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69]
[Archive 069] 1968, Designed by Honda. ⓒ Dong Jin Kim
1960년대 말, 서울은 변화의 물결 속에 있었다. 낡은 한옥과 좁은 골목길 사이로 현대적 고층 건물들이 솟아나고, 도심은 새로운 활기로 넘쳤다. 경제 성장의 기운이 도시를 휘감았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기대와 활력이 감돌았다. 서울은 과거와 미래가 얽히는 공간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서울시 당국은 교통량의 완화와 수송의 기동화를 위해 트럭을 중소형 차량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파트너는 기아산업이었다. 이륜차로 사업을 시작해 마쓰다의 T-시리즈 (기아마스타)를 국내 도입하여 사륜 승용차 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참이었다. 든든한 지원군을 업은 기아산업은 일본 혼다와 기술 제휴계약을 맺고 상공부에 4륜차 제조 허가를 신청해 기존 기아마스타보다 작은 도심 경소형 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대상이 된 차량은 바로 혼다 TN360이었다. TN360은 당시 기준으로 작년 (1967년)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차였다. 354cc SOHC I2밸브라는 약한 심장을 지니고 있지만, 공차중량 610kg의 가벼운 차체 덕분에 최고시속 100 km/h을 발휘하는 효율성을 보여주는 차량이다. 기아차는 일본에서 수 대의 시제차를 들여와 소운반수단 현대화 전시회에 출품해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안타깝게도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TN360은 기존 기아마스타보다 상품성이 떨어졌다. 기아산업은 TN360을 기아마스타 T-시리즈 표준형의 가격과 동일한 35만 원에 판매하고자 했다. 하지만 기아마스타는 500kg을 적재할 수 있는데 반해 TN360은 불과 350kg만을 적재할 수 있었다. 동일한 가격에 왜소하고 적재량이 떨어지는 차량을 살 이유가 없었다.
결국 기아산업은 TN360의 국내도입을 무산시켰다. 대신 시야를 승용차 시장으로 옮겨 진출 계획을 다시 수정했다. 그렇게 1973년, 기아산업은 기아마스타 B-1000 (브리사 픽업)을 출시해 마침내 사륜 승용차 출시에 성공했다.
1968.07.23~1968.08.20 : 한국 소운반수단 현대화 전시회 출품
현재 소재 : 불명
매일경제 '소형차로 대체' 1968.07.20
매일경제 '초미니트럭 생산' 1968.08.24
매일경제 '앉아서 보는 번영, 기아산업' 196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