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닷컴버블 시대의 기억을 떠올리며

by 김단단

나는 1970년대생이다.

내가 태어날 때는 중생대 백악기 즈음이라, 집집마다 암모나이트 하나쯤은 거실에 두고 시조새를 애완견 대신 길렀던 그런 시절이었다.

디지털의 흔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완벽한 아날로그의 시대.


그러다 내가 막 스무 살이 되던 무렵, 모뎀 통신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됐다.

정보학을 전공했던 덕분에, 나는 한국에서 인터넷 상용 서비스가 막 시작되던 그 역사적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모뎀의 삐이이-- 소리와 함께 넷스케이프 창이 열리던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텍스트 기반의 PC통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 눈앞에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는 찬란한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인터넷 초창기엔 야후닷컴을 필두로 수많은 검색엔진이 쏟아졌다.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노던라이트… 검색엔진마다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던 진짜 춘추전국시대였다.

검색엔진의 선택이 곧 능력이 되던 시절, 심지어 ‘정보검색사’라는 자격증까지 생겼다.

그만큼 정보의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찾아왔다.


그 무렵 세상의 관심은 주식으로 향했다.

인터넷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새롬기술’이나 ‘다음’ 같은 이름이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누군가는 그 주식으로 열 배를 벌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스물셋의 나는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주식에 뛰어들었다.

이상하게도 촉이 좋았는지, 내가 찍는 종목마다 상승했다.

회사 선배들은 내게 종목을 물었고, 그들은 나를 “광화문 김여사”라 불렀다.


내 통장은 어느새 몇 백만 원에서 억대로 불어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식의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가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할 때, 버블은 처참히 꺼져버렸다.

새로운 세기가 열리며 닷컴버블이 붕괴되었고, 내 계좌의 숫자는 순식간에 십 분의 일이 되었다.

일장춘몽과도 같았던 그날을 기억하며, 나는 결심했다.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무너진 시장에서 살아남은 몇몇 기업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고,

나는 그들의 초기 투자자들이 부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봤다.


그리고 코로나가 세상을 멈춰 세웠던 어느 날, 나는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세상은 또 한 번의 기술 혁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있었다.

2025년 지금, 챗GPT의 사용자는 7억 명을 넘어섰다. 세상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마치 30년 전, 인터넷이 처음 세상을 바꾸던 그때처럼.


하지만 나는 안다.

이 ‘AI 춘추전국시대’도 언젠가는 재편될 것이다.

수많은 검색엔진이 결국 구글 하나로 귀결되었듯, AI 시장도 몇몇 강자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또 한 번의 버블과 붕괴를 겪게 되겠지.


문득 대학 시절 읽었던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그렇다면 1999년의 나는 2025년의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단단아, 이번에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

이번에는 그 실패의 경험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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