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전에는 볼보가 있었다,
쌍용 Y카 프로젝트
[아카이브 프로젝트 : 68]
SSANGYONG Y-CAR
[Archive 068] 1990, Designed by Volvo. ⓒ Dong Jin Kim
지금에야 쌍용자동차의 흥성망쇠를 논할 때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이름은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사실 쌍용차가 처음부터 벤츠와 손을 잡을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때는 1989년, 자동차 회사에게는 족쇄와도 같았던 산업합리화 조치가 하반기부터 해제되었다. 쌍용차는 코란도 훼미리를 통해 승용차 시장의 수익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곧바로 출시를 검토했다. 다만 자금 사정과 기술력의 한계로 독자 개발은 여의치 않았다. 결국 쌍용차는 해외 자동차 회사로부터 모델을 도입해 생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쌍용차는 1989년 내 계약 성사를 목표하며 르노와 볼보, 푸조, 피아트, 폭스바겐에 차례대로 러브콜을 보냈다. 모두 당시부터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국내 판매가 되고 있던 브랜드로, 여타 회사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이점을 가졌다. 또한 미국과 일본 제조사의 색채를 강하게 가진 경쟁사와 차별되는 유러피안 정체성을 무기로 가져가고자 한 부분도 있다.
쌍용차가 원했던 것은 2.0리터~3.0리터의 중형 세단이었다. 우선 고부가가치의 중형차를 연간 5만 대 규모로 생산한 다음, 추후 시장의 반응을 보고 소형차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손명원 사장은 수 차례의 유럽 출장 끝에 볼보와의 기술 제휴를 결정했다. 이윽고 쌍용차는 볼보와 승용차제조기술 도입 가계약을 체결하고 상공부에 기술도입 신고를 완료했다. 도입이 계획된 모델은 볼보 240 시리즈로, 1974년 출시되어 1993년 단종까지 280만 대가 팔린 볼보의 명차 중 하나이다. 쌍용차는 이 프로젝트를 'Y-카'로 명명하고 본격적인 도입 체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Y-카는 쌍용상표로의 내수판매뿐만 아니라 볼보상표로 수출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고려한 탓인지 쌍용차는 유럽산과 동일하게 2.0리터와 2.3리터 파워트레인과 5단 수동과 자동변속기 사양을 모두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가격은 2.0리터 1,300만 원, 2.3리터 1,600만 원으로 잠정 책정되었다. 또한 쌍용차는 포항제철과의 공동투자로 1991년까지 2,200억을 투입해 평택공장 조립 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동년 하반기까지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평택공장의 증설이 당국으로부터 뜻밖의 불허가 통보를 받게 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건설부는 국토 균형 발전을 이유로 평택에 추가적인 공장을 증설하는 것을 막아섰다. 쌍용차는 충남 아산군 부근에 40~50만 평 규모의 조립공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을 선회했지만, 어떠한 연고도 없는 지역에 새 공장을 세우는 것은 막대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볼보와의 로열티 협상에서 의견이 상충 (쌍용차는 매출액의 2~3%를, 볼보는 6%를 고집.)하면서 정식 계약을 목전에 두고 날 선 공방전이 오갔다.
최종적으로 쌍용차와 볼보의 기술제휴는 1990년 초 경에 결렬되었다. 이후 소문에 따르면 볼보는 도입모델 이외의 기술 제공을 거부했고, 수출시장에 대해 쌍용차와 큰 이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 시장 진입이 늦어져 버린 쌍용차는 앞선 일을 반면교사 삼아 단순한 '모델 도입'이 아닌 수출과 로열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기술 협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윽고 벤츠와의 기술 협약을 성사시키며 쌍용차의 전성기를 열었다.
TIMELINE
현재 소재: 테스트 여부 불명
REFERENCE
매일경제 '합리화 조치 해제 업종 대기업 신규 참여 열기' 1989.05.08
매일경제 '수혜업체 경쟁력 탄탄 신참 불리' 1989.06.12
경향신문 '자동차 산업 "자유경쟁" 질주' 1989.06.17
조선일보 '경제화제 아세아 쌍용 합리화 기간 만료' 1989.06.18
매일경제 '푸조, 볼보와 기술 합의' 1989.06.28
동아일보 '자동차시장 춘추전국시대로' 1989.07.01
경향신문 '한중을 잡아라 경쟁치열' 1989.08.03
매일경제 '재계 동정' 1989.08.18
조선일보 '볼보 91년 국내생산' 1989.08.23
한겨레 '쌍용 중대형 승용차 생산 볼보와 기술이전계약 맺어' 1989.08.23
경향신문 '쌍용, 현대차 공장부지 충난 인주, 송악에 조성' 1989.08.25
조선일보 '충남 송악 인주 부근에 자동차공단 조성 검토' 1989.08.26
매일경제 '정부-업계 팽팽한 신경전' 1989.08.30
매일경제 '쌍용-포철 자동차 합작 추진' 1989.10.22
동아일보 '포철삼성 현대정공도 자동차산업 참여 추진' 1989.10.25
조선일보 '서산-아산, 유화 자동차 1번지 급부상' 1989.11.14
매일경제 '볼보와 기술도입 마무리' 1989.12.16
매일경제 '쌍용차 볼보 제휴 결렬' 1990.03.08
동아일보 '피아트사와 제휴 추진 쌍용자동차' 1990.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