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K-드라마, K-뷰티

우리는 그대로인데..

by Vanlomo

90년대 중학생 시절인 나는 우리나라 음악을 참 좋아했다.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H.O.T. , 김건모, 신승훈 이름만 들어도 그때의 학창 시절이 저절로 생각난다.

그때의 우리는 가요를 따라 부르는 게 일상이었고, R.ef의 ‘찬란한 사랑’ 랩가사를 외우며 뿌듯해하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한 번은 반 전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팝송 ‘How deep is your love'를 다 같이 외워서 같이 쉬는 시간에 부르기도 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한국가요보다 팝송을 상대적으로 격이 높은 음악으로 취급했던 것 같다. 내가 프랑스에서 유학할 당시에도 이제 막 아시아 문화가 조금씩 유입되면서 중국이 상승하고는 했지만, 매니마층만 아시아 문화를 좋아했던 것이지 현재처럼 이렇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 당시에 한국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영화관에서 상영되어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2020년, 코로나에 밖을 나가 돌아다니기도 힘든 그 시기에 나름 콧바람 쐬며 가는 곳이 차 타고 공원 가는 것이었다. 여기는 인구밀도도 적기 때문에 굳이 넓은 공원을 찾아가지 않아도 됐지만, 그때는 좀 더 멀리 안 가 본 곳을 가서 여행 가는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봄햇살이 쨍한데,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온다 BTS의 다이너마이트. 그룹 이름은 들어봤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3살짜리 아이도 신나 했다. 남편과 나는 그때부터 노래를 알고 나니 라디오에서 얼마나 자주 그 노래를 틀어주는지 알게 되었다. 출퇴근을 하면서 노래 앞뒤로 붙는 코멘트를 들은 남편은 이런 날이 오는구나. 너무 신기하다며 어린 시절 미국에서 유학할 때 몰래 듣던 가요를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것에 세상이 급변함을 느낀다며 신기해했다.


이름도 핫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는 내게 만나는 사람마다 봤냐길래 넷플릭스 가입을 끊어서 못 봤다고 둘러댔더니 모두들 꼭 보라고 성화여서 줄거리만 찾아봤었다. 오징어게임이 흥행하던 시기에도 나는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굳이 안 봤었는데, 영어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인 내가 안 봤다는 이야기에 모든 사람이 나를 보며 “자막도 필요 없는데 안 봤다고?” 이러면서 얼마나 놀라던지 그 눈빛들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너무나도 유명한 케.데.헌은 라디오에서도 자주 들려오고 그야말로 모두가 열광하는 상태인 것 같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우리의 곁에 항상 있던 그 문화가 이제는 나만 신나는 게 아니다. 그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 기분을 다른 사람도 알고 모든 사람이 안다는 기분. 나만 감동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오늘,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라디오를 들으며 돌아가는데 자주 듣는 라디오에서 ‘케이팝 디몬 헌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토크쇼에 나와서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다면서, 노래도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그제야 집에 돌아와 미국토크쇼를 찾아봤다. 매력적인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야기. 한국음식 먹을 때마다 냄새난다고 무시하던 인종차별 이야기. 나도 남편에게서 익히 들어온 이야기인데, 한국 음식을 찾아다니는 문화로 바뀌면서 참, 그때는 다들 몰랐는지 모르고 싶었는지 그토록 무시하던 그 당시가 생각난다고 한다.

우리 아이의 학교친구 중에 중국에서 온 아이가 있는데 나에게 종종 한국 음식점을 알려준다. 오늘도 “혹시, 000 음식점 가보셨어요? 한국 음식점인데 너무 맛있었어요! 다음에 꼭 같이 가요! “ 나도 최근에 오픈했다고 들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 가지 못했던 음식점을 다른 나라사람들이 먼저 가봤단다. 예전에는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면 현지에서 선물을 많이 사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주변에서 다른 나라출신 엄마들이 나에게 부탁한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오히려 나에게 추천을 해준다.

나와 남편이 유학하던 시절에는 언제나 우리가 먼저 한국 음악과 음식을 소개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매체, 다른 나라의 친구들이 나에게 Kpop을 소개하고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소개해달라고 한다. 물론 그 당시에도 한국음식에 빠진 사람은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는 했었다. 20여년 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한국음식점이 딱 하나 있던 시절, 비가 오는날 뜨끈한 국물을 먹으러 갔을 때, 누가봐도 프랑스인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한참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와, 이 나라사람들이 추운 날 국물음식 먹는 맛을 알아버렸구나! 그러면서 참 신기해 했었는데 이제는 이 모든 일이 자연스럽고, 특별할 것도 없고 신기할 것이 없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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