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의 탄생지, 밴쿠버
여행 오는 친구들이 자주 묻는다. 돌아다니다 보면 왜 전부 룰루레몬이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맞다. 나는 동부(토론토)에서 살 때부터 룰루레몬에 빠져들었다. 나도 처음엔 이 비싼 레깅스를 어떻게 저렇게 많이 입지? 했는데, 한번 입어 보고는 레깅스의 감촉에 감탄을 했었다. 그래도 이 비싼걸 뭐 하러? 한국에서 쟁여간 기모레깅스면 됐지 했었지만,,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되자 너무 이해가 되었다.
캐나다 겨울은 기모레깅스로는 추운 날씨를 이겨낼 수 없었다. 물론, 룰루레몬에서도 그 추위에 맞설 옷은 없었지만 말이다. 룰루레몬은 봄, 여름, 가을을 위해 태어난 브랜다 같다. 한 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해서 도톰하고 통기성은 있는데 튼튼한 조직으로 만들어진 옷으로는 꼭 필요하다. 비가 자주 오고, 선선한 여름, 타들어가는 햇빛, 갑자기 부는 바람 등 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딱 맞는 제품들이 모두 다 룰루레몬에 있다. 그리고 재질 자체가 거의 다 생활 방수가 되는 조직이라 갑자기 비가 와도 학교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정도는 방수로 버틸 수 있다. 더구나 집보다는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 알맞은 벨트백, 빨아도 원상 복구되는 레깅스와 후드집업 등 어쩌면 이렇게 날씨에 딱 맞는 옷을 내놓지? 했는데 알고 보니 1998년 밴쿠버에서 탄생한 브랜드이다. 더울 때 바람 부는 날씨, 여름인데 비 와서 추울 때, 조깅하다가 비 올 때, 하이킹하다가 친구 만날 때… 운동하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옷이어서 더욱 인기가 많다. 내가 룰루레몬 홍보대사도 아닌데 이렇게 쓰는 이유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입기 때문에 혹시라도 밴쿠버에 방문한다면 궁금증을 가질 법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잘 즐겨 입기 때문에 더욱 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룰루레몬을 거의 정가로 사지 않는다. 1년에 한 번은 꼭 세일을 하고, 매장에 가보면 할인코너가 있다. 누구는 지인이 있어서 지인 할인도 받는다는데 나는 룰루레몬에서 일하는 친구가 없어서 종종 매장에 들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물건이 반값에 나와있다. 내가 생각하지 않았지만 맘에 드는 물건이 있어 할인값에 사는 것도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이 것 또한 마케팅의 일부인 것 같다. 캐나다에서 습관이 된 이 소비행태는 룰루레몬뿐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기다리다 보면 세일을 하기 때문에 정가에 사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아놓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이곳의 학부모 상담은 매년 3번에 걸쳐 진행된다. 그럴 때면 선생님과 면담을 하러 학교에 가는데, 주로 아시아권에서 막 온 부모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단정하고 예쁘게 꾸미고 온다. 물론 그것은 대면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임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겪어온 이곳은 대체적으로 ‘룰루레몬’을 입고 온다. 대표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트레이닝복이나 편한 복장으로 오고 선생님들 또한 그렇게 입고 오시기도 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겉치레‘가 없다. 누군가는 룰루레몬 그 비싼 게 뭐가 편한 복장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기에선 싸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있고, 구매 방법도 여러 가지(정기할인, 할인코너, 중고거래 등) 이기 때문에 누구든 입어보고 싶으면 29불에도 레깅스를 살 수 있다. 나 또한 10년째 입고 있는 레깅스에 만족하여 극찬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서 1년 이상 거주하다가 간 친구들도 상당수 중독이 되어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입을 일이 있을지 아직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단언컨대 캐나다에서만큼 자주입지 못할 것이다. 첫째로, 아직도 한국은 레깅스 문화에서 어색함을 표한다. 나 또한, 한국 방문 시 들고 갔던 레깅스 빛도 못 보고 들어갔으니 말이다. 둘째로, 한국에서 입기에 여름엔 너무 덥고 봄, 가을은 입을 수 없을 만큼 기간이 짧다. 셋째로, 한국은 방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반대의 날씨인 이곳에서 이 브랜드가 탄생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 또한 내가 한국생활에서 너무 멀어져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만, 밴쿠버의 현재 왜 룰루레몬이 교복이 되었는지 긴 이야기로 설명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