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국적문화의 집합체

친구의 의미

by Vanlomo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던 날. 킨더가든 만 5세.

한국에서 ‘초등학교’라고 불리는 ‘Elemantary School'은 0학년부터 7학년까지 다니는 학교다. Kindergarten to Grade 7, K-7이라고 표기한다.

따라서, 킨더가든이 시작되는 만 5세의 아이들은 입학하는 날이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입학날처럼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의 날이며, 첫출발의 의미를 가진다.

첫 주는 점차적인 학교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첫날은 15분, 그다음 날은 1시간, 그리고 하루 쉬었다가 다음 날은 2시간 반, 그리고 Full day(9시~오후 3시), 하루 쉬고 다시 Full day. 이런 식으로 적응한다. 첫날,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가는 역사적인 날, 그간 코로나시대에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사느라 아이를 혼자 집에서 만 4세까지 돌본 나는 더욱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15분이면 밖으로 나오지만, 그 시작의 날 눈부셨던 햇살과 살짝 가을이 느껴지던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한국은 1학년 입학 때가 가장 큰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킨더가든 입학이 그런 날이다.


밴쿠버의 모든 학교는 VSB(Vancouver School Board)의 일정에 맞게 거의 일괄적으로 같은 일정을 공유한다. 대부분의 학교는 하루에 두 번(등교 시간-점심시간 사이, 점심식사 후) 밖에서 노는 시간(Recess)이 있다. 폭염이나 혹한기가 아니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오나 무조건 밖에 나간다. 처음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혼자서 화장실도 보내지 못하던 시절이라 화장실은 잘 가는지, 비 올 때 나갔다가 젖은 옷으로 있지는 않을지, 옷은 잘 갈아입었을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 Full day를 하는 날에는 걱정이 되어 산책을 할 겸 쉬는 시간에 아이 학교로 가서 잠시 얼굴을 보러 갔더니, 동네 아이 엄마들 몇 명이 나와 같은 맘으로 슬쩍 확인하고 돌아갔다. 서양 엄마들은 아이를 강하게 키운다나 뭐라나, 모든 것은 부모에 따라 다르지 역시 인종과 상관없다.


Elemantary 학교 배정은 지도상의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학교를 중심으로 거리만큼 해당하는 길 내에 아이는 그 학교로 배정되는 것이다. 이 것을 캐치먼트 학교라고 한다.

따라서, 학교 친구들이 동네 친구이고, 학교 끝나고도 집 근처에서, 마트에서 우연히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사를 가더라도 아이가 원하면 그 동네의 catchment shcool을 가지 않고, 그냥 다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꼭 동네 아이들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가 Full day가 시작되고 우르르 모든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며 각자 부모와의 인사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엄마들 틈에서 나는 멋쩍은 미소만 살짝 보이다가 집으로 왔다. 그 짧은 순간이 왜 이리도 어색하고 내일부터 그 어색함 어쩌지 싶었던 순간이다. 게다가 둘러보니 동양얼굴을 한 엄마들조차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니, 다가가기 더욱 두려웠다.

다행히 나는 빨리 가야 하는 핑곗거리가 있었다. 바로 영주권자에게 무료로 지원해 주는 어학프로그램. 참석자가 대부분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이다 보니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바로 출석하기 때문에 편의를 봐줘서 9시 15분에 시작하여 12시 30분에 끝나는 수업이다. 그렇게 오전에는 이유 있는 발걸음으로 빠르게 간다고 해도 문제는 하교시간이다. 아이가 만 12살이 되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이것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 항상 아이의 하교는 누가 올 것인지 정해놓고, 만약 그 정해진 사람이 가지 않으면, 꼭 담임선생님께 누가 데리러 갈 것이라고 미리 통보를 해야 한다. 이것은 복잡한 가정사가 있는 가족들이 겪는 어려운 문제들도 있어서, 학교에서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이다. 나는 변함없이 내가 데리러 간다. 남편은 오피스로 출퇴근하는 직업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1주일쯤이 지났을 때, 어느 한국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게 되었는데, 우리 학교에서 만난 낯이 익은 엄마가 있다. 그녀는 홍콩계 캐네디언, 이민 3세이다. 통성명을 하고, 드디어 학교에 아는 엄마가 생겼다. 그 엄마는 만다린, 광둥어도 할 줄 모르는 겉모습만 동양인인 캐네디언이다. 이제 막 영주권 영어프로그램을 다닌다고 말하니, ‘내가 혹시 어려운 이야기 하면 말해줘.’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지만, 다른 엄마들과 함께 있을 때면 대부분이 이해 못 할 이야기라 맥을 끊기 미안해 묻지 못했다. 그래도 왠지 모를 편안함에 대화의 주제를 잘 파악하지 못할 때 물어보면 잘 설명해주고는 했다. 유독 엄마들끼리 좀 끈끈한 킨더가든 시절, Mom's night이라는 엄마들끼리의 회포 푸는 날이라고 해서 근사한 레스토랑에 단체로 20명이 가서 식사도 하는 시간도 여러 번 가졌다. ‘맘스 나잇’은 엄마들끼리 궁금했던 것도 묻고,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 현실적인 대화를 나눈다. 무엇보다 대화 그 자체를 하러 나가는 시간이라 특별히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신경 쓰는 일이 없어 너무 편하다. 이렇게 엄마들의 모임에 점점 참석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빠른 영어를 이해 못 해도 끄덕이는 능청함이 생기며, 남들 웃을 때 같이 웃는 정도의 영어능력이 향상되기는 했다. 그러다가 유독 자주 만나지는 멤버가 생기게 되었다. 홍콩계 캐네디언 친구 리타, 우크라이나 친구 리오나, 중국 친구 보니, 나까지 우리 넷은 킨더가든 때부터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모국어가 다르다는 것 빼고는 성격이며, 생각하는 게 너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난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워킹맘이라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맛집투어를 하자는 목표가 있는데, 카페선별 기준은 첫째,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레스토랑이어야 하며, 둘째, 모두가 동의해야 하며, 넷이 모두 시간도 맞아야 한다. 놀랍게도 매번 새로운 레스토랑이 무궁무진한 곳이 바로 이 밴쿠버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서 맛집을 가서 날 좋은 날 디저트와 커피 한잔까지 하고 나면, 한 달간의 채우지 못한 무언가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끼리는 항상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리타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우리 셋의 영어 특강을 해주기도 했다. 한 친구가 먼저 묻는다. “가끔, 여기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면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어.”라고 묻자, 리타는 “너희들 캐네디언들 특유의 Sarcasm(비꼼, 빈점 댐) 알아?”라며, “예를 들면, 넌 정말 친절하구나? 이게 뉘앙스에 따라 의미가 참 달라져. “ 이러면서, 그게 모든 문장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나, 리오나, 보니는 어느 나라나 그런 게 있지만, 캐나다는 정말 그 뉘앙스가 모호해서 모르겠다고 말하자, 더 많은 예시를 들며 이야기해 준다. 여고생들처럼 까르르거리다가 이제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라며 일어나는데, 내가 리타를 차에 태워 같이 가는 중에 그녀가 이런 말을 한다. ”난 네가 친구여서 너무 좋아. 우리 아주 오래오래 만나서 더욱 오래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 근데 이건 진심이야. Sarcasm 아니고, 하하하!!” 이렇게 말을 한다. 나이도 같고, 같은 동양계에 이 친구도 나처럼 밴쿠버에 거주하는 동안 본국으로 떠나는 친구가 너무 많아서, 처음 만나서부터 여기 오래 살 거냐고부터 물어봤던 사이라 이 마음이 무슨 소린지 서로 너무 공감한다. 그 친구는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나보다는 그 친구가 항상 시간이 날 때면 함께 산책 가자, 커피 마시자 하며 지금까지도 내게 자주 손을 내밀어 준다. 그 친구와도 이제 4번째 가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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