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 데,
8월 말쯤에 있는 생일이 벌써 지났다.
내 생일인가 싶었는데, 8일 차이의 시어머니 생신도 벌써 지났다.
생일이 주는 의미가 가족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없어졌다.
언젠가부터 딱히 기다리지도 않아도 이미 왔고 벌써 지나간다.
생일이 되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어서만이 아니라,
그냥 세상에 너무 많은 것들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
점점.
기다림은 여전히 설레지만,
지루할 틈 없이 끝나버리는 나이가 되었다.
아주 어릴 때는 하루를 기다리며 살았고
조금 덜 어렸을 때는 하루를 때우며 보냈다.
성인이 되고서는 쫓기듯 살았고
조금 더 성인이 되면서는 하루를 버티며 지냈는데,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
나이도 조금 더 먹으면 하루를 조금은 즐기며 보내게 될까.
나이도 먹을 만큼 먹게 되면 다시 아주 어렸을 때처럼
기다리며 살게 될 것이다.
소풍과 생일을 기다렸던 것처럼 곧 끝날 내 시간을.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하지만 조금은 비슷할 그런 마음으로 기다리며.
아직은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