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어 이야기
영어. English.
내 모국어도 아닌데 못하면 창피한 그 언어.
우리는 왜 영어를 해야 하는가? 이런 철학적인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나이부터 영어가 강요된다. 한국어보다 더.
우리는 이민을 왔기 때문에 아이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지?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차피 살아갈 곳이니까 어떻게 되든 하겠지.. 생각했다.
오히려 한국어를 걱정해야 했다. 한국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이가 1살이 되기 전에 캐나다에 와서 만 4세까지 기관에 보낸 적이 없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환경이기도 했고, 내가 하루 종일 일을 하는 엄마도 아니고, 그야말로 ‘Homemaker'라는 직업을 가진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아이를 돌보고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이었다. 이곳 캐나다는 주부가 대단히 힘든 직업임을 모두 기억하고 존중해 준다. 물론 엄마와 직장을 함께 다니면서 학교 봉사활동까지 하는 존경스러운 엄마들도 많지만 말이다.
아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프리스쿨(킨더가든 입학 전에 보내는 공교육, 나라에서 지원됨)은 하루에 2~3시간 입학 전 학교생활을 예습하는 곳이다. 스스로 책가방을 cobby에 걸고, 도시락을 혼자 꺼내먹고,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밖에 나가서 해야 할 행동요령도 깨우치는 곳이다. 이렇게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영어를 단 하나도 안 가르치고 보냈다. 언어 소통이 되지 않으니, 선생님이 답답할 법도 한데, 선생님은 모국어의 중요함을 알고 계셨다. 모국어가 탄탄해야 영어도 금방 늘게 된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첫날, 아이는 3시간의 수업(이라고 말하지만, 거의 놀이 시간)을 마치고 나를 보자마자 울면서 이야기한다. “엄마, 집에 갈래요. 엉엉” 하지만, 선생님은 말씀해 주신다. 생각보다 너무 잘 놀고 재밌었다고. 아이는 내가 보이자마자 엄마랑 떨어진 시간이 처음이라 놀라서 운 것이고, 사실은 정말 재밌었다고 이야기해 줬다.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나는 그 이야기를 선생님께 그대로 전달하며 아이를 서로 파악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지만, 하루에 3시간의 학교생활은 아무리 영어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이 너무 짧아 크게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워낙 말이 빠른 아이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영어도 금세 늘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드디어 킨더가든 입학.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운다. 학교에서는 English learning 프로그램을 통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아이들에게 따로 영어를 가르친다. 그런데,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들과 구분 지어 공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신다. 아, 정말 세심하다.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교육이라니,, 아이에게 대놓고 묻지는 못하고 이렇게 묻기를 여러 번 했다. “00아, 수업할 때, **(모국어가 영어인 아이)이랑 다른 곳에서 수업하는 것도 있어?”라고 묻자, 항상 그 친구랑 같이 있는다며, 따로 하는 수업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1년 반쯤 지났을 때, 학교에서는 더 이상 영어 교육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며 자연스럽게 그 인원에서 제외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너무 신기하게도 초등학교 1학년 종강하는 시점이 되자, 아이들은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철자가 엉망이다.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이 나이에 아주 정상이며, 잘 성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까지도 발음 나는 대로 자기 멋대로 글을 쓰고 글을 그렸다. 그래도 선생님은 잘한다고 칭찬하신다. 이거 배우고 있는 거 맞는 걸까? 나와 남편은 조금 의아해했지만, 2학년을 마치고 스스로 글을 쓰고, 문제집을 푸는 아이를 보고 어느새 놀란다. 학교에서 뭔가 배우긴 배우는구나. 특별히 가르치는 것이라고는 스포츠, 미술이 다인데,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배우는 걸까? 정말 맹세코, 우리는 영어 단어나 수학 같은 것을 집에서 따로 가르친 적이 없다.
언어는 그 언어를 하는 환경에 산다고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내가 프랑스에서 살 때에도 언어는 내가 공부한 만큼만 는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 궁금한 내용은 찾고, 그 단어를 내 입으로 꺼내어 대화하는 과정이 습득하는 방법이다.
내 생활에서 영어의 직접적인 접근 환경을 얘기해 보자면, 아이가 입학하는 시점에 드디어 ‘풀타임 mom'에서 해방이 되어 영주권자 영어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다니게 되었다. 그 수업조차 글을 쓰는 시간은 거의 없었고 무조건 회화를 하는 시간이다. 그러면, 어차피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이라 창피함도 없이 무조건 이야기만 3시간을 하다가 집에 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주어, 동사, 목적어, 동사변형 이런 것을 배우지 않아도 선생님과 대화하는 시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동사 변형들이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1년 여의 시간을 보내고 나도 어느새 어느 정도 캐나다맘들과 대화에 조금씩 끼어드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밴쿠버는 정착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한국에서 단기로 1-2년 아이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단 시간에 영어를 배우려고 마음이 급하다. 내 주변의 경우는 아이가 어린 상황이라 무조건 놀다가 가는 지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종종 고학년 엄마들에 다가와 묻는다. 아이 영어 어떻게 늘었어요? 학원 어디 다녀요? 여긴 수학 학원 어디로 가요? 여기는 학교에서 거의 안배우는 것 같아요.
난, 정말로 잘 모른다. 이 긴 이야기를 다 해줄 수 없고, 이제는 생활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한국 가서 다시 적응해야 하는데 어디를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게 묻는 분의 심정도 오죽할까 싶어 뭐라도 답해드리고자 한 말에 상처를 받으셨을지도 모른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놀면서 아주 많이 배운답니다!”
난 진심이었는데 한국 학원시스템에 너무 동떨어진 이민자의 대답이 영 시원찮게 느껴졌겠지만, 이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이며, 방향이다.
4학년부터는 또 다른 학교생활이 펼쳐진다고 들었다. 그때의 방향은 그때에 맞춰 조금씩 틀어보려 한다. 이곳, 이 삶의 리듬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