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불필요한 힘을 빼는 방법
매주 일요일, 나는 보컬 레슨을 받으러 간다.
노래 실력을 키워 음원이라도 한번 내 보려는 헛된 야심 같은 것은 없다.
그저 내 안에서 나가는 호흡의 길이를 조금 더 늘리고 싶고, 내 목소리가 누군가의 귀에 가 닿을 때 조금 더 명확한 전달력을 갖기를 바랄 뿐이다. 일종의 '기능적'인 목적을 가진 일요일의 의식이다.
배우다 보니 알게 된 사실 하나.
나를 가장 어렵게 하는 건 드라마틱한 고음역대의 소리 내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빠른 템포 속에 빼곡하게 들어찬 가사들, 그 파편 같은 글자들을 리듬에 실어 보내는 일이 훨씬 고역이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좁은 틈을 메우다 보면 숨은 금세 턱 끝까지 차올랐다.
노래를 멈추고 헐떡이는 나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단단님, 제발 한 글자 한 글자 그렇게 또박또박 발음하지 마세요.”
그 말은 내 생애 가장 뜻밖의 지적이었다.
사실 나는 평생 ‘아나운서처럼 발음이 정확하다’는 칭찬을 훈장처럼 달고 살았다. 나의 명료한 발음은 나를 지적이고 빈틈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해 주었고, 사회라는 거친 정글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꽤 괜찮은 도구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유능한 무기를 버리라고 말한다.
“받침을 그다음 음절의 모음에 슬쩍 넘기듯 불러보세요. 그래야 입안에 비로소 빈 공간, 즉 ‘공명’이 생기거든요. 한 글자 한 글자의 발음을 완벽히 내려고 하면 소리는 갇히고 호흡은 갈 길을 잃어요. 흘러가게 둬야 비로소 울림이 생깁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그토록 집착했던 ‘정확함’이 실은 소리의 통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니.
생각해 보면 삶도 그랬다. 남들에게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 혹은 완벽해 보이려 나는 매 순간의 발음을 얼마나 꽉꽉 짓누르며 살아왔던가.
나의 똑똑한 발음은 타인에게 신뢰를 주었을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은 나를 ‘어려운 사람’이라는 투명한 벽 너머에 가두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온 힘을 주느라 내 마음과 어깨엔 얼마나 많은 긴장의 퇴적물이 쌓여 있었던가.
꽉 닫힌 발음을 풀어주고, 받침을 다음 모음에 슬쩍 기대게 하자 신기하게도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문장과 문장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길이 터지자, 비로소 깊은 울림이 터져 나왔다.
이제 나에게 보컬 레슨은 단순히 목소리를 훈련하는 시간이 아니다.
인생의 뻣뻣한 힘을 빼고, 내가 꽉 쥐고 있던 불필요한 받침들을 부드럽게 풀어헤치는 법을 연습하는 현장이다.
오늘도 나는 좁은 레슨실 거울 앞에서 입을 벌린다. 한 글자를 완벽하게 내뱉으려 애쓰는 대신, 내 삶의 문장들이 타인의 마음속으로 매끄럽게 흘러가기를 바라며.
힘을 뺀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진정한 울림을 허락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짧은 레슨 속에서 인생의 큰 교훈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