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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Mar 11. 2018

어른이 되었다

Copyright 2018. chanmilim.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어른이 되었다. 스무 살에도, 스물아홉 살에도 들지 않았던 생각이.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것도 서른이 넘어서야 말이다.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무뎌졌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더 이상 어떤 일에도 설레지 않는다. 아니, 설레지 않을 것 같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분명하다며 오만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고, 대부분의 것들을 나의 테두리 안에 두려 하지 않은 채 그저, 관망한다. 모든 것의 귀결은 허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며 문득 아, 어른이 되었구나. 그것도 잔뜩 별 볼 일 없는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자조한다. 


무엇이 그렇게 성급했던 것인지, 막막한 현실 너머에 아늑한 미래가 있을 거라고 소망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의 내가, 순진하게 어리석었던 내가 그립다. 나약했던 것만큼이나 쉽게 상처받고, 눈물 흘리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 아무한테나 가서 푸념하던 순수했던 내가 그립다. 여전히 강하지 않은 나지만, 타인에게 상처받기도 실망하기도 싫어 되려 강한 척하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걸까? 누가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계속 세상을 향해 칭얼거려도 된다고. 아직 네가 만나지 못한 재밌는 일들이 잔뜩 있을 거라고 도닥여줬으면 좋겠다. 아직 넌 어른이 아니라고, 그리고 영원히 그런 별 볼일 없는 어른이 되는 일 따위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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