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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Vark Feb 10. 2020

우리는 모두 타인의 욕망을 꿈꾼다.

최소 돈으로 누리는 최대 행복

시간 부자의 삶


최소한의 것으로 구성된 나의 일상은 단출하고 소박하다. 아침에 일어나 등원까지 꼬박 2시간. 아들과 나는 제법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낸다. 기꺼이 아들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시간 부자이기 때문에 나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작년 봄,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 후 찌그러진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풀타임 아르바이트와 함께 우리의 삶은 뒤죽박죽 꽤나 혼란스러웠다. 지금처럼 평온한 아침 일상은 신랑이 재취업에 성공하고, 내가 완전히 전업으로 마음을 굳힌 후에야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여유가 없는 마음이 동요될 땐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었지만 기왕 전업을 선택한 이상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쓰기로 맘먹었다. 누군가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니깐.


올해 6살이 되는 아들은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서 엄마를 찾는다.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눈을 감은 아들을 안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아들을 품에 안고 잠이 덜 깬  아들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피며 오늘도 예쁨을 발견한다. 나의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보이지 않았던 아이의 예쁨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오늘도 참 예쁘다.


아이들은 바쁜 것이 없기 때문에 등원을 준비하는 양육자의 마음은 늘 분주하다. 나의 경우엔 통학버스를 이용하지 않아 시간에 대한 제약이 덜 한 편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엔 본의 아니게 아침부터 큰 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아침 풍경이다. 미요한 감정의 선을 넘지 않고 아들이 기분 좋은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나 스스로 정한 첫 번째 아침 루틴의 목표이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이고 양치와 세수를 시킨 후, 옷을 갈아입힌다. 요즘 같은 겨울엔 손과 얼굴이 틀 수 있으니 보습 그림도 꼭 챙긴다. 마지막으로 점퍼를 챙겨 입히고 마스크를 한다. 드디어 문을 나선다.

일상적인 등원길로 생각에 따라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TMI 기질이 있는 아들은 유치원에 가는 동안 내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특수차량에 대해 특징과 역할들을 재잘거린다. "엄마, 엄마는 이것 알아? 응, 알아요?" 반말과 존댓말을 이리저리 오가는 아들이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머릿속 이야기가 끝없이 나온다. 나는 최대한 즐겁게 호응하며 아들에게 나의 시간을 내어준다.


아들은 유치원에 도착하면 타고 온 킥보드를 교문 옆, 정해진 장소에 주차를 한다. 드디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를 차례가 왔다. 아들과 함께 신나게 손을 흔들며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나면 우리는 유치원 건물 입구에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내 양 볼에 뽀뽀를 하는 동안, 나는 아들을 꼭 안아준다. "잘 놀고 와! 있다가 엄마가 데리러 올게." 엄마가 데리러 온다는 말에 세상을 다 얻은 아들이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 바로 집안일을 처리한다. 매일 하루에 2시간 정도 투자하면 제법 깨끗하게 집안을 유지할 수 있는데 아들이 하원 하기 전까지 미타임(me -time)을 만들기 위해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엄마도 주부도 아닌 나, 개인을 위한 유일한 시간인 이 시간을 만들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거의 모든 생활을 집에서 하는 나로선 공간으로 분리할 수 없기에 청소가 끝나면 의식적으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나만의 도서관인 식탁에 앉는다.


일주일에 3번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영어 원어민 스터디에 참석하고, 매일 1~2시간쯤 영어 원서를 소리 내어 읽고 필사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자기 계발비로 헬스(1만 원), 도서구입(3~4만 원), 영어 스터디(5만 원) 10 만원 정도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것이 나의 개인지출 전부이기도 하지만 나의 일상은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운동, 독서, 외국어공부, 글쓰기 등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하는 습관에는 큰 비용이 들지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시간부자의 삶


하차감이 없어도 괜찮아.


우리 집에는 아직 없는 가전제품이 있다. 무선 청소기와 의류건조기가 그것인데 현재 우리 집의 가전과 가구는 신혼 때 쓰던 물건 그대로라 구입할 기회가 없었다. 2013년에 결혼한 뒤 2015년, 생에 처음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올인을 했었고, 2018년 말 신랑의 이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6개월 정도 공백이 발생해 쌈짓돈까지 모두 쓰게 되어 빠듯해진 이유도 있다. 있다면 삶이 조금은 더 편리해지겠지만, 무선 청소기가 아니어도 집은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건조기가 없으면 빨래는 햇빛에 말리면 된다. 하지만 2015년에 운전연습용으로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오래된 신랑의 자동차는 언제나 나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 자동차를 바꿔주고 싶어 생활비를 알뜰살뜰 아껴 천만 원쯤을 만들면 슬프게도 꼭 쓸 때가 생겨 나의 통장에서 새어나갔다. 신랑의 자동차는 내가 맞벌이를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낡은 자동차를 타고 주말마다 이곳저곳을 다녔다. 우리 차보다 낡은 차를 만나기 쉽지 않을 만큼 하차감은 형편없지만 우리는 함께라서 행복했다. 아들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우리 세 가족의 모든 추억을 함께 한 이 고마운 자동차와 함께, 여전히 우리는 주말마다 근교로 가족여행을 간다. 가끔 에어컨 필터가 막히거나 창문이 올라가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는 있었지만 멋진 차가 없어서 불행하진 않았다.


1999년 산 EF소나타인 우리 백만원과 우리 가족


가난은 상태일까? 생각일까?


경제지표만 놓고 본다면 지금 우리 가족의 삶은 평균이거나 살짝 평균 이하다. 왜냐하면 중소기업 과장인 남편의 월급이 현재 우리 가족 수입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가난하지만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병원비를 걱정해야 할 가족이나 사고를 치는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적은 돈으로도 규모 있게 살 수 있다. 생각해보면 싱글 때보다 더 적은 돈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진짜에 집중할 수 있어 혼자였을 때보다 내 삶은 훨씬 풍요롭고 견고해졌다. 나에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으며 건강한 식탁이 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하지만 부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욕망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광고는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해 욕구를 만들기 위해 온갖 이미지를 차용해 우리를 유혹한다. 그것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광고 기저에는 인간이 느끼는 기본적인 욕구인 인정 욕구를 자극해 소속감이나 우월감을 전달한다. 나 역시 백화점의 비싼 화장품과 명품백이 있어야만 내가 빛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남들 다가는 해외여행을 가지 않으면 뒤처지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돌아보면 나의 젊음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느라 늘 분주하고 불안했다. 나의 가난 고백과 같은 이 글들은 사실 나의 성장일기이기도 하다. 나의 깨달음은 우리의 삶은 진짜를 찾기 위한 뺄셈의 여정이라는 것이다.


나의 행복의 근원은 관계였다. 많은 관계  가장 중요한 화목한 가정은 크고 작은 노력들로 이루어진다.  마음을 쓰고 시간을 들여 돌보지 않으면 언제든 지옥으로 변할  있는 것이 가정이었다. 부모가  이상 화목한 가정을 위한  몫의 책임이 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절대 빈곤이 아닌 다음에서야 삶에서 물건의 가치는 각자가 설정할  으니깐.


물론 당신은 나와 다른 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없는 자의 자기변명이나 자기위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가난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할  있은 힘을 가지는 ,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것으로 행복하려면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소박한 삶 속에 기쁨의 원천인 정돈된 공간, 혼자만의 시간, 건강한 음식과 진솔한 우정 그리고 안정된 가족.이것이 내가 찾은 답이다.


나는 지금보다 더 여유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의 힘으로 신랑에게 멋있는 차를 선물할 것이고 언젠가 아들에게 나의 시간보다 경제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내게 허락되는 일을 할 것이다. 지금 여기가 내 삶의 끝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기쁜 맘으로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살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몸과 머리가 감을 잃지 않도록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삶에 집중할 것이다.


전업맘의 삶 속에서도 나는 나이고 싶은 모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릎나온 트레이닝 팬츠와 목이 늘어난 티셔츠가 나의 일상이라도 나의 전부는 아닐테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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