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인스턴트메신저 사용법
딥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직장에서의 상시 접속문화가 용인되는 이유로
생산성이나 성과 지표로 삼을만한 정량적인 도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칼 뉴포트는 이메일 수신함에서 일과를 보내는 행태를 지적했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메일을 넘어서 인스턴트 메신저라는 직장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내 메신저든 외부 메신저든, 출근과 동시에 로그인하는 것은 당연시된다.
모바일 메신저로 연결된 회사라면 더욱더 늘 온라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수석엔지니어가 되고 나서는, 실무일 때 대비해서 연락이 거진 10배쯤 증가한 것 같다.
그렇게 되니 메신저를 통해 쓸데없는 연락을 받는게 굉장히 거슬리곤 했는데, 가장 싫었던 유형은 다음이다.
안녕하세요? ...
가장 유명한 인스턴트 메신저 밈, 이 말만 던져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왜?)
그럼 거기에 대고 "안녕하세요? 바로 말씀 남겨주세요" 하고나서 보면 한동안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아서 소모적인 전쟁을 할 때가 많다.
심지어 자동응답으로 "기다리지 마시고 용건 바로 남겨주세요"로 남기고 싶기도 했다.
A는 뭐예요? B는 뭔가요?
질문을 꼬리에 꼬리 물고 하는 유형, 물음표 살인마.
단순히 개념을 묻는 상황이라면 외부 인터넷이나 사내 인트라넷 정보를 찾아보면 될 것이다.
사유가 담겨있지 않은 단순한 질문은, 내 시간을 담아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간주하고 무지성으로 답변을 보낸다.
지나치게 간단하거나 불완전한 질문은 결국 상대방의 시간으로 나의 부족한 역량을 채우겠다는 뜻이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 스스로 어느 정도 고민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최소한으로라도 찾아본 후 물어보는 것이 좋다.
메일 확인해주세요
굳이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해달라고 메신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메신저에는 (리액션으로 이모티콘 정도만 달고) 그냥 답을 보내지 않는다.
이메일에 기한을 명시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한 전에 닥달하는 메신저를 보내는 경우에도 답을 보내지 않는다.
미리 챙기는 습관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메일 리마인드를 보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메일로 업무를 요청 했으면 상호간에 기한을 준수하며 차분하게 처리해야 한다.
참여인원: 10명, 50명, 100명, 300명
특정 프로젝트나, 주제별로 연관 있는 사람끼리 단체방을 만드는 것은 합리적이다.
이슈를 공유하기 편하고, 애자일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의 인원이 점점 늘어나서 100명 이상이 된다면 어떨까.
이런 대화방이 매일 같은 패턴으로 몇 개월씩이나 유지된다면 어떨까?
더 이상 협업의 목적이 아니다. 특정 인력들을 위한 하문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대규모 방에서는 보통 소수 인원만 말한다. 답변은 100명 중 해당하는 사람의 몫으로 눈치게임이다.
읽씹을 못 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단체방에서는 꽤나 괴로운데, 인원규모만큼 불필요한 대화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대화방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과감히 방을 나와야 한다, 높은 확률로 다시 초대되지 않을 것이다.
ㅎㅎ ㅋㅋ ;; ... ㅜ
직장 메신저에서 말끝마다 저런 불필요한 기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저런 기호나 부호들을 쓰지 않으면 딱딱한 어투로 느껴져서 그렇겠거니 싶다가도
중요한 정보나 업무 관련 대화를 주고받을 때, 이런 기호들이 너무 많으면 전문적인 느낌보다는 가벼운 농담이나 불필요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상대방을 돌려까거나 비웃고 싶을 때 이런 기호들로 위장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를 정중히 보내지 않는 사람에게 비꼬고 싶은 마음은 늘상 든다, 정상이다.
하지만 품위있는 어른으로써 그걸 참아내면서 공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사회생활 아닌가
너무 과한 감정 표현이나 불필요한 기호들은 업무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이 정도 적다보니 프로불편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직장 내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좋았던 유형도 사실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메신저를 아예 안 쓰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인스턴트 메신저 사용을 최소화하고, 전달할 정보나 질문은 잘 정리해서 메일 혹은 협업도구 (Jira, Trello, Confluence, Gitlab, Notion, DevOps 등등)에 작성 해 두는 편이 좋았다.
정리하는 데 드는 노력 대신 메신저로 정보나 질문을 던져두는 것이 보내는 사람에게는 편할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은 추가로 질문에 답하고, 메신저로 공유된 정보를 다시 가공하는 데 시간을 더 쏟게 된다.
Slack은 예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C++을 C 스타일로 짠 코드가 많듯이, Slack을 단순 협업도구가 아닌 인스턴트 메신저로만 활용한다면 그 역시 같은 운명이다.
이런 좋고나쁜 것 들이 몇년동안 체득되고 나니, 지키려는 습관 같은 것들이 생겼다.
출근 전/퇴근 후에는 모바일 메신저 보지 않기
어차피 출근해서 메신저 로그인 할 것이고, 퇴근하고 난 이후에 메신저 업무는 처리하기 어렵다.
직장인간에는 정말 긴급한 업무라면 전화가 온다는 밈이 있는데
콜 포비아라도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웬만하면 전화가 오지 않는다.
전화가 오지 않는 업무는 긴급한 것이 아니며, 나의 시간을 뺏는 걸 허용해서는 안 된다.
즉답을 하지 않기
직장에서 높은 위치로 올라갈수록 즉각적으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유형이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다.
윗 사람들이 순간 만족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즉답을 할 수 없는 영역은 계속해서 생겨나게 된다.
즉문즉답할 시간에 자기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것들에 더 투자하고, 그 과정이 가시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내가 받은 질문을 팀원들에게 돌려 즉답을 바라면서 메신저를 보내지 않아야 한다.
다음에 보내기
메신저를 보내고 싶은 욕망을 참는다, 다음 기회에 보내도록 한다.
대부분 메신저를 보내지 않았을 경우에, 성급하게 보냈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업무성과든, 팀원과의 관계든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물론 긴급이슈에 대한 윗선 보고는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
오늘도 메신저를 성급하게 보내서 일이 꼬여버렸다, 후회하면서 이 글을 작성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