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에서는 무얼 배울까?

Big kids, PRO D-day

by Vanlomo

아이가 처음 학교를 들어갈 때,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는 Recess(쉬는 시간) 킨더가든(K)부터 7학년(G7)까지 밖에서 노는 시간이다.

한국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모든 학년이 한 공간에서 놀까? 어린아이들은 위험하지 않을까?

이곳은 한국처럼 아이가 추운 날 옷을 안 입고 나가도, 비 오는 날 양말이 다 젖어도,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선생님이 잘 도와주시지도 않고 당장 해결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스스로 처리하도록 놔둔다. 처음 full day를 마친 날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벌어졌다. cubby(옷과 가방을 걸어놓는 사물함) 앞은 옷과 신발이 나뒹구는 모습이 재밌기는커녕 내 아이 옷, 모자, 신발, 물통, 도시락 찾아 매일이 전쟁이었다. 신기하게도 잃어버린 물건은 없다. 나무 가지 사이, 벤치 위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인 찾아가라고 근처 나무에 주인 잃은 물건이 널려 있고, 그중 어딘가에는 우리 아이가 잃어버린 물건이 꼭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매 학기 끝마다 잃어버린 물건 찾는 날이 있는데 학교 로비는 마치 백화점 키즈코너를 연상시킨다.


흥미롭고 걱정되는 Recess시간은 하루에 무조건 두 번이다. 혹한기나 폭염에도 교육청에서 따로 공고가 내려오지 않으면 무조건 나간다. 한 번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전체 이메일이 왔는데, 학교로 코요테가 자꾸 찾아와서 리세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그건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다. 큰 아이들과 부딪혀 다치진 않을까, 옷을 다 버려 불편하지 않을까, 비 오고 눈 오는 날은 옷이 젖으면 혼자 어떻게 하려나…이 모든 걱정은 현실로 다가왔고 결국 과거가 되었다. 아이가 킨더가든일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이는 이 리세스를 통해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다치지 않는 방법을 다치면서 배웠고, 손톱에 흙이 항상 들어가 아프면서 흙놀이는 도구를 써야 함을 배웠고, 비가 오면 항상 옷과 신발을 2년간 적시면서 안 젖는 방법을 터득했고, 혼자 놀고 같이 놀며 친구의 소중함도 알았다. 누가 아이들에게 친절한지 불친절한지를 구분하고, 불친절하던 아이도 언젠가는 훈육과 교육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것도 아이와 내가 배웠다. 이 모든 터득은 부모나 어른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나이가 다른 동생, 누나, 형들과 함께 지내면서 배운 것이다. 리세스 시간에는 항상 Supervision이라고 불리는 고학년 학생과 자원봉사 부모들이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잘못하거나 다친 아이들은 교무실로 데려간다.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고 아이들한테는 하나하나가 다 뉴스거리이다. 물론, 본인이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만 뉴스겠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관찰력이 더 자세해진다. 이런 것이 진정 Socialization(사회화)가 아닌가?


이 모든 일들에 대한 선생님 혹은 선배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Big Kids 시스템인 것 같다. 아이가 처음 학교에 입학한 5세는 너무나 어리다. 이제 막 엄마의 손을 벗어났는데 스스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아이가 매일 옷과 물통을 학교 놀이터에 두고 와서 찾아 헤매던 시간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하루는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께 불만을 토로하니, 엄마는 한국아이들은 밖에 나가는 시간도 없단다. 반면에 캐나다에서 이제 막 학교 다니는 아이는 스스로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말씀하신다. 스스로 책가방, 도시락가방 챙겨야지, 옷도 걸어야 하고 다시 찾아와야 하고 이 모든 게 배우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일들인데, 밖에 나가서는 Big Kids(G4-5), 10살-11살 무렵의 아이들이 이 사회 초년생의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엄마, 누나, 형 역할을 해준다. 처음에는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모르는 누나들한테 가서 인사하며 안기지? 했는데, 그 당시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아들대신 빅키즈인 누나가 설명해 줘서 알게 되었다. 학교에 가기 쭈뼛대던 날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누나가 나타나서 안아주며 위로해 줬다. 그땐 우리 아이가 너무 어려서 6-7학년 되는 누나들인 줄 알았는데 그 아이들은 4학년, 5학년이었고, 어느새 우리 아이도 커서 내년이면 빅키즈를 하게 된다. 우리 아이도 이미 학교에서 보낸 4년 동안 저학년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 것을 봐왔고, 누나, 형이라는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르니 그들은 어린 동생이라기보다는 함께 커가는 친구들인 것이다. 그저 같이 다가와 놀면 친구이고, 이야기 몇 마디하고 나면 베프가 되는 어린이 세상에 지내는 아이다 보니 잠시 방문한 한국에서 이름보다 “너 몇 살이야?”부터 묻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일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엄마, 한국 키즈카페에서 만난 친구들은 왜 이름은 안 알려주고 나이만 말해요? 나이가 다르면 친구 할 수 없어요?”라고 물어서 나도 순간 그렇네, 하고 생각하게 된 일들이 있었다.


학교 생활을 이야기하다 보니, 선생님들 이야기를 짧게 해 보자면, 선생님들은 리세스시간에는 휴식이다. 물론 휴식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밖에 나오는 선생님은 거의 없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은 ‘Pro D-Day'라고 하는 선생님 자기 계발의 날이 있고 이 날은 휴교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매달’ 한 번씩 있다. 그러면 또 아이들이 그날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또, 놀라웠던 점은, 방학 후, 개학을 하고 나서 일이다. 개학을 하면 새로운 선생님과 새 친구, 새로운 학용품 등 나는 모두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새 학년을 맞이했었다. 그런데 여기는 방학과 동시에 개학 전날까지 선생님들도 함께 방학이었기에 첫날은 전체 학년이 1시간만 학교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두 달간의 방학 끝에 그야말로 워밍업의 하루인 것이다. 그날은 임시반을 정해주고, 아이들은 다음 날부터 임시반 선생님과 아이들과 1주일을 보낸다. 그 1주일간 선생님들은 지난 학기 아이들이 같은 반 되기 싫은 친구, 좋은 친구, 성별, 언어, 성향 등 수많은 데이터를 대입하여 아이들의 반을 나눈다. 한국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 시스템을 말해주니 캐나다에서 선생님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보고 느낀 점은, 아이들의 인권이 존중되려면, 선생님들부터 존중되어야 하며, 그야말로 선생님을 ‘Respect'할 수 있는 상황부터 만들어져야 그 존중이 대물림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동양 교육시스템에 익숙한 나를 포함한 동양엄마들은 처음에 익숙하지 않은 이 시스템이 점점 누구를 위한 일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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