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의자에 앉아 베란다 창 너머를 바라보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면.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아무런 상념 없는 나의 현재를 음미한다.
바깥의 선풍으로 조금씩 흔들리는 화분 잎사귀의 춤사위에 미소 짓는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뒤로 보이는. 나의 시야를 가로막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을 건너 동의 아파트. 저걸 좀 옆으로 치워두고 산이나 들, 바다나 강 같은 것을 놓아두고 싶다.
잔잔히 흔들리는 풀잎의 초록을 보며, 끝없이 흘러가는 바다의 푸름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음의 가로막음 없이 확장되는. 장막이 없는 그러한 저 너머의 풍경이 있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아쉬움 하나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