에 온 여우

보통 아침에 여우와 코요테가 뒷마당 쪽에 살금살금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것을 봤고, 늦은 가을밤 새벽에 배고픈 곰이 우리 집 쓰레기통을 부숴놓고 가버렸다. 쇠로 된 잠금장치를 다 부숴놓았다. 헐.. 옆집도 우리처럼 곰의 습격을 당한 것 같다. 그래서 새벽에는 밖에 쓰레기통 쪽에 뭔가 부스럭 쿵쾅 거려도 절대 나가면 안 된다. 그런데 곰이 겨울잠에 들어가고 나면 한 겨울에는 나오지 않는다. 허허.. 서울에서 초등학교 때 곰이 겨울잠 잔다는 것을 동화 속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여기 오니 정말 실감이 난다. 이런 거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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