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여긴 항상 내가 있을게.
5년 이상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 2년간 함께했던 캠핑 가족, 1년간 너무나 신나게 추억을 쌓은 친구, 2달 반 휴가를 온 친구, 3주간 아이들과 방문한 친구 가족, 1주일 안 되는 시간을 보내고 간 친구, 하루 만에 왔다간 시애틀 친구, 남편의 사촌들, 동창들....
모두가 밴쿠버에서 만났고, 이제는 모두 떠났다. 내게 7월과 8월은 잊지 못할 만큼 바쁜 시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몰리는지, 물론, 밴쿠버가 여름에 환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동분서주하며 관광코스를 돌았다. 내가 파리에서 살던 시절에는 1달에 1명씩 방문을 했었다. 그때는 내가 싱글이어서 외로운 유학생 신분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친구들이 출장이나 세미나를 오면 마음속 이방인의 응어리를 개어내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여행을 오고 싶어 하는 관광지에 살고 있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너무나 행복한데 몸이 모자라 아쉬운 느낌. 한 번에 다 같이 놀고 싶어도 그때와는 다른 체력. 돌아가면서 하나씩 오지. 바꿀 수 없는 아쉬움만 반복하며 동시에 몰려와서 충분히 즐기지 못함에 아쉬움만 내보였다. 1년 이상을 밴쿠버에서 지내다가 가는 친구들은 가면서 내가 해줄 것은 없고, 버리기도 아쉽고 정리하기 힘든 물건들은 내가 다 처리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그들이 떠나기 전과 떠나고 나서도 얼마나 여러 번 일처리를 했는지 아마 모를 거다. 그냥 몰랐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나라를 이동해서 이사를 하는 마당에 분명 힘들 걸 아니까 그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1년 이상 밴쿠버에서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가족들은 이유도 다양하다. 원하는 직장에 취직해서, 고연봉자여서, 고위공무원이어서, 전문직이어서 등 내가 함께하자고 붙잡을 수도 없는 이유의 직군들이었기에 난 기쁘게 보내줬다.
9월, 우리 집은 거실 큰 창문의 액자가 초록초록 여름배경에서 붉은 가을 배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항상 같은 시간에 산책 나가는 주인과 멍멍이, 같은 시간에 러닝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다. 해가 바뀔수록 바뀌는 것은 산책하는 주인의 늘어난 흰머리, 주름살 그리고 강아지의 느려지는 발걸음이다. 어느 날 함께하는 반려견이 없이 혼자 쓸쓸히 걷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차마 강아지의 안부를 물을 수 없다. 그분들은 내가 몇 년간 그 모습을 봐왔다는 것조차 모르실 수도 있고, 나도 13살의 반려견을 보낸 적이 있기에 그저 미소로 ‘하이’ 하고 지나며 안부를 건넨다.
하루하루 아무 의미 없이 매일을 쫓기는 것 같아도 하루에 1분이라도 창문을 보며 사계절을 느끼며 잠시 감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