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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 Oct 16. 2016

내가 놀랐던 독일의 화장실 문화

독일과 한국의 문화 차이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둘이서 격하게 공감하며 놀랐던 독일의 화장실 문화가 있다. 

나도 친구도 둘 다 많이 놀랐지만, 

매우 좋은 문화라고 생각해서 한국에도 널리 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요즘 이렇게 많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내가 놀랐던 독일의 화장실 문화는, 


독일에서는 남자도 앉아서 용변을 해결한다. 


이에 관해 건너 건너 들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한국에서 독일로 나온 부부가 어느 날,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다. 

아이가 유치원만 다녀오면 화장실에서 일을 해결할 때 앉아서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의아해하며 놀란 한국인 아빠는 아이를 혼냈고 다시 서서 일을 해결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다시 또 그러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 아빠는 "사내라면 서서해야지."라고 가르치며 고쳐서 유치원으로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아이의 부모는 유치원으로부터 학부모 호출을 받게 되었다. 

조금 의아해서 유치원으로 갔고, 

거기서 유치원 선생님에게 부모는 거의 혼나고 왔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다 앉아서 볼일을 보는데, 

그 한인 부부의 아이만 자꾸 서서 볼일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의를 시키면 한동안 잘 따르다가 다시 반복하기 일쑤이고 해서 부모를 불렀다는 것이다. 


남자가 앉아 볼일을 보면 XX가 떨어진다고 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일종의 오래된 관습의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아빠는 한국에서 그렇게 살아왔기에, 

아들에게 사내아이는 앉아서 일을 보면 안 된다고 다그쳤을 것이다. 

아빠에게 혼난 아이는 다시 서서 용변을 보지만, 유치원에서는 반대로 서서 해결하지 말라며 혼났을 것이다. 

가정과 유치원에서 아이에게 반대로 일러주며 매번 혼났던 아이는 중간에서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유치원에서는 서서 해결하며 선생님들 눈치를 보고, 

집에서는 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아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그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몰라도 아이는 꽤 스트레를 받았을 테니까.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이 이것이었다. 

독일에서는 남자들도 화장실에서 작은 일을 볼 때도 앉아서 일 처리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스티커도 판매한다. 

분명 공용 화장실에서 서서 해결하는 외국인들이 많았을 테니 생긴 것이 아닐까 한다. 




제일 처음에 나왔던 그림의 안내판이나 사진처럼 변기 커버에 붙이는 스티커가 있다. 

내가 남자 화장실을 갈 일이 없기에 이런 스티커가 붙은 좌변기를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만약 남자이고 화장실에서 이런 스티커를 본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다. 


그러면 어떻게 일을 보라는 거지?
설마 앉으라는 것은 아니겠지?



또 이런 스티커를 본다면, 


튀지 않고 어떻게 볼일을 보라는 거지? 


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살 때 친정에 남자는 아버지뿐이어서, 

다행히도 밤이나 새벽에 변기에 빠지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종종 빠졌었고 경험해 본 여자들은 알겠지만, 

거기에서 오는 짜증은 어마 무시하다. 

독일에서는 남자들도 앉아서 일을 보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

나에게 이건 신세계였고 너무 좋았다. 


서서 일을 보느라 여기저기 튀는 그것을 청소하면서 비위 상할 일도 없다.

게다가 독일은 화장실 바닥에 하수구가 없기 때문에 청소하기도 쉽지 않다. 

위생상, 환경상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독일에서는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를 일찍이 이렇게 교육한다. 

유치원에서 실습한 적이 있었는데, 간혹 서서 일을 보는 아이들을 보면

일일이 선생님들이 고쳐주고 주의를 주곤 했다.


결혼 후 인식하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한 번도 변기에 빠져 본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잘 모르고 살다가 이렇게 문득문득 하나씩 인식하게 될 때가 있다. 

다름이 언제나 나쁘기만 하거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다름은 나도 찬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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