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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 Dec 02. 2017

첫 번째 날, 터널에 들어서다.

일월 삼십일일, 이천십칠 년

nicht gut...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심장은 곧 터질 듯이 다급하게 쥐어짜기 시작했고 철렁 내려앉은 가슴은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의사가 해줘야 하는 말, 내가 묻고 싶었던 말은 모두 끝났는데 어떤 다른 말을 기대라도 하듯 눈만 끔뻑이며 의사를 허망하게 보고 앉아 있었다. 사실, 시선을 그쪽으로 두고는 있었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진 않았다. 당시 내 머리 속은 맑은 하늘에 갑자기 묵직한 안개가 사방에 깔려 있는 기분이었다. 빛이 있어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둘러보니 안개에 둘러 쌓여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형국이었다.


나쁘다는 말을 애써 돌려하는 말임을 아니까..

괜히 불안하게.. 그런 말을 들어서..

하루를 1년처럼 길게..


그 어떤 것에도 내 시선이 머물지 못하고

그 어떤 말도 내 청각을 자극하지 못하니,

두 눈이 멀쩡히 보여도 나는 장님과 같고

두 귀를 타고 흘러 들어온 소리는 모두 공기 중에 흩어지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애써 외면해왔던 내 불안함은 혼자 외롭게 마음속에서 내리고 내리다 그만 넘쳐버렸다.

마음에서 넘어 버린 불안함은 슬픔으로 다시 눈에서 흐른다.

내 마음은 세상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래서 내 슬픔이 아무리 흘러도 이 세상을 다 채울 수가 없구나.

이것이 내 슬픔이 끝나지 않은 이유였구나.


이제는 모르겠다.

나는 얻지 못해서 태연한 척 구는 것인지..

남들에게는 다 쉬운 것이 내게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인지...

이제는 내가 정말 원하고 있긴 하는지 의구심까지 든다.


원하지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은 내 소망까지 의심하게 한다.

나는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가정사부터, 연애, 결혼, 아이까지 뭐하나 평범한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어어졌다.


집중력 상실, 의욕 상실, 긍정적인 생각이 실종된 그 자리에 뻔뻔하게 자리 잡은 불안은 언제 슬픔이나 우울함으로 모습을 바꿀지 모르는 불편한 존재.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스스로 발을 내딛고 갇히고 말았다.

나는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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