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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Jun 19. 2020

머피모임 2020 상반기 회고

머피모임의 시작

머피모임의 시작은 작년 여름, 나의 남편을 포함한 물리 트리오 형제들의 회동(?)으로부터였다. 사실 이 트리오는 모두 그 이전부터 각각 서울 or 서울 근교에서 살며 서로 가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은 서로가 서로를 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모이지 못했다. 말인 즉슨, 이 트리오의 멤버는 나의 남편과 캡틴쿡 오빠 (이후 오빠 호칭 생략), 그리고 J인데, 나의 남편은 캡틴쿡과 고등학교 동기이고 (이들은 고등학교에서 물리 4대천왕 중 2명의 천왕이었다고 ㅎㅎ) 나의 남편은 J와 교회 친구, 그리고 J와 캡틴쿡은 같은 대학교 물리과 선후배 사이였다. 

헐, 우리가 서로 다 아는 사이였다니! 우리 모이자!


각각 2명씩은 알고 있었지만, 3명이 모두 다 서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모르고 살다가, 시간이 흘러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이것도 신기한데다가 그들 모두가 물리덕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에 신이 나서, 이 셋이 모여 뭐라도 해보자며 머피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임의 이름도 그들의 물리와 요즘 핫한 머신러닝을 접목해보자며 '머신러닝 피직스', 머피모임이 되었다...! 그렇다, 이 모임엔 아재가 있다!)



머피모임의 역사

처음엔 물리덕후 세명이서 2달에 한번씩 다음의 날짜에 만나 모임을 진행하였다.


2019.08.17 (토) 창간멤버 트리오 참석

2019.10.12 (토) 창간멤버 트리오 참석

2020.01.11 (토) 창간멤버 트리오 참석


그리고 창간멤버 중 한 사람의 아내인 나는, 남편이 평소엔 재밌는 것 하나 없이 사는듯 하다가 머피모임만 하고 돌아오면 "오늘도 너무 재밌고 유익했어!"라며 상기된 얼굴로 말하는 걸 보면서 결심한다. 비록 나는 지금껏 물리를 너무나도 어려워만하던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저 모임에 가서 가만히만 있어도 뭔가 배우지 않을까 싶으니 다음 모임때부턴 나도 참가해봐야겠다고 말이다 (또 남편과 웬만하면 주말엔 같이 있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ㅎㅎ)


아직 그 다음 모임이 다가오기 전, 우리 부부의 대학교 친구&선배인 캔디스와 재훈오빠 부부가 우리집에 놀러온 적이 있다. 그런데 마침, 캔디스는 물리를 좋아하여 물리과 전공을 도전했던 친구이며, 재훈오빠는 물리 초절정 고수이시다. 남편은 넌지시 재훈오빠에게 말을 꺼냈다. 


"제가 하고 있는 머피모임이란 물리 모임이 있는데, 저희끼리 하면서 재미는 있지만 뭔가 감수자가 없어 아쉬운 것 같아요. 재훈이형 혹시 이번에 시간되시면 한번 와주셔서 저희가 발표하는 것 들으시고 살짝씩만 코멘트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옆에서 캔디스에게 거든다. 


"헐, 그러고보니 캔디스도 물리과였었잖아! 캔디스도 좋아할 모임이겠어! 둘이 같이 와도 좋겠다~!"


COME AND SEE! 예수님의 제자들이 썼던 전도 전략! 우리는 이 위에, 모임 가는 길에 어짜피 이들의 집이 있으니 원한다면 우리가 중간에 픽업해서 가겠다고도 했다. 콜! 이들은 결국 한번 참석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다음 모임에 오게 된다. 


2020.02.15 (토) 창간멤버 트리오 + 다혜, 캔디스, 재훈 참석


이렇게 6명이 함께한 이 날엔, 다음 모임 날짜를 얘기하면서, 앞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만나야 각자 하는 연구가 진척이 되겠다 싶어 이후 매달 세번째 주 토요일에 만나기로 정하였다. 그리고 한번 참석해보겠다 말했던 캔디스&재훈 부부는 그 이후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계속 참석하게된다. 후후.


이후 코로나가 한국에서 심해지게 되었다. 3월은 내가 교회에서 찬양팀으로 섬기는 달이었는데, 교회에서 3월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전교인 온라인 예배를 드릴 예정이라, 찬양팀은 토요일 오후에 미리 찬양 예배를 녹화하기로 하였다. 나와 넥스트 시절부터 절친이고 현재는 교회도 같이 다니고 있는 Ellen 언니도 찬양팀에서 섬기고 있는데, 나는 언니에게 코로나 때문에 언니 혼자 대중교통 타게 하는 게 찜찜하니 Ellen도 우리와 함께 머피모임부터 참여하고 찬양팀 녹화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게 어떨까 제안했다. Ellen은 대학교때 자기가 가장 힘들어 했던 게 물리였지만 너희와 함께라면 재밌을 거 같다며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2020.03.21 (토) 창간멤버 트리오, 나, 캔디스, 재훈 + 엘런 참석


그리고 그 이후 첫모임에 매력을 느낀 엘런도 계속 참석하여 고정멤버가 되었다. 후후.


2020.04.18 (토) 창간멤버 트리오, 나, 캔디스, 재훈, 엘런 참석

2020.05.16 (토) 창간멤버 트리오, 나, 캔디스, 재훈, 엘런 참석


2020년 상반기에 내가 한 것

휴, 회고를 해야하는데 회고는 안하고 머피모임 설명이 너무 길어졌다. 사실 상반기동안 내가 한 게 별로 없어서 위의 글을 길게 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후후). 첫번째 회고이니 모임에 대한 설명도 필요한 법이었다 치고, 이제야 회고다운 회고를 해보겠다.


머피모임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짧은 근황토크로 주말 오전의 뇌를 깨우고, 각자 한달간 개인의 연구에 어떤 진척이 있었는지 (발표할 게 있는 사람만) 돌아가면서 발표한다. 발표 중간 중간 자유로운 질문 및 커멘트를 할 수 있다. 나는 2월부터 모임에 쭉 참가하긴 했지만 발표한 적은 한번뿐이고, 나머지엔 보통 다른 분들이 발표하는 것을 듣고 배우고, 질문하고, 가끔 아이디어를 내었다. 



좋았던 점

1.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삶(근황이든 연구든)을 나누는 것이 참 좋았다.


2. 각자가 진행하는 연구 발표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다양한 관점으로 나의 생각을 전개해보고 공유할 수 있어 재밌었다. 네트워크 이론의 기본 내용과 이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부동산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결과들, 최신 머신러닝 기술들, 파이썬을 이용한 금융 데이터 분석 방법 및 결과들, 그리고 스타트업의 좌충우돌 생존기까지(우리 모임엔 스타트업을 꾸려가는 사람이 2명이나 있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평생을 살아도 마주치기 힘들었을 분야를 경험한 것 같다!


3-1. 4월 18일에 첫 발표를 했는데, 그동안 준비하고 있던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의 커리큘럼 초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비록 학문적인 연구는 아니고, 또 물리와 직접적인 관련도 없지만, 그간 다른 참석자들이 각자의 연구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필요로 하거나 직접 하고 있길래, 간접적이나마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 전 모임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선언 해두었던 것이다. 함께 기획하는 분과의 약속도 약속이었지만, 머피모임에 발표해야 한다는 마음 덕분에 강의 커리큘럼 초안을 기한 내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3-2. 그리고 현업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드하게 사용하고 있는 분들과 또 데이터 분석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의 피드백으로 강의 커리큘럼 초안의 내용을 더욱 튼튼히 다질 수 있었다. 


개선해야할 점

아무래도 내가 주도적으로 발표한 것이 한번뿐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매번 모임이 끝나고 나서는, 나도 이렇게 친구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진행하고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다는 자극을 뿜뿜 받았지만, 나의 게으름 때문에 실제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물론 4월부터는 임신을 하게 되어 괴로운 입덧시기를 보내기도 해서, 나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음 반기에는 조금 더 주도적인 참여를 해보고 싶다. 하반기엔 발표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려보는 걸 목표로 해보면 어떨까? 스스로에게 화이팅, 응원을 남기며, 머피모임의 첫 회고를 마무리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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