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 것]을 읽고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겐 지음. 리더스북, 2021.
21/2분기 국방부 진중문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한다는 건데?"
너무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이다. "~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는 ~다"라는 정의명제가 붙지 않던가? 200페이지가 넘는 면수를 거치며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그러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다만 일을 잘 하는 여러 표본들을 보여줄 뿐이다. 일을 잘하는 것은 결과를 내는 것이라고 하며, '감각'이 있는 사람, 혹은 '사람을 아는 사람', 혹은 병렬적으로 일하지 않고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수직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저자가 일본인인 만큼 일본 영영자들 중 일 잘하는 사람들의 예를 많이 나열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다. 책에서 말하는 '감각', 즉 센스가 내게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면 나는 여러 부분에서 어려서부터 센스가 없었다. 중학교 때에는 공중을 비행하는 구체를 다루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어 축구 등 구기종목으로부터 멀어졌다. 고등학교 시절의 미적분도 그랬다. 열심히 문제를 풀어보고, 책을 외울 정도에 이르렀어도 조금이라도 다른 유형이 나오면 손도 댈 수가 없었다. 비싼 고액과외나 이름난 학원을 다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학은 내게 있어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군에 와서 나는 '일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별다른 대단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니었다. 단지 윗사람들의 업무를 자세히 관찰한 후, 몇보 앞에 필요하겠구나 싶은 자료나 물자 등을 미리 준비해 놓았던 것 뿐이다. 딱히 꼼꼼하게 준비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규정을 읽고 그대로 셋팅만 해 놓았을 뿐. 그런데도 나는 '일 잘하는 용사'가 되어 있었다.
나는 내게 있어 구기종목/수학과 군생활의 차이를 가른 그 '무엇인가'의 정체를 납득하지 못하겠다. 열과 성을 따지라면 당연히 전자가 압도적인 노력이 투입되었지만 평가와 성과는 달랐다. 이 책의 저자들인 야마구치 슈와 구노키 겐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이야기한다.
"일하는 감각을 그런 방식으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사람의 감각을 표준적으로 가르쳐주는 교과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14, 15쪽
"나는 지금도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100퍼센트 확실한 답변을 제시할 수 없다" - 본문 17쪽
하지만 분명 일을 잘하는 사람은 우리 곁에 존재하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이점을 결코 변하지 않는다. 각각의 분야마다 잘하는 사람이 다르고, 우리또한 각기 잘하는 분야가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그러므로 일을 잘하는 것의 정의를 연역적으로 알려준다기 보다는, 여러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귀납적인 학습을 돕는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본 책을 읽은뒤 나는 내게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하기로 했다.
그럼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군생활을 얼마 남겨두지 아니한 지금, 나는 다시 사회로 복귀하여 이전에 클리어 하지 못한 변호사시험 준비에 매진하여야 한다. 초시때 내 전략은 단순했다. 기본서 위주로 공부하고, 소위 '학원가 찌라시'따위는 의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소화할 페이지 수는 너무 많았고, 시험장에서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쓸 '내 무기'가 없게 되었다. 1700페이지짜리 기본서는 수험장에 가지고 가기에도 너무 무거웠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노력보다 전략이 먼저다'라고 말한다 (193쪽). 예를 들어 무작정 만담을 열심히 헌습하면 소기의 성과는 거둘 수 있을지언정 성공한 개그맨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담꾼들의 웃음 포인트들을 분석하고, 어떠한 부분들이 청중의 호응을 유발하는지를 전략적으로 공략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 다가오는 2023년의 변호사시험 공략은 열심히 공부하기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까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시점에서 이 책은 내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평한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필요한 것들을 찾았으면 한다.
*본 서평은 국방부 진중문고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양질의 도서를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국방부에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