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by 바니쉬

나와 남편은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육아의 어려움을 비롯하여 다양한 현실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살이를 꿈꾸게 되었다. 특히 우리 부부는, 시골 공동체보다는 도시 공동체가 우리에게 더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시 공동체 살이를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로 9월 독서모임 '도시'를 주제로 한 독서모임에 참가하였고, 이를 통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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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자, 알쓸신잡2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축 전문가 유현준 님이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건축과 관련한 15가지 질문에 답하고, 그 답변의 근거를 여러가지 학문의 영역에서 찾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건축 요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설계한 원룸이나 아파트에 들어가 살았기 때문에, 그 공간에 대해 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가구 배치를 참고하여 내가 가진 가구들을 적절히 두는 정도였다. 그나마 최근엔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축에서 소프트웨어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조명이나 패브릭 등으로 아름다운 조합을 고민했던 게 전부였다.


그러한 내게, 이 책은 내가 거하는 환경은 어떤 요소들로 이뤄졌는지 분해하고, 그 각각의 요소가 갖는 의미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의 공간은 어떠해야 할 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재료를 주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정방형의 마당이 직사각형의 발코니보다 훨씬 다채로운 경험을 주는 이유가, 그 안에선 서로를 마주볼 수 있는 자리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한, 거실의 TV는 수렵과 채집 시절 모닥불의 변형으로 사람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휴식 모드로의 전환을 돕는 매체라 설명한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집 마당이라 할 수 있는 거실을 어떻게 구성해야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평범한 단방향의 소파가 배치되어 있는데, 좀 더 양방향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소파 앞에 집에 있는 의자를 둘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집엔 나의 디지털 중독을 막기 위해 TV가 없는데, 그렇다면 휴식모드로의 전환을 위해 나는 어떤 요소를 활용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고민을 시작하였다. 나아가 이 책에서 소개한 집, 일터,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건축 요소들을 어떻게 공동체 살이에 담아낼 지 공동체 기획 단계에서부터 멤버들에게 발제하고 함께 토론하고싶다.


한편, 물리, 생물, 역사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도 나의 전문 분야에서 다양한 분야의 개념을 가지고 나만의 독특한 생각을 전개해봐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내가 속해있는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그램도 결국 건축물처럼 사람을 위해 설계되고 사람에게 쓰여지는 것이기에, 사람을 잘 이해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나도 떠오르는 'Why'형 질문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붙잡아 정리하고 글로 써보는 훈련을 하려한다. 그리고 그동안 철저히 실용적인 목적만을 가지고 책을 읽곤 했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이런 인문학 책들도 종종 읽을 계획이다.


다만 이 책에서 참고자료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출처가 불분명한 부분 중 기억나는 부분은, 한국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 손근육이 더 발달되었다는 것이나, 어느 범죄심리학가가 분석한 화성의 범죄율이 높은 이유 등이 있다. 그래도 내가 살아가는 공간의 요소를 여러 학문을 통해 분석해가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고, 이러한 분석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독특한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저자가 쓴 <어디서 살 것인가>도 나의 그리고 우리의 공간에 관해 더 구체적인 통찰을 줄 것 같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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